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재'에 속쓰린 KT, 5월엔 웃을까
회장 퇴진설·내부고발·가입자 이탈…갈 길 바쁜 '민영 KT'
- 김수연 기자: 2013.05.08 11:09 입력
'회장 퇴진설'을 비롯한 각종 루머, 내부 고발자와의 전쟁, 가입자 이탈'…. 최근 KT의 속을 쓰리게 하는 '삼재'(三災)다.
홍보 담당자가 요즘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 '회장님 물러나느냐?'일 정도로 어느새 KT는 비즈니스보다는 거버넌스, 회장 거취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는 회사가 됐다. 그런가하면 내부고발자에 의해 최근 무자격 특정 하청업체에 공사를 밀어줬다는 의혹마저 제기돼 KT가 반박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여기에 한명의 고객이라도 타사에서 뺏어와야 생존할 수 있는 포화상태의 통신시장에서 번호이동 건수가 순감하는 등 가입자 이탈로 인한 진통도 KT를 짓누르고 있다.
◆이석채 회장 와병설-입원설-퇴진설까지
"백전노장 조조의 대군대가 타격을 받은 것은 물리적 전투나 전쟁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장간의 편지 입수로 시작됐던 주유의 루머 때문이었다. 루머는 대상자, 배포자, 이슈자 모두에게 위험스럽다."
지난 4월30일 '사실관계 설명회'에서 김은혜 KT 커뮤니케이션실장은 삼국지까지 거론하며 이석채 회장을 둘러싼 루머 진압에 나섰다. 5월 KT·KTF 합병 4주년 간담회를 앞두고 세간에 확산되고 있는 이 회장 퇴진설을 직접 부인하기 위해서다.
앞서 이 회장을 둘러싸고 3월에는 '몸이 편찮아 정상경영이 어렵다더라'라는 와병설이, 4월에는 입원설이 돌았고 급기야 '이사회에서 거취를 표명했다', '청와대에서 자진사퇴를 요청했다', '5월에 퇴진 기자간담회를 한다'는 이야기까지 퍼져있던 상황이다.
이날 김 실장은 "실제로 이사회가 열렸고 나도 거기에 있었지만 (이 회장의) 거취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며 "5월에 간담회를 하긴 하는데 회장 퇴진 간담회가 아니라 매년 해오던 KT·KTF 합병 4주년 기념 간담회를 갖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KT는 요즘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조찬세미나 강연 예고, 고졸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 현장 방문, 영업현장 방문 등 마치 이 회장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듯 회장의 활동을 활발히 홍보하고 있다.
이날 KT는 이 회장이 10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회삿돈으로 도곡동 타워팰리스에서 살고 있다는 루머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갔다. 김 실장은 "공시자료를 토대로 말하면 지난해 등기이사 3명(이석채, 표현명, 이상훈)에게 지급한 금액은 총 39억원이었고 1인 평균 13억원 수준"이라며 "이것도 1년 내에 지급되는 보수가 아니라 퇴직 충당금, 주식으로 지급되고 세금까지 내야 하는 장기성과급까지 포함된 것이다. 경쟁사인 S사의 경우 등기임원 3명 연봉이 92억8500만원, 물리적으로 나누면 1명당 31억원 정도"라고 빗대어 설명했다.
타워팰리스 건은 정당한 이사회 의결에 의해 제공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이 회장은 비상경영 등 비용절감 차원에서 타워팰리스에서 나온 상태다.
◆내부고발자와의 전쟁
요즘 KT는 밖으로는 수장 퇴진설, 안으로는 내부고발 건으로 다소 시끄럽다. 지난 3월29일 KT 새노조와 참여연대는 KT 광화문 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가 특정 무자격 하청업체에게 공사 밀어주기를 감행했다고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경영진의 뇌물수수, 비자금 조성, 리베이트 의혹 등도 함께 제기됐다.
내부 제보자가 이례적으로 많은 횟수의 공사와 용역, 물품 구매 등을 수행한 업체를 발견해 KT 윤리경영실에 고발했지만 사측이 이를 묵살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인하통신(12회), 제이엠아이(16회), 한스콤정보통신(20회) 등 3개 업체에 정보통신공사가 집중됐는데, KT가 유비즈(U-Biz) 협력사 159개 풀을 선정해 운영하고 있어 이 같은 업체 선정은 불가능하다는 것.
용역의 경우 협력사 풀에 포함돼 있지 않은 인투플랜(17회), 인하통신(2회), 제이엠아이(2회) 등과 계약했으며 이들 업체 모두 엔지니어링사업자 신고를 하지 않은 무등록 업체라는 설명이다. 해당 업체들은 내부 제보 이후 엔지니어링사업자 자격을 얻었고, 내부 제보자는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즉각 반박자료를 냈다. KT G&E부문은 2011년 7월부터 부문운영규정에 따라 풀 내에 있는 업체들에게만 공사를 발주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인하통신에 대한 발주는 운영규정 의무화 이전에 한 것으로 규정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제이엠아이와 인하통신은 각각 공사물품 납품과 정보통신공사에 참여했을 뿐 엔지니어링 용역을 수행한 적은 없다고 KT 측은 설명했다. 인투플랜은 워크숍 준비, 항공기 발권 대행 등의 용역을 담당한 바 있으나 이것은 정보통신공사법이나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에서 말하는 엔지니어링공사 용역과는 다른 것이라는 게 KT의 반박이다.
이와 함께 KT 윤리경영실은 G&E부문의 정보통신공사와 관련해 무자격 업체에 공사를 밀어주고 있다는 내용으로 사내 신문고, 전화, 이메일, 우편 등 어떤 방법으로든지 제보를 받은 바 없다고 일축했다.
◆번호이동 순감 행진 '어이할꼬'
KT를 둘러싼 주변의 위협은 통신시장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한명이라도 더 많이 타사 가입자를 빼와야 하는 포화상태의 시장에서 KT의 번호이동 건수가 점차 감소추세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지난 5월1일 발표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 번호이동 건수는 72만8585건(자사 번호이동 미포함)으로 전월(65만3422건) 대비 11.5% 증가했다.
이통3사의 번호이동 현황을 보면 KT는 SKT에 1만6209건, LGU+에 2만4121건을 빼앗겨 모두 4만330건 순감했다. 영업정지가 지속됐던 3월에는 19만5789건 감소했다.
경쟁사인 SKT는 지난 한달동안 1만4334건이 순감했다. KT로부터 1만6209건을 유치했으나 LGU+에 3만543건을 빼앗겼다. 반면 LGU+는 SKT와 KT로부터 모두 가입자를 유치해 5만4664건이 순증했다.
현재 KT는 LGU+에 이어 지난 4월22일 선보인 망내외 유무선 음성통화 무제한 요금제인 '유선무선 완전무한' 요금제로 신규고객 유치와 리텐션(고객유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SKT까지 지난 4월30일부터 유사 요금제인 '전국민 무한요금제'로 번호이동 전쟁에 나선 터라 KT의 회복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