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KT)와 굿모닝에프가 2009년 말 맺은 하도급 계약서. 제7조에 ‘품질평가에서 85점 이상을 획득하지 못했을 시 전년도 계약물량의 20% 내에서 조정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굿모닝에프는 2010년 품질평가 92점을 맞았음에도 일감의 34%를 잃었다. |
‘굿모닝에프’ 10년넘게 경비·청소
이석채 회장 취임뒤 손자회사 세워
일감빼앗고 수수료 인상 ‘상생’ 외면
굿모닝에프, KT 불공정거래 고발
KT “서비스 나빠 경쟁 도입” 해명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라문수 굿모닝에프 대표이사는 10년 넘게 케이티(KT)의 사옥과 시설물을 경비하고 청소하는 등 ‘허드렛일’을 도맡아하다 공중분해된 현재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2001년 케이티 자회사인 한국통신개발을 인수해(케이티 지분 19% 유지) 많게는 한 해 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굿모닝에프는 최근 4년만에 껍데기만 남았다. 이석채 회장의 재임시기와 거의 겹치는 기간이다. 굿모닝에프는 2일 케이티를 불공정거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굿모닝에프의 몰락 과정을 지켜보면, 케이티가 최근 부쩍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동반성장’과 ‘상생’의 맨얼굴이 드러난다.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등을 위반한 것은 예사고 ‘갑의 횡포’도 곳곳에서 보인다.
굿모닝에프는 설립 이후 케이티가 가진 403개 건물(2009년 기준)의 시설관리와 미화업무를 수행하며 4000여명의 경비원, 청소부를 고용해왔다. 굿모닝에프는 민영화 당시 케이티가 업무효율화를 명분으로 한국통신개발을 매각하면서도 일부 지분을 남긴 만큼 협력관계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믿었다. 케이티를 퇴직한 사람들이 사장, 본부장 등의 자리에 낙하산으로 내려와도 참고 넘겼다. 2002년 이후 케이티 출신으로 굿모닝에프에 입사한 사람만도 168명에 이른다. 이외에도 따로 돈을 받지 않고 공과금 수납, 공기질 측정, 건축물 진단 등의 추가업무를 떠맡았고, 휴대전화 등 통신상품도 판매하는 등 케이티를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해 왔다고 라 대표는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 균열이 생긴 것은 2009년부터였다. 케이티는 갑자기 자회사인 케이티텔레캅 산하에 케이에프엔에스(KFNS)라는 손자회사를 세웠다. 굿모닝에프와 똑같은 일을 하는 업체였다. 그러고는 갑자기 케이티에서 받아오던 일감의 절반을 케이에프엔에스에 넘긴다고 굿모닝에프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줄어드는 매출은 소액공사 등의 추가 일감을 통해 보전해 준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같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다음해인 2010년에는 추가로 일감의 34%를 줄여 케이에프엔에스에 넘겨버렸다. 계약관계도 케이티와 직접 맺던 수의계약에서 케이티텔레캅과 맺는 하도급 계약으로 바뀌었다. 이는 2010년 케이티와 굿모닝에프가 맺은 계약서에 있는 ‘품질평가에서 85점 이상을 획득하지 못했을 시 전년도 계약물량의 20% 내에서 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어긴 것이다. 그해 굿모닝에프는 품질평가에서 평균 92점을 받았지만, 케이티의 일방적인 계약 위반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케이티의 횡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1년에 케이티텔레캅은 하도급 금액 중 1%를 수수료로 공제했으나 2012년에는 이를 4%로 올렸다. 게다가 계약물량 중 19%를 ‘듣도보도 못한’ ㅅ업체에 1%의 수수료만 받고 재하도급을 주라고 강요하기까지 했다. 올해 초에는 결국 제한경쟁입찰을 부쳤다가 굿모닝에프를 탈락시켜 그나마 남은 일감마저도 없어졌다.
라문수 대표는 결국 케이티를 공정위에 고발하면서 “그동안 여러가지 비상식적인 요구에도 남은 일감이나마 빼았길까봐 참았지만 이제는 그런 희망마저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케이티는 이에 대해 “굿모닝에프의 서비스품질이 계속 최하위여서 경쟁체제를 도입했으며, 일감을 넘긴 케이에프엔에스는 케이티텔레캅의 지분이 들어가긴 했지만 자회사가 아니라 종업원 지주회사”라고 해명했다. 다만 계약위반 건에 대해서는 “사실”이라고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