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노조 단협 ‘백지위임’…“있을수 없는 일” | ||||||
새노조 “노조가 회장 들러리” vs 노조 “사측과 신뢰관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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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노조가 올해 사측과의 단체협상에서 노조 측 요구안을 제시하지 않고 사측의 협상안을 전격 수용하는 이른바 ‘백지위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KT새노조는 9일 성명을 통해 “KT노조가 올해 단체협약을 회사 측에 백지위임했다”며 “1차 교섭 석상에서 이뤄진 위임으로 KT노조 역사상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KT새노조는 “KT 노동자의 연이은 죽음과 KT 사측의 반노동자적인 노동인권 침해가 사회적 공론이 되고 있는 이 시점에 KT노조가 투항하다시피 교섭을 포기한 것은 스스로 노조이기를 포기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KT새노조는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 이유로 ‘창조경제 동참’, ‘통신위기’, ’비정규직 등 사회 환경 개선’ 등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라며 “그 어느 것 하나 단체협약을 위임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없는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KT새노조는 “이석채 회장에게 KT노조가 교섭권을 백지위임한 것은 스스로 KT 노동자의 권익이 아니라 이석채 회장의 입지를 위해 활동하는 들러리임을 밝힌 것”이라며 “이석채 회장의 들러리로 전락한 KT노조와 경영실패에 대해 어떤 반성도 없는 낙하산 경영진들로는 KT와 KT노동자들에게 그 어떤 미래 비전도 마련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KT새노조는 “KT노조의 터무니없는 백지위임에 단호히 반대하자”며 “이석채 회장이 위임받아 제출할 단체 협약안을 반드시 KT 노동자의 힘으로 부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KT노조 “사측과 신뢰관계에 기반해…투표로 평가받을 것” KT노조는 새노조의 비판에 대해 “백지위임이 아니라, 단협에서 (노조측) 요구안을 제시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사측과의 신뢰관계를 믿는다”고 밝혔다. 차완규 KT노조 정책실장은 “사측과 충분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우리 측 요구안을 제시하지 않고, 사측의 협상안을 수용한다는 것”이라며 “사측은 이러한 자세를 더 어려워 한다”고 전했다.
또 차완규 실장은 “사측 안을 받아 그대로 조합원 찬반투표에 넘기게 된다”며 “노동자들이 받아드리기 어려운 안이라면 찬반투표에서 부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차완규 실장은 “그동안 단협에 2개월가량이 걸렸다”며 “이번에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원들 불만 있는데 ‘백지위임’, 노동조합 역할을 포기한 것” 양현 전국철도노동조합 노무사는 “백지위임은 회사사정이 어려우니, 교섭에 비용을 들이지 말고 사측이 요구안을 그대로 수용한다는 의미”라며 “백지위임은 노조가 자신의 교섭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양현 노무사는 “백지위임이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며 “회사가 처한 상황, 조합원의 현재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현 노무사는 “조합원들의 불만과 요구가 있는 상황에서 백지위임으로 교섭권을 포기했다면 노동조합이 스스로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며 “백지위임 단협안에 대한 찬반 투표가 노조 지도부의 불신임 여부를 묻는 투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조합원보다 경영진 걱정하는 노조…찬반투표는 의미없어”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조합원을 걱정해야할 노조 집행부가 경영진을 걱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태욱 위원장은 “작년에도 사실상 단협 막판, ‘이석채 회장의 통큰 결단을 촉구한다’며 백지위임을 했다”며 “조합원들은 비통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또 조태욱 위원장은 “KT노조는 현재 절차적 민주주의가 파괴된 조직”이라며 “참관인도 없이 사실상 공개 투표하는 조직에서 찬반투표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