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당보조금에도 시장점유율↓
실적 저조…LTE 경쟁 등 존재감 없어
LGU+ 흑자전환…SKT 순익 3배↑
“통신 문외한 상층부 채우고
단기 성과에 매몰된 탓” 분석
지난 2일 케이티(KT)를 마지막으로 이동통신 3사의 2분기 실적발표가 마무리됐다. 선방한 에스케이텔레콤(SKT)·엘지유플러스(LGU+)와 달리, ‘업계 맏이’ 케이티 홀로 우울한 실적을 냈다. 케이티는 올해 들어 진행된 각종 업계 이슈에서도 밀리는 모습을 보여, 회사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케이티는 2분기에 매출 5조7570억원, 영업이익 3483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0.8%, 0.7% 증가했지만, 전 분기에 비해서는 각각 5.7%, 5.5% 줄어든 수치다. 케이티스카이라이프 등 계열사 영업이익 기여분(1550억원·44.5%)이 1년새 3배 가까이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주력인 통신 분야에서의 고전은 뚜렷하다. 가입자 수도 엘지유플러스(6.8% 증가)나 에스케이텔레콤(1.8% 증가)과 대조적으로 0.3% 줄었다.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도 3만1615원으로, 두 회사보다 2000원 이상 낮다.
이에 반해 엘지유플러스는 2분기에 영업이익 1448억원, 순이익 81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지난해 동기 대비)에 성공했다. 에스케이텔레콤도 매출 4조1642억원, 영업이익 5534억원, 순이익 3459억원을 올렸다. 세 항목 모두 지난해에 비해 증가했고, 특히 순이익은 3배 가까이 늘었다.
3사 사이의 실적 차이는 2분기에만 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케이티는 뒤늦은 엘티이(LTE) 투자,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부터 시장점유율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이다. 게다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영업정지 일주일 처분까지 받았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 결과, 케이티는 올해 상반기 과당 보조금 지급을 주도하고서도 가입자 수는 되레 줄었다. 지난달 18일 방통위 전원위원회에서 위원들은 이 문제를 지적하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된다. 마케팅의 무능이냐, 경영진 전체의 무능이냐?’고 물었을 정도다.
마케팅만이 아니다. 업계 주요 이슈에서도 케이티는 줄곧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전반기 가장 큰 화두였던 ‘망내외 무제한 통화’ 요금제 출시 때가 대표적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이 ‘망내 무제한’으로 선수를 치고 나오자 엘지유플러스가 ‘망외 음성통화도 무제한’이라며 맞섰다. 케이티는 두 회사 요금제를 뒤따라가기에 바빴다.
최근 엘티이-에이(LTE-A) 경쟁 국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에스케이텔레콤과 엘지유플러스가 “엘티이보다 속도가 최대 2배 빠른 엘티이-에이 세계 최초”, “100% 엘티이가 아니면 돈을 받지 않겠다”며 싸우는 중인데, ‘업계 맞이’ 이자 2위 사업자인 케이티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하다. 정부가 불하해준 900㎒ 대역이 ‘불량 주파수’여서 그렇다고 항변하지만, 이용자들에게는 소용없는 얘기일 뿐이다. 케이티는 2009년 아이폰 도입 뒤 한번도 긍정적인 이슈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요즘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엘티이용 주파수 경매에서도 케이티는 에스케이텔레콤·엘지유플러스 연합군에 밀리는 분위기다. 노조까지 나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정부 쪽에 대한 압박을 시도했지만, 괜스레 대정부 관계만 악화했을 뿐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이석채 회장 취임 뒤 비통신 전문가로 상층부를 채운데다, 통신업종 특성과 맞지 않는 단기적인 성과주의에 매몰된 결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