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적 받아들고 혼자 우는 KT…주파수 경매 전략 꼬여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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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8.13 19:17: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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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6일 KT 안양지사에서 열린 900㎒ 전파간섭 검증에서 김영인 KT 무선액세스망품질 담당 상무가 RFID(무선인식전자태그)와 스마트폰의 간섭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매경DB> | ||
2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KT가 울상이다. SKT와 LGU+가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 증가, 마케팅비 감소로 모두 이익이 늘었는데 KT 혼자 낙제점을 받은 때문이다. ‘나 홀로 영업정지’에 이어 하반기 실적이 달린 광대역 주파수 경매도 불리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석채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마저 제기되는 형국이다.
지난 2분기는 이통 3사에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시기였다. 청와대발 보조금 규제, 음성 무제한 요금제 경쟁, 주파수 경매 방안 논란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 그 와중에도 KT는 지난 5월 LTE 가입자 수 2위를 차지하며 LGU+를 다시 ‘만년 꼴찌’로 밀어내는 듯했다. LTE 부문에서 KT가 LGU+를 제친 것은 LTE를 상용화한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이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정반대였다. 당기순이익이 SKT(4677억원)와 LGU+(815억원)는 전년 대비 각각 33% 증가, 흑자전환한 반면 KT(1334억원)는 무려 44% 감소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각각 5.7%, 5.2% 줄었다. 그나마 KT스카이라이프(영업이익 1550억원) 등 계열사의 호실적이 떠받쳐준 덕을 봤다. 주력인 통신 분야에선 그만큼 더 고전했다는 얘기다. 전체 가입자 수도 SKT(1.8%)와 LGU+(6.8%)가 증가한 데 반해 혼자 0.3% 줄었다.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도 3만1615원으로, 두 회사보다 2000원 이상 낮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인 셈이다.
지난 2분기는 이통 3사에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시기였다. 청와대발 보조금 규제, 음성 무제한 요금제 경쟁, 주파수 경매 방안 논란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 그 와중에도 KT는 지난 5월 LTE 가입자 수 2위를 차지하며 LGU+를 다시 ‘만년 꼴찌’로 밀어내는 듯했다. LTE 부문에서 KT가 LGU+를 제친 것은 LTE를 상용화한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이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정반대였다. 당기순이익이 SKT(4677억원)와 LGU+(815억원)는 전년 대비 각각 33% 증가, 흑자전환한 반면 KT(1334억원)는 무려 44% 감소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각각 5.7%, 5.2% 줄었다. 그나마 KT스카이라이프(영업이익 1550억원) 등 계열사의 호실적이 떠받쳐준 덕을 봤다. 주력인 통신 분야에선 그만큼 더 고전했다는 얘기다. 전체 가입자 수도 SKT(1.8%)와 LGU+(6.8%)가 증가한 데 반해 혼자 0.3% 줄었다.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도 3만1615원으로, 두 회사보다 2000원 이상 낮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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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 가져가도 잘해야 본전”
더 심각한 문제는 이통 3사 중 KT가 보조금을 가장 많이 뿌렸다는 사실이다. KT의 이런 ‘난감한’ 상황은 지난 7월 18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오간 한 대화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김충식 방통위 부위원장은 이날 피심의자로 출석한 이석수 KT 상무에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 왜 불법은 제일 많이 했는데 가입자 수는 감소하는 상황이 일어났는가”라고 물었다. “마케팅 무능인지, 경영진 전체 무능인지 (모르겠다)”라고도 했다. 이에 이 상무는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고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KT도 찾고 있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영진의 무능’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 담당 A애널리스트는 “KT는 아이폰 이후 단 한 번도 시장 이슈를 선도한 적이 없다. LGU+가 3위 사업자로서 LTE 전국망 최초 설치, 음성·데이터·문자 무제한 요금제 최초 출시 등 선제적인 서비스를 내놓는 동안 KT는 정책적으로 여러 차례 실기(失機)했다”고 꼬집었다.
한때 KT의 동아줄로 여겨졌던 아이폰의 선제적 도입은 도리어 발목 잡는 밧줄이 됐다. KT는 아이폰이 세계를 휩쓸던 지난 2009년 국내 이통사 중 처음으로 아이폰을 도입했다. 당시 애플은 휴대폰 유통망을 쥐고 있던 이통사가 ‘갑’이던 시장 패러다임을 인정하지 않아 국내 이통사들과 줄다리기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KT가 아이폰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이통사 프리미엄을 내려놓겠다는 의미였다.
처음에는 이 전략이 먹히는 듯했다. 아이폰의 국내 점유율이 30%까지 치솟으며 아이폰 독점 공급사로서의 KT 위상도 높아졌다. 하지만 아이폰 점유율이 10% 밑으로 떨어지며 KT의 수익도 급감했다. 다른 제조사들은 이통사와 보조금을 함께 부담하지만 애플은 그렇지 않아 KT 혼자 보조금을 떠안아야 했기 때문이다.
KT 사정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대리점 입장에선 아이폰보다 보조금이 훨씬 많은 삼성, LG 스마트폰을 먼저 ‘푸시(push)’하려 했을 것이다. 대리점이 아이폰 판매를 기피하니 아이폰 점유율이 낮아진 건 당연하다. 결과적으로 아이폰은 KT의 독배였다”고 지적했다.
올 하반기 성적을 좌우할 주파수 경매를 앞두고도 KT의 실책은 이어졌다.
A애널리스트는 “경매에서 KT는 잘해야 본전이다. 선택할 수 있는 패가 하나밖에 없어 경쟁사에 전략이 훤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라고 단언한다. 이유인즉슨, KT는 그간 ‘주파수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1.8㎓ 인접 대역(방통위 제안서 용어로 ‘D2’)을 KT가 가져와야만 한다고 주장하면서 따로 LTE-A 서비스를 위한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다. 현재 상황에선 주파수 간섭 문제로 LTE-A 서비스를 할 수 없다며 통신 장애가 일어나는 상황을 시연하기까지 했다. 1.8㎓ 인접 대역을 새로 받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으며, 현재 LTE-A 서비스 중인 SKT, LGU+를 따라가려면 KT가 무조건 D2를 가져가야 한다는 무언의 시위였던 것.
KT는 D2 확보에 사활이 걸렸다. 업계에선 5월까지만 해도 LTE-A 서비스가 오는 9월께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KT가 8월 중순으로 예정된 주파수 경매에서 D2를 확보해 광대역화를 이루면 KT LTE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금세 LTE-A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KT가 LTE-A 시대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SKT와 LGU+가 예상보다 2개월이나 빠르게 치고 나와, 7월부터 LTE-A 서비스를 선보이며 KT의 ‘시장선도자’ 꿈은 물거품이 됐다. 물론 SKT와 LGU+는 광대역화가 아닌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 잠깐용어 참조) 기술로 LTE-A를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에 LTE-A 전용 단말기가 있어야만 한다. 광대역화를 이루면 전용 단말기 교체 없이도 LTE 스마트폰 사용자 모두가 바로 LTE-A 속도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KT의 비교우위는 여전히 있다. 하지만 이미 고객들이 경쟁사에서 LTE-A 서비스를 체험한 만큼 KT만의 차별화는 빛이 바랬다. 오히려 KT 혼자만 늦는다는 인식까지 생겼다.
설상가상 방통위가 주파수 할당 방안을 경매로 정하기로 하면서 ‘D2밖엔 난 몰라’ 전략은 KT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KT가 D2가 포함된 할당안에만 집중적으로 입찰하리라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안다. 따라서 SKT와 LGU+는 KT가 원하는 할당안의 가격을 한껏 높여놓고 막판에 다른 할당안을 선택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KT가 막대한 비용을 내고 D2를 가져가게 하려는 것이다. 비싼 값에 D2를 얻으면 그만큼 KT의 마케팅 여력과 이익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T 노조는 지난 6월 ‘경매 보이콧’까지 언급하며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KT 노조 명의로 방통위의 경매 방식이 부당하다며 27개 신문사에 의견광고도 내보냈다. 이때 쓴 광고비가 약 10억원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 ‘KT가 노조를 동원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KT 노조가 그만한 자금을 집행할 여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마저도 KT의 실책이었다는 평이다. 이통 3사 중 ‘나 홀로 영업정지’를 당한 것에 대해 ‘KT 노조가 괜스레 대정부 관계만 악화시킨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때문. 게다가 KT가 지난 8월 2일 방통위의 주파수 경매에 참여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노조 시위는 구호에 불과했던 것으로 판명 났다.
이처럼 연이은 패착은 결국 이석채 회장 책임론으로 이어진다. 이 회장이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통신 비전문가들을 임원으로 잇따라 영입해 정책 실기를 자초했다는 것. MB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은혜 커뮤니케이션실 실장을 비롯해 오세훈 전 서울 시장 동생인 오세현 신사업본부장, 뉴라이트 대변인 출신으로 민생경제연구소 상임위원이었던 변철환 KT경제경영연구소 상무, 서울고검 차장 검사였던 정성복 부회장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모두 통신과는 거리가 먼 ‘정치권 인사들’이다. “이석채 회장이 취임한 뒤 통신업계 외부 인사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 때문인지 지금의 KT는 3G 시절의 KT와 확실히 다르게 느껴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전문가들은 KT가 당장 그동안의 실책을 하나씩 복기해서 인사부터 정책까지 ‘환골탈태’ 하지 않으면 하반기 반등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A애널리스트는 “결국 주파수 경매만 바라보고 LTE-A 서비스를 준비하지 않았던 게 패착이 됐다. KT가 900㎒의 주파수 간섭 현상을 진작 정비했더라면 경매에서 패를 2개 쥐고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3G는 2G보다 2배 빠르면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접속이 됐고, 4G는 3G보다 5배나 빨라져 고객들이 감동을 느꼈다. 하지만 LTE-A는 LTE보다 2배 빠른 것 외에는 특별한 장점이 없다. 광대역화만 바라봤던 KT 전략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잠깐용어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rrier Aggregation)
2개 이상의 주파수를 동시에 수신해 데이터 송수신 속도를 2배로 늘리는 기술을 말한다. 광대역화는 단말기 교체 없이 곧바로 전국적인 LTE-A 서비스를 가능케 한다. 그러나 CA는 LTE-A 전용 단말기에 한해 전국망 주파수와 보조망 주파수가 겹치는 대도시 지역에서만 서비스가 제공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통 3사 중 KT가 보조금을 가장 많이 뿌렸다는 사실이다. KT의 이런 ‘난감한’ 상황은 지난 7월 18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오간 한 대화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김충식 방통위 부위원장은 이날 피심의자로 출석한 이석수 KT 상무에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 왜 불법은 제일 많이 했는데 가입자 수는 감소하는 상황이 일어났는가”라고 물었다. “마케팅 무능인지, 경영진 전체 무능인지 (모르겠다)”라고도 했다. 이에 이 상무는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고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KT도 찾고 있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영진의 무능’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 담당 A애널리스트는 “KT는 아이폰 이후 단 한 번도 시장 이슈를 선도한 적이 없다. LGU+가 3위 사업자로서 LTE 전국망 최초 설치, 음성·데이터·문자 무제한 요금제 최초 출시 등 선제적인 서비스를 내놓는 동안 KT는 정책적으로 여러 차례 실기(失機)했다”고 꼬집었다.
한때 KT의 동아줄로 여겨졌던 아이폰의 선제적 도입은 도리어 발목 잡는 밧줄이 됐다. KT는 아이폰이 세계를 휩쓸던 지난 2009년 국내 이통사 중 처음으로 아이폰을 도입했다. 당시 애플은 휴대폰 유통망을 쥐고 있던 이통사가 ‘갑’이던 시장 패러다임을 인정하지 않아 국내 이통사들과 줄다리기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KT가 아이폰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이통사 프리미엄을 내려놓겠다는 의미였다.
처음에는 이 전략이 먹히는 듯했다. 아이폰의 국내 점유율이 30%까지 치솟으며 아이폰 독점 공급사로서의 KT 위상도 높아졌다. 하지만 아이폰 점유율이 10% 밑으로 떨어지며 KT의 수익도 급감했다. 다른 제조사들은 이통사와 보조금을 함께 부담하지만 애플은 그렇지 않아 KT 혼자 보조금을 떠안아야 했기 때문이다.
KT 사정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대리점 입장에선 아이폰보다 보조금이 훨씬 많은 삼성, LG 스마트폰을 먼저 ‘푸시(push)’하려 했을 것이다. 대리점이 아이폰 판매를 기피하니 아이폰 점유율이 낮아진 건 당연하다. 결과적으로 아이폰은 KT의 독배였다”고 지적했다.
올 하반기 성적을 좌우할 주파수 경매를 앞두고도 KT의 실책은 이어졌다.
A애널리스트는 “경매에서 KT는 잘해야 본전이다. 선택할 수 있는 패가 하나밖에 없어 경쟁사에 전략이 훤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라고 단언한다. 이유인즉슨, KT는 그간 ‘주파수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1.8㎓ 인접 대역(방통위 제안서 용어로 ‘D2’)을 KT가 가져와야만 한다고 주장하면서 따로 LTE-A 서비스를 위한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다. 현재 상황에선 주파수 간섭 문제로 LTE-A 서비스를 할 수 없다며 통신 장애가 일어나는 상황을 시연하기까지 했다. 1.8㎓ 인접 대역을 새로 받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으며, 현재 LTE-A 서비스 중인 SKT, LGU+를 따라가려면 KT가 무조건 D2를 가져가야 한다는 무언의 시위였던 것.
KT는 D2 확보에 사활이 걸렸다. 업계에선 5월까지만 해도 LTE-A 서비스가 오는 9월께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KT가 8월 중순으로 예정된 주파수 경매에서 D2를 확보해 광대역화를 이루면 KT LTE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금세 LTE-A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KT가 LTE-A 시대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SKT와 LGU+가 예상보다 2개월이나 빠르게 치고 나와, 7월부터 LTE-A 서비스를 선보이며 KT의 ‘시장선도자’ 꿈은 물거품이 됐다. 물론 SKT와 LGU+는 광대역화가 아닌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 잠깐용어 참조) 기술로 LTE-A를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에 LTE-A 전용 단말기가 있어야만 한다. 광대역화를 이루면 전용 단말기 교체 없이도 LTE 스마트폰 사용자 모두가 바로 LTE-A 속도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KT의 비교우위는 여전히 있다. 하지만 이미 고객들이 경쟁사에서 LTE-A 서비스를 체험한 만큼 KT만의 차별화는 빛이 바랬다. 오히려 KT 혼자만 늦는다는 인식까지 생겼다.
설상가상 방통위가 주파수 할당 방안을 경매로 정하기로 하면서 ‘D2밖엔 난 몰라’ 전략은 KT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KT가 D2가 포함된 할당안에만 집중적으로 입찰하리라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안다. 따라서 SKT와 LGU+는 KT가 원하는 할당안의 가격을 한껏 높여놓고 막판에 다른 할당안을 선택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KT가 막대한 비용을 내고 D2를 가져가게 하려는 것이다. 비싼 값에 D2를 얻으면 그만큼 KT의 마케팅 여력과 이익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T 노조는 지난 6월 ‘경매 보이콧’까지 언급하며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KT 노조 명의로 방통위의 경매 방식이 부당하다며 27개 신문사에 의견광고도 내보냈다. 이때 쓴 광고비가 약 10억원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 ‘KT가 노조를 동원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KT 노조가 그만한 자금을 집행할 여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마저도 KT의 실책이었다는 평이다. 이통 3사 중 ‘나 홀로 영업정지’를 당한 것에 대해 ‘KT 노조가 괜스레 대정부 관계만 악화시킨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때문. 게다가 KT가 지난 8월 2일 방통위의 주파수 경매에 참여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노조 시위는 구호에 불과했던 것으로 판명 났다.
이처럼 연이은 패착은 결국 이석채 회장 책임론으로 이어진다. 이 회장이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통신 비전문가들을 임원으로 잇따라 영입해 정책 실기를 자초했다는 것. MB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은혜 커뮤니케이션실 실장을 비롯해 오세훈 전 서울 시장 동생인 오세현 신사업본부장, 뉴라이트 대변인 출신으로 민생경제연구소 상임위원이었던 변철환 KT경제경영연구소 상무, 서울고검 차장 검사였던 정성복 부회장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모두 통신과는 거리가 먼 ‘정치권 인사들’이다. “이석채 회장이 취임한 뒤 통신업계 외부 인사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 때문인지 지금의 KT는 3G 시절의 KT와 확실히 다르게 느껴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전문가들은 KT가 당장 그동안의 실책을 하나씩 복기해서 인사부터 정책까지 ‘환골탈태’ 하지 않으면 하반기 반등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A애널리스트는 “결국 주파수 경매만 바라보고 LTE-A 서비스를 준비하지 않았던 게 패착이 됐다. KT가 900㎒의 주파수 간섭 현상을 진작 정비했더라면 경매에서 패를 2개 쥐고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3G는 2G보다 2배 빠르면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접속이 됐고, 4G는 3G보다 5배나 빨라져 고객들이 감동을 느꼈다. 하지만 LTE-A는 LTE보다 2배 빠른 것 외에는 특별한 장점이 없다. 광대역화만 바라봤던 KT 전략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잠깐용어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rrier Aggregation)
2개 이상의 주파수를 동시에 수신해 데이터 송수신 속도를 2배로 늘리는 기술을 말한다. 광대역화는 단말기 교체 없이 곧바로 전국적인 LTE-A 서비스를 가능케 한다. 그러나 CA는 LTE-A 전용 단말기에 한해 전국망 주파수와 보조망 주파수가 겹치는 대도시 지역에서만 서비스가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