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석채호(號)는 지금...⑩어디로 가나 | ||||
꼭 혹은 굳이 바닥을 쳐야만 오를 수 있을까요. 꽉 조인 허리띠에 살집이 잡혀 아린 지 오랩니다. 지쳐 스멀스멀 스민 피로는 그나마 있던 의욕 마저 사그러지게 만듭니다. KT 안에 꽉 찬 울적한 기운은 이른바 총체적 위기론에서 비롯됩니다. 수개월 이어진 CEO 리스크(중도하차설), 실적 저조, 직원사기 저하로 요약되지요. 각각 전혀 달라보이지만, 아닙니다. 결국 ‘사기저하’ 속에 담기는 한 묶음입니다. “굴러온 돌의 전횡을 정리해야” 어떻게 극복할까요. KT인들의 목소리는 얼추 같습니다. 늘 딴죽을 걸었다는 이유로 “재네들은 원래 그래”라고 치부되는 이른바 극렬노조를 비롯한 한 켠과, 경쟁 혹은 흐름에 밀려 바깥에 나온 일각을 제껴두더라도 다르지 않습니다. 영업말단에서 관리자와 임원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십수년 넘게 일하며 ‘KT-DNA’를 담은 이른바 KT인들은 “지금의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굴러온 돌’들의 전횡을 정리해야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풀면 이렇습니다. 앞서 “‘원래KT’(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들어온 인사들을 빚댄 ‘올레 KT’의 상대 조어)라고 해도 좋다. 구KT라고 해도 좋다. 공기업 시절부터 배인 비효율적 문제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합니다. 이어 “하지만 경력에 통신의 ‘통’자도 없고, ICT의 ‘I'도 안보이는 인사들이 의사 결정과정 곳곳을 지배하면서 참담한 결과가 빚어졌다”고 토로합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나마 의사 결정과정에 참여하는 몇몇 KT인 조차 이러저리 눈치 보며 자기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며 “통신밥 좀 먹었다는 전문가들 조차 헤쳐나가기 힘든 시장환경에서, 앞뒤(히스토리) 모르는 인사들이 KT를 더욱 어렵게 하고있다”고 지적합니다. 한 발 더 나아갑니다. “내부에서 회장 더러 대놓고 책임지라 할 수 없다면, 누군가는 책임져야 되는 것 아닌가”라며, “안팎에서 위기라고 지적하는 상황에서 아무도 ‘난 잘못 없다’하니, ‘공’은 위에서 챙기고 ‘실’은 아래로 넘긴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지요. 눈과 귀를 막았다면 KT-DNA를 지닌 ‘원래KT’는 KT-DNA를 거부하는 ‘올레KT'를 향해 참담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한편, 조심스럽게 “올레KT가 회장의 눈귀를 가려왔다”고 진단합니다. 따지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닌 듯합니다. 최근 이동통신 시장을 ‘확’ 바꾼 ‘음성통화 무제한 서비스’만해도 그렇습니다. 이석채 회장은 “(정부가)KT가 말하면 안된다고 하더니, SK텔레콤에서 한다니 허가했다”며 “매사 KT를 어렵게 한다”고 했습니다. 웬걸요. 확인해보니 아닙니다. ‘검토는 했지만, 실적 제살깎기 등의 우려가 있어 정부에 전달하지는 않았다’가 팩트(fact)입니다. 좌고우면(左顧右眄, 망설여 멈칫하다) 탓에 SK텔레콤 보다 10여일 늦었던 것이지요. ‘좌고우면’을 고백하지 않고, ‘정부 탓’으로 보고한 것 아닐까요. 내부 향한 의지전달 필요 CEO리스크 해소도 시급하고 굵직한 숙제입니다. ‘중도하차설’은 여전히 버전-업(version-up)되면서 회자·확산 중이니까요. 최근 버전은 조만간 포스코 경영진을 교체하면서 KT도 함께 바꾼다는 내용입니다. 새로 부임한 청와대 비서실장이 시쳇말로 ‘한 칼’ 휘둘러 공기업·준공기업을 일신할 것이라는 양념도 곁들입니다.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CEO리스크는 KT를 힘겹게 합니다. 리더십이 심각하게 흔들리면서, 차기 CEO를 미리 점쳐 오가는 이른바 ‘모래알 충성’이 흩날릴테니까요. 혹자들은 “이석채 회장은 대통령이 내려오라면 모를까, 버틸 것”이라고 전합니다. 바꿔 말하면 “언제라도 중도하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중도하차 가능성과 리더십은 양립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방식이든, 적어도 KT내부를 향한 이석채 회장의 진솔한 의지전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주파수 경매 과정에서 만난 ‘컨센서스’ 일단 KT는 19일 시작된 LTE주파수 경매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푹 떨어진 기운 가운데, 그나마 ‘원래·올레 KT’ 구분없는 ‘컨센서스(공감대)’가 만들어진 셈입니다. 컨센서스가 경쟁력과 리더십의 근간이라는 점에서, 어찌보면 이번 주파수 경매가 결과와 상관없이 ‘위기 속 기회’가 아닐까요. KT는 이번 경매를 재벌(SK, LG)대 전문그룹(KT) 간 경쟁으로 규정합니다. 나아가 박근혜 정부가 주창하는 경제민주화의 축이 ‘공정한 경쟁’과 ‘약자에 대한 기회부여’라는 점을 들어 원하는 주파수를 가져오는 게 정상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석채 회장은 이번 경매를 권투에 비유합니다. “링 위에서 1:1로 싸우기도 버거운데, 내용은 2:1로 싸우는 양상”이라며 “경쟁자인 재벌들의 보이지 않는 힘이 특혜로 작용해 KT를 어렵게 한다”고 전합니다. KT가 이번 주파수 경매를 통해 ‘한 숨 돌리기’를 넘어 ‘고토회복과 기개세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까요. 회한 속 기대… “그 땐 그랬는데...” 어느 ‘원래KT’인의 한숨 담긴 전언이 귓가를 맴돕니다. “이석채 회장님 오신 후 단 기간 내에 합병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KT는 껍질만 남았을 것입니다. 2만여 명 정도를 구조조정 할 수 밖에 없었겠지요. 합병 후 몇몇 회사 인수해서 그나마 이 정도 버티고 있다는 사실에 고마움이 있습니다. 아이폰 출시하고 정말 오랜만에 고객에게 제값 받고 물건 팔면서 ‘빨리 준다’고 생색낸 기억도 있습니다. 그 때는 이동통신 분야에서 곧 SK텔레콤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또 다른 ‘원래KT’인은 “이유야 어찌됐든, KT사람들은 1등 아니면 견디질 못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컸습니다. 이런 자부심이 지금은 어디갔는지... 지금이 바닥일까요. 곧 차고 올라가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