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고발한 KT노동자, 침묵하는 비정한 언론들 | ||||||||||||||||||||||||||||
주요일간지 중 한겨레·경향·서울만 보도…새노조 “광고선전비 늘어난 후 비판보도 나오질 않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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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한 노동자가 KT 사측의 노동탄압을 비판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사실조차 보도하지 않고 있다. 지난 18일 KT 광양지사에서 근무하던 김아무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저녁 7시 경 김씨가 전남 순천시 팔마체육관 주차장에 있는 자신의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운 채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했다. 차 안에서 김씨가 10일 작성한 유서가 발견됐다. 김씨는 유서에서 KT 경영진과 관리자가 선거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2013년도 임금단체협약 협상에서 KT 노동조합이 경영진에 교섭권을 위임했고 관리자들이 이 안에 찬성표를 던지라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반대표를 던진 직원은 불려가 곤욕을 치르고, 검표를 통해 반대표를 던진 노동자를 확인했다는 정황도 나온다. 김씨는 유서에 “이런 현실 속에서 노조원이 주권을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겠는가. 15년간 사측으로부터 이뤄진 노동탄압이 이제 끝났으면 한다”고 남겼다. 유서에는 또한 관리자가 노동조합 투표에 개입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침묵했다. 노동자의 자살이 알려진 이후 KT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언급한 언론은 한겨레(19일 9면), 경향(19일 1면, 10면), 서울신문(19일 8면) 세 곳에 불과했다. 그 중 한겨레와 서울신문 기사는 KT노동자가 자살했다는 소식과 KT 사측이 자신들이 원하는 임단협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는 논란을 다룬 단타성 기사였다. 그나마 경향이 임단협안을 둘러싼 논란을 상세히 전하고, 사설을 통해 KT 노동탄압의 실상을 철저히 규명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KT가 민영화 이후 광고선전비를 늘리며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해 언론이 KT 사안에 대해 잘 보도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KT 새노조 이해관 위원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KT가 공기업 시절에는 번 돈을 공공재를 위한 투자에 썼는데, 민영화된 이후 가장 두드러진 변화가 광고 선전비의 급증이다”며 “그렇게 광고선전비가 늘어난 이후 KT에 대한 비판적 보도가 거의 나오질 않고, 특히 노동문제의 경우 어떤 일이 벌어져도 보도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 진보언론을 제외하고는 사실 보도조차 하지 않고, 보도가 있다 해도 표면적인 보도에 그칠 뿐 더 깊게 나아가는 보도는 나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노동자들의 싸움이 장기화되면서 언론 입장에서는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전부터 KT 문제에 대해 보도해왔던 경향신문 이영경 기자는 “KT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관심에서 밀려나 둔감하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작년이나 제작년부터 KT의 인력퇴출프로그램이나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법원에서의 다툼도 있었고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도 있었다”며 “하지만 사실상 별다른 결과가 없었고 위법이라는 식의 결정이 안 나오면서 언론이 무관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언론이 무관심해지면서 KT 노동자들처럼 회사와 오랫동안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의 현실은 더욱 악화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정호희 대변인은 이에 대해 “노동자들의 투쟁이 장기화될 경우 매일 언론에 보도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우리의 문제를 알아달라는 절박한 호소에 대해 언론이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