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말만 받아쓰는 언론, 제대로 된 기자가 없다” | |||||||||||||||||||||||||||||||||||
[현장] 이석채 회장은 왜 줄행랑 쳤나? 공식 질의 3차례로 제한, 민감한 질문에 줄행랑 | |||||||||||||||||||||||||||||||||||
| |||||||||||||||||||||||||||||||||||
KT는 문을 굳게 닫았다.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지사 1층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통합 KT 4주년’ 기념 기자간담회. 건물 정문에는 이석채 회장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다. 1층 카페를 찾은 시민들, 취재하러 온 기자들은 자유롭게 출입한 반면 ‘항의’하러 온 이들은 KT 직원들에 가로막혔다. KT는 행사가 끝나고 나서도 문을 열지 않았다. 이들은 철창에 갇힌 신세가 됐다. 세계 7대 경관 국제전화 사기 의혹을 제기하고 해고된 KT새노조 이해관 위원장, 인력퇴출프로그램이 본사 차원에서 기획·실행됐다고 양심선언하고 해고된 박찬성씨, 통합상품 대리점을 열었지만 판매수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KT와 소송 중인 대리점주 오영순씨, KT가 자회사를 통해 위장 정리해고를 시도했다며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KT 명예퇴직자 최광일씨…. 이들은 이날도 이석채 회장을 만나지 못했다. 이해관 위원장은 “이석채 회장은 상생을 강조하는데 왜 (우리를) 만나려고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고자 박찬성씨는 “사실관계가 다른 점을 정확하게 밝히려 왔지만 출입조차 할 수 없다”며 “우리를 불한당으로만 본다”며 KT는 이제 불한당으로만 취급한다”고 말했다. KT 명퇴자 최광일씨는 “회장님을 만나고 싶다”고 연신 소리를 내질렀다.
이석채 회장이 제안하는 KT의 장기 생존전략과 사업모델은 화려했다. 그는 ‘세계 최초 웹 방식의 IPTV’를 7월 초에 시작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인터넷기업들이 장악한 OS를 활용하지 않고 웹 표준방식인 HTML5을 활용해 콘텐츠 유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이 회장은 “KT는 통신기업이 아니라 미디어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재벌과 맞서 싸우는 곳이 KT뿐”이라며 언론의 관심을 부탁했다. 이밖에도 이 회장은 르완다 정부와 2700억 원 규모의 유무선 인터넷 사업 계약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최근 시작한 클라우드 서비스와 음원서비스 지니에 대한 자랑도 이어졌다. 그는 ‘가상재화(virtual goods)’와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 의사도 밝혔다. 그는 사회공헌조직 ‘IT 서포터즈’를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발표에 이어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언론의 관심사는 거취 문제로 이어졌다. 이석채 회장은 “거취가 언론의 관심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비통신부분에 대한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판에 대해 “외형적으로 보면 그렇다”면서도 “전혀 다른 목적의 업종을 가지고 있는 것을 봤나? 없다”고 잘라 말했다. KT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 주파수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결정할 문제”라고만 말했다. 수차례 손을 들어 질문을 하겠다고 요청했으나 KT는 단 세 명의 기자에게만 질문하도록 제한했다. KT 관계자는 “행사가 끝나고 질문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니 그때 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했지만 이석채 회장은 발표가 끝나자마자 연단에서 내려와 행사장 밖으로 퇴장했다.
언론이 이석채 회장의 거취를 재차 묻는 배경에는 지하철 9호선 광고사업에 적자투자를 강행하고, 8촌 관계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선대본부장이었던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 회사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검찰에 ‘경영상 배임’으로 고발당하는 등 일련의 사건들이 있다. 지난해 폭로된 새노조·민주동지회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논란, 올해 대법원의 CP프로그램 불법성 판결은 이석채 회장에 대한 비판 여론에 불을 댕겼다. 특히 CP프로그램은 114 노동자에게 전신주 개통작업을 지시하고 이를 제대로 못해내면 경고를 반복하며 해고를 유도하는 등 ‘학대해고’에 가깝다. 이런 까닭에 민영화된 공기업 KT는 이제 ‘죽음의 기업’으로 불린다. 이날 이석채 회장은 자신을 만나러 온 노조위원장, 대리점주, 해고자, 명퇴자를 만나지 않았다. 기자들도 이들을 만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석채 회장과 기자들이 오히려 철창 안에 갇힌 신세, 도망자로 보였다. 굳게 닫힌 행사장 안에서 기자들은 회장의 말을 받아 적기 바빴다. 대리점주 오영순씨는 “기자들이 이렇게 많은데 제대로 된 기자는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