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기업일수록 큰 보수 격차
전체 상장사 평균 격차는 7배
10대 기업 임원 보수 증가 속도 308%
근로자는 29%로 10분의 1 그쳐
삼성전자 보수 격차 73배로 1위
한국타이어 68배, CJ 65배…
부가가치 낮은 유통업도 13배
기업 경영자들이 단기 성과를 추종하면서 과도한 보수를 받아왔던 게 2008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후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영자가 가져가는 보수는 기업 내부 문제일 뿐이라는 강력한 통념도 깨졌다. 기업 내에서 보상 체계가 왜곡될 경우 자본주의 전체 시스템에 치명적인 위기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이 소수 대주주만의 전유물이 아닌 임직원과 주주, 소비자, 공급자, 은행, 지역 공동체 등 여러 이해 관계자들과 깊이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볼 때, 경영진의 보수가 기업 내부의 문제만은 아닌 것이다. 내년부터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의 등기 임원의 개별 보수를 공개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가능해진 일이다. 외환위기 이후 미국식 인사 및 보상 체계가 빠르게 이식되면서 우리나라의 임원과 직원 사이의 보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 내 보수 격차는 우리 사회 양극화의 한 원인이자 그 현상이기도 하다. <한겨레>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기업의 보상 체제와 임원 보수의 실태, 그 결정 과정을 둘러싼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삼성전자 사내이사 평균연봉 52억
110개 협력사는 2.5억으로 5% 수준원청-하청 임원 보수도 큰 격차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 제조업체들은 수천개의 협력사를 거느리고 있다. 갤럭시폰이나 쏘나타 등의 완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잘 드러나지 않는 조력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력자들과 공급망 사슬의 최상단에 있는 완성품 업체 간의 보상 수준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까?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권오현 대표이사 등 사내이사 3명에게 모두 156억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1인당 평균 연봉이 52억원인 셈이다. 1년이 52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삼성전자 사내이사들은 평균적으로 1주당 1억원의 보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한겨레>는 삼성전자 협력사 가운데 국내 증시(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에 상장된 110개 업체의 보상 현황을 조사해봤다. 이에 따르면, 이들 상장 협력사는 지난해 모두 360명의 사내이사들에게 916억5700만원을 지급했다. 1인당 사내이사 평균 연 보수는 2억5460만원 수준인 셈이다. 삼성전자 사내이사 1인당 평균 보수의 5% 수준이다.이들 상장 협력사가 근로자에게 지급한 보수와의 비교 결과는 매우 극적이다. 이들 협력사가 지난 한 해 동안 근로자 3만5365명에게 지급한 총보상은 1조4703억원으로, 근로자 1인당 평균 보수는 2960만원이다. 여기에 견주면 삼성전자 사내이사의 1인당 평균 보수는 176배 더 많다.끝으로 삼성전자 근로자 보수도 상장 협력사의 보수와 비교를 해봤다. 삼성전자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6970만원으로, 상장 협력사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 보수보다 2.35배 컸다.이 분석에서 삼성전자 사내이사들이 과거에 부여받았던 주식보상(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를 포함시킬 경우 삼성전자 사내이사와 삼성전자 근로자, 협력사 사내이사, 협력사 근로자 간 보수 격차는 더욱 커진다. 가령 권오현 대표이사의 경우 2000년과 2001년에 모두 3만주의 스톡옵션을 행사해 수십억원대의 차익을 거뒀다. 아직 팔지 않고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은 5500주로 현 시가 기준 평가가치는 77억원이다.김창완 미국 캔자스대 교수(사회학)는 “보수 격차는 성과 차이 영향도 있지만 포지션(소속된 위치) 파워의 영향이 크다. 생산성과 사회의 기여도는 똑같더라도 포지션 파워에 기반한 보수 수준의 격차가 지나치다면 전반적으로 기업과 사회의 효율성은 떨어진다”고 말했다.김경락 류이근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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