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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은 KT 문제를 보도할 수 있습니까?”
[KT 집중해부 시리즈 ⓺] 부진인력퇴출프로그램 공식화한 해고자 박찬성씨에게 ‘양심선언’ 이후를 물었다
[0호] 2013년 04월 23일 (화) 박장준 기자 weshe@mediatoday.co.kr

박찬성(45)씨가 1996년 한국통신에 입사할 당시 그의 부친은 KT의 청경이었다. 아버지는 자신이 근무하는 공기업 한국통신에 입사한 아들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2000년대 초중반 기획조정실에 근무했고, 인재경영실에 있었다. 소위 ‘승진 코스’다. 그리고 “2008년 십 년 동안 성장이 정체된 회사에 도움이 되고자 글로벌영업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2012년 8월 해고됐다.

 

당시 글로벌영업본부 팀장 박찬성씨가 해고된 이유는 ‘자신이 추진하던 말레이시아 철도 CCTV 사업 참여가 당시, 박씨의 직계상사들의 지인회사로 추정되는 다른 회사에 넘기려는 직계상사들에 의해 중단됐다’는 주장을 사내외 알렸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 직계상사 중 한 사람은 이석채 회장 취임 후 선임된 소위 낙하산 인사였다. 그는 감사실에 이들 상사의 행위를 보고했고, 그 중 한 사람을 업무상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KT측은 그러나 박씨가 추진한 사업이 중단된 이유에 대해 “핵심역량과 거리가 먼 사업이라고 판단했고, 성립하지 않은 사업에 박찬성씨가 개인적으로 아이디어만 제출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당시 KT는 업무지시 불이행, 질서존중 의무 위반, 허위사실 유포, 언론 인터뷰로 인한 회사이미지 훼손 등의 사유를 들어 박찬성씨를 해임했다. 그는 현재 법원에 해고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는 해고당한 후  양심선언을 했다. 그는 지난해 9월 “2004년 9월 현재 3만 8070명이던 KT 직원을 2007년까지 3만 6600명으로 감축해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을 19%로 유지하고, 이를 위해 1470명을 퇴출해야 한다”는 내용과 “개통 AS를 외주화해야 한다”는 내용 등 일명 C-Player 프로그램의 실체를 폭로했다. KT는 그동안 “인력퇴출프로그램은 일부 지사에서 작성됐지만 시행되진 않았다”고 밝혔지만 박찬성씨의 양심선언으로 본사에서 프로그램을 작성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지난해 9월 12일 오전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과 KT 노동인권센터 KT의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의 본사기획 및 실행에 대한 양심선언과 기자회견을 했다. 맨오른쪽이 은수미 의원, 그 옆이 박찬성씨다. ⓒ민중의소리
 

그가 폭로한 CP프로그램은 법적으로도 공식화됐다. 청주지법은 지난 1월 KT해고자 한 아무개씨의 부당해고 및 위자료청구소송에서 “한씨의 해고가 CP프로그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판단해 CP프로그램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박찬성씨가 CP프로그램을 폭로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의 핵심부서인 기조실과 인재경영실에서 일해 회사 사정에 밝았기 때문이다.

 

박씨는 “2002년 민영화 전후로 달라진 것은 회사가 로열티를 갖고 있는 직원을 비용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선통신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KT의 돌파구는 딱히 보이지 않았고, 대다수 직원들도 성장이 정체된 회사를 걱정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경영진들은 임의적으로 구조조정하는 방법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2003년과 2009년에 5000명이 넘게 내보냈다. 매년 또 명예퇴직 제도를 활용해 연령대별로 사람을 내보냈다. ‘몇년 생은 나가야 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끝내 버티는 사람들은 전보 조치를 했다. 그것도 법에 걸리지 않게 일부는 남기고 일부는 보내는 방식이었다.”

 

그는 KT가 민영화 된 이후 매년 100여 명의 경력직원을 채용해왔지만 이석채 회장 취임 뒤 사내에 ‘낙하산’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객관적인 프로세스를 거치던 경력직 채용이 2009년 이석채 회장 취임 뒤부터는 달라졌다. 소위 낙하산들이 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익을 챙기려고 했다. 나는 공적 기업인 KT에 입사했고, 공적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건 아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낙하산 임원의 비위 건을 알린 것이다. 내가 정당했다는 생각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그런데 왜 KT의 동료들은 당신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느냐’는 기자의 말에 그는 “이석채KT에 너무도 익숙해졌다”면서 “동료들은 대부분 ‘정권이 바뀌면 회장도 임원도 바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시 물었다. “그런데 왜 못 버텼나?” 그는 “현장에서 이석채 라인들이 부조리한 일을 하고, 불만이 있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모습을 눈앞에서 봤다. ‘KT 임원인지 다른 회사 임원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잘못된 것은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KT가 CP프로그램과 함께 지사장 등 관리자들에게 노조 관리 교육을 시킨 2012년 4월 10일 부당노동행위 논란도 그의 녹음파일에서 시작됐다. 그는 강연 이후 시험에 대비해 녹음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당노동행위라고 느꼈다. 그런데 그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면서 “마음을 먹고 녹음했다면 앞자리에 앉아 모든 강연을 녹음했겠지만 난 맨 뒷자리에 앉아 그 강연만 녹음했다”고 말했다.

 

최근 검찰이 이 건에 대해 이석채 회장 등 피의자 6명을 전원 무혐의 처분했다. 한겨레 이순혁 기자가 쓴 <검사님의 속사정>이란 책을 보라고 권했다. 그는 “기업들과 이석채 회장이 왜 검사와 변호사들을 영입하는지 알게 됐다”면서 “책에는 연수원 동기 동향 동문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이길 가능성이 있는 한국의 사법부 현실이 담겨있다. 더구나 한국에서 부당노동행위는 형사처벌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심선언 이후 박찬성씨는 휴대전화를 두 개 들고 다닌다고 했다. 도청을 당하고 있다는 불안감 탓이다. 그는 “지금도 도청을 당하고 있을지 모른다”며 “하나는 예전부터 쓰던 KT것이고 다른 건 SKT 것이다. 두 개를 들고 다닌다. 이런 내 모습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KT
 

누가 보더라도 박찬성씨는 분명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다. 그는 최근 한 중소물류업체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재취업하는데 난관이 많았다. “아는 선배가 다니는 외국계 회사에 이력서를 냈다. 선배가 ‘왜 그런 짓을 했느냐. 기업 임원은 특정 기업체를 밀어줄 수도 있고, 회장은 자기 사람을 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니 그 말이 틀리지 않더라. 선배가 ‘변하지 않았으면 넌 실패한 것이고 평가를 못받는다’며 ‘어떤 회사든 취직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뼈저리게 느꼈다.”

 

박찬성씨는 “분명한 사실은 나는 노동운동가도 아니고, 성취욕이 강해 최선을 다해 승진하려는 사람도 아니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갑작스럽게 나서게 됐고, 지금 이 모습까지 왔다”면서 “어줍지 않은 의협심을 피력하는 과정에서 오기가 생겼고,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다. 기자들을 만나 KT에 대해 얘기한 것 또한 소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인터뷰를 포함해 기자와 딱 세 차례 만났다. 맨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몇 번이나 기자에게 물었다. “기자님과 미디어오늘은 이 문제를 보도할 수 있습니까?” 그는 적어도 열 곳 이상 언론사 기자들을 만났다고 한다. 그러나 기사는 나오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국민 대다수가 KT에 공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고, 기자들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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