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투쟁 ‘정의 승리’ | ||||||
대법원, 인력퇴출 프로그램 부당성 인정 원고 한미희씨 손배소 일부배상 원심확정 “동료들 힘들게하는 CP 퇴출 위해 투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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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한미희(53·여) 씨가 'KT인력퇴출 프로그램에 따라 부당해고 당했다'며 KT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일부 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KT의 부진인력 퇴출 프로그램인 일명 'C-Player(이하 CP) 프로그램'의 존재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KT는 그동안 CP프로그램에 대해 '근거 없다'며 존재를 부정해 왔다. CP프로그램은 퇴출 대상자를 할당한 뒤 개인별 퇴출 시나리오를 짜고, 해당 직원이 스스로 나갈 때까지 단계별 실행방법을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프로그램이다. 한 마디로 왕따 퇴출프로그램인 것이다. 1981년 한국통신 교환원으로 입사한 한 씨는 1983년부터 청주전화국에서 20년 넘게 교환업무를 맡아 왔다. 2006년 KT의 CP프로그램에 의해 고객서비스팀 발령을 받은 한 씨는 여러 부당한 지시와 사내 노동 감시, 왕따, 차별, 폭언 등에 시달리다가 2008년 10월 31일 해고됐다. 이후 한 씨는 KT충북본부 등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KT의 CP프로그램의 존재를 알렸다. 한 씨는 "CP프로그램은 한 마디로 근로자의 인간성을 파괴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처음엔 나에게 일어난 일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부당한 지시를 받으면 미칠 것 같고 잠도 오지 않아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CP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한 씨는 생애 처음으로 전신주를 타라는 업무, 3개월 이상 밤 11시까지 직무교육 수강, 한 겨울 영하의 추위에 맨손으로 차량 오일 검사와 타이어체인 교환, 국기 게양대에서 전봇대를 올라가는 자세로 버티기 등의 부당지시를 받았다. 이러한 부당지시를 받은 건 한 씨만이 아니었다. 한 씨는 "KT는 대상자를 찍어 놓고 스스로 그만둘 때까지 집요하게 괴롭혔다"며 "정말 상상도 못할 일들이 매일 벌어졌다"고 말했다. 한 씨가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동안 충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잇따라 한 씨의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결국 2009년 7월 KT는 한 씨의 복직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한 씨가 복직한 뒤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여전히 한 씨의 주변에는 CP프로그램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동료들이 늘어만 갔다. 참다 못한 한 씨는 2011년 KT를 상대로 그동안 자신이 받은 정신적·물질적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만약 법원에서 승소한다면 또 다른 CP프로그램의 피해자들을 구제할 방법을 마련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청주지법 민사1부는 지난 1월 한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KT로부터 1000만원의 피해보상을 판결했다. KT는 이 같은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심리 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원심의 판결에 재고의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한 씨는 "회사는 계속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CP프로그램의 존재를 부정했지만 결국 진실이 법원을 통해 인정받은 것"이라며 "앞으로 CP프로그램으로 고통받는 동료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을 놓는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한 씨는 "KT와 투쟁하면서 보이지 않게 도와 준 동료들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며 "동지들의 연대가 헛되지 않게 열심히 일하고 CP프로그램을 회사에서 완전히 퇴출시킬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