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재벌 맞선 국민기업? 이석채 회장 '아전인수'
[현장] KT 합병 4주년 기자간담회... 명퇴-낙하산도 '일자리 창출' 포장13.06.11 14:35
최종 업데이트 13.06.11 14:35 김시연(staright)▲ 이석채 KT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KT-KTF 합병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네트워크 투자 및 일자리 창출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
ⓒ 김시연 |
"여러분이 내 거취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이석채 KT 회장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이 회장은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KT-KTF 합병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이 회장은 한 발 더 나아가 KT를 재벌 기업에 맞선 '국민기업'이자 '친노조' 기업으로, 대규모 명예퇴직이나 '낙하산 인사'조차 젊은 세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로 포장했다.
합병 4주년 잔칫날 찾은 '불청객들'... 이석채 '항변'
이날 행사장 주변은 아침부터 어수선했다.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 박찬성 전 팀장 등 KT에서 해고된 '내부고발자'들이 회장 면담을 요구하며 나타난 것이다. KT 직원들이 입구부터 원천봉쇄하는 바람에 끝내 성사되진 않았지만, 잔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엔 충분했다.
이들을 의식했을까? 이 회장은 이날 40여 분에 걸친 발표 도중 자신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 대해 나름 해명했다.
우선 이 회장 취임 직후인 지난 2009년 말 국내 기업 사상 최대 규모였던 5992명 명예퇴직과 관련, "(명퇴자들이) 정년보다 2년 먼저 퇴직해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물려줬고 덕분에 신규 인력 1만3천 명을 뽑을 수 있었다"고 자화자찬했다. 이날 발표에도 앞으로 5년간 네트워크 고도화 등에 3조 원을 투자해 2만 5천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아울러 김은혜 전무, 김홍진 사장 등 이른바 '낙하산 인사' 논란에 대해서도 "국내는 전문 경력자, 전문 경영자 시장이 좁아 젊은이들이 미래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면서 "나는 내부 사람을 안 쓰고 외부 사람만 쓴다고 비판받긴 했지만 (경력자 시장이 확대되면) 우리 젊은이들이 불안감을 해소하고 우리 경제를 활성화한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주노총을 탈퇴한 뒤 최근 한국노총에 가입한 현 KT 노조에 대해서도 "자랑스럽다"며 '친노조 경영인'을 자임했다. 이 회장은 "우리 노조는 차별적인 인센티브 확대에 찬성하고 젊은이 일자리를 위한 임금 동결도 받아들였다"면서 "KT가 다시 살아나 일류기업이 된다면 최대 공로자는 KT 노조"라며 추켜세웠다.
거취 질문에 "내가 지금 나가면 되나" 여유있게 응수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자신의 거취에 관한 질문이 연거푸 나오자 이 회장은 "내가 지금 (행사장 밖으로) 나가면 되나"라고 농담으로 응수한 뒤, "여러분이 내 거취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며 짐짓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바깥에서 그렇게 떠들어도 변함없이 움직이고 목표하는 대로 착실하게 하고 있지 않나"라면서 "재벌 아니면서 재벌과 일대일 진검승부하는 기업은 우리가 유일하다"며 화살을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재벌 통신사'에 돌렸다.
아울러 "KT가 100% 민영화됐지만 뿌리는 공익과 결합된 회사"라면서 '국민기업'임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우리 국민들은 '(기업은) 주인이 있어야 해' 하며 재벌만이 잘 할 수 있다고 체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KT는) 재벌이 아니라도 국민기업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KT는 최근 '황금 주파수' 경매를 앞두고 경쟁사들을 견제하면서 '비재벌·국민기업'을 내세오고 있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정작 통신요금 인하 논란이 한창일 때 KT 역시 사기업임을 내세워 강력히 반대하기도 했다.
프로야구단부터 미디어, 금융, 렌탈, 부동산, 교육 등 비통신 사업 다각화가 재벌의 문어발 확장과 다를 게 뭐냐는 지적에도 이 회장은 "구글이 작은 회사들을 인수해 벤처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고 있는 것처럼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좋은 값에 사주게 되면 젊은 기업인들이 늘어난다"면서 "KT렌탈이나 야구단도 모두 버추얼굿(가상재화)을 둘러싼 일들이고 미디어 기업 분사처럼 때로는 합치고 분사하고 인수해 활성화하는 것이지 문어발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슈퍼갑'처럼 해선 안돼"... 행사장 밖에선 '을' 피켓시위
▲ KT 해고자와 '을' 피해자들이 11일 오전 KT 합병 4주년 기자간담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 앞에서 이석채 회장 면담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 |
ⓒ 김시연 |
특히 이 회장은 이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이타심이 아니라 KT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면서 "KT는 재벌이 아니기 때문에 제3자와 협력해 '윈윈'하는 성장 모델을 만들지 않고 과거 '슈퍼갑'처럼 하면 절대 협력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장 밖에선 KT 자회사 콜센터 직원, 대리점 사업자 등 'KT 을 피해자 모임'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은 "지금 KT에선 내부 비판이나 견제가 허용되지 않고 문어발식 기업 확장이나 '갑을' 문화도 재벌 행태와 다를 바 없다"면서 "이석채 회장 경영 방식은 재벌 극복이 아니라 재벌이 되어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신규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도 "노동자를 내보내면서 좋지 않은 신규 일자리만 자꾸 만드는 게 모범 사례가 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제주 7대 자연경관 국제전화 투표' 문제를 시민단체를 통해 고발한 뒤 KT에서 해고됐다. 하지만 국가권익위원회는 최근 그를 내부고발자로 인정해 KT에 원상회복 권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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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채 KT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KT-KTF 합병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네트워크 투자 및 일자리 창출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
ⓒ 김시연 |
"여러분이 내 거취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이석채 KT 회장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이 회장은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KT-KTF 합병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이 회장은 한 발 더 나아가 KT를 재벌 기업에 맞선 '국민기업'이자 '친노조' 기업으로, 대규모 명예퇴직이나 '낙하산 인사'조차 젊은 세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로 포장했다.
합병 4주년 잔칫날 찾은 '불청객들'... 이석채 '항변'
이날 행사장 주변은 아침부터 어수선했다.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 박찬성 전 팀장 등 KT에서 해고된 '내부고발자'들이 회장 면담을 요구하며 나타난 것이다. KT 직원들이 입구부터 원천봉쇄하는 바람에 끝내 성사되진 않았지만, 잔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엔 충분했다.
이들을 의식했을까? 이 회장은 이날 40여 분에 걸친 발표 도중 자신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 대해 나름 해명했다.
우선 이 회장 취임 직후인 지난 2009년 말 국내 기업 사상 최대 규모였던 5992명 명예퇴직과 관련, "(명퇴자들이) 정년보다 2년 먼저 퇴직해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물려줬고 덕분에 신규 인력 1만3천 명을 뽑을 수 있었다"고 자화자찬했다. 이날 발표에도 앞으로 5년간 네트워크 고도화 등에 3조 원을 투자해 2만 5천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아울러 김은혜 전무, 김홍진 사장 등 이른바 '낙하산 인사' 논란에 대해서도 "국내는 전문 경력자, 전문 경영자 시장이 좁아 젊은이들이 미래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면서 "나는 내부 사람을 안 쓰고 외부 사람만 쓴다고 비판받긴 했지만 (경력자 시장이 확대되면) 우리 젊은이들이 불안감을 해소하고 우리 경제를 활성화한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주노총을 탈퇴한 뒤 최근 한국노총에 가입한 현 KT 노조에 대해서도 "자랑스럽다"며 '친노조 경영인'을 자임했다. 이 회장은 "우리 노조는 차별적인 인센티브 확대에 찬성하고 젊은이 일자리를 위한 임금 동결도 받아들였다"면서 "KT가 다시 살아나 일류기업이 된다면 최대 공로자는 KT 노조"라며 추켜세웠다.
거취 질문에 "내가 지금 나가면 되나" 여유있게 응수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자신의 거취에 관한 질문이 연거푸 나오자 이 회장은 "내가 지금 (행사장 밖으로) 나가면 되나"라고 농담으로 응수한 뒤, "여러분이 내 거취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며 짐짓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바깥에서 그렇게 떠들어도 변함없이 움직이고 목표하는 대로 착실하게 하고 있지 않나"라면서 "재벌 아니면서 재벌과 일대일 진검승부하는 기업은 우리가 유일하다"며 화살을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재벌 통신사'에 돌렸다.
아울러 "KT가 100% 민영화됐지만 뿌리는 공익과 결합된 회사"라면서 '국민기업'임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우리 국민들은 '(기업은) 주인이 있어야 해' 하며 재벌만이 잘 할 수 있다고 체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KT는) 재벌이 아니라도 국민기업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KT는 최근 '황금 주파수' 경매를 앞두고 경쟁사들을 견제하면서 '비재벌·국민기업'을 내세오고 있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정작 통신요금 인하 논란이 한창일 때 KT 역시 사기업임을 내세워 강력히 반대하기도 했다.
프로야구단부터 미디어, 금융, 렌탈, 부동산, 교육 등 비통신 사업 다각화가 재벌의 문어발 확장과 다를 게 뭐냐는 지적에도 이 회장은 "구글이 작은 회사들을 인수해 벤처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고 있는 것처럼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좋은 값에 사주게 되면 젊은 기업인들이 늘어난다"면서 "KT렌탈이나 야구단도 모두 버추얼굿(가상재화)을 둘러싼 일들이고 미디어 기업 분사처럼 때로는 합치고 분사하고 인수해 활성화하는 것이지 문어발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슈퍼갑'처럼 해선 안돼"... 행사장 밖에선 '을' 피켓시위
▲ KT 해고자와 '을' 피해자들이 11일 오전 KT 합병 4주년 기자간담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 앞에서 이석채 회장 면담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 |
ⓒ 김시연 |
특히 이 회장은 이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이타심이 아니라 KT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면서 "KT는 재벌이 아니기 때문에 제3자와 협력해 '윈윈'하는 성장 모델을 만들지 않고 과거 '슈퍼갑'처럼 하면 절대 협력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장 밖에선 KT 자회사 콜센터 직원, 대리점 사업자 등 'KT 을 피해자 모임'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은 "지금 KT에선 내부 비판이나 견제가 허용되지 않고 문어발식 기업 확장이나 '갑을' 문화도 재벌 행태와 다를 바 없다"면서 "이석채 회장 경영 방식은 재벌 극복이 아니라 재벌이 되어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신규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도 "노동자를 내보내면서 좋지 않은 신규 일자리만 자꾸 만드는 게 모범 사례가 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제주 7대 자연경관 국제전화 투표' 문제를 시민단체를 통해 고발한 뒤 KT에서 해고됐다. 하지만 국가권익위원회는 최근 그를 내부고발자로 인정해 KT에 원상회복 권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