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안기부 출신 KT 고문들 |
‘불법선거’ 김기섭·‘도청팀 부활’ 오정소…YS아들 현철씨 측근
1997년 ‘북풍’ 주도 임경묵도…이석채 회장과 관련성 주목
나랏돈으로 여당 선거를 돕거나 불법 도청 조직을 부활시켜 운영하는 등 각종 불법행위에 연루됐던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출신 인사들이 케이티(KT)에서 고문으로 활동했거나 활동중인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김영삼(YS) 전 대통령 아들 김현철씨의 최측근들로, 이석채 케이티 회장과의 관련성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한겨레> 취재 결과, 케이티 계열 보안전문업체인 케이티텔레캅은 2010년 10월부터 2년 동안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을 고문으로 위촉해 다달이 수백만원의 고문료(급여)를 지급했다. 오정소 전 안기부 1차장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고문으로 재직중이다. 임경묵 전 안기부 102실장도 최근까지 케이티의 네트워크 설계·구축·운용(NI) 부문 계열사인 케이티이엔에스(KTens)의 고문으로 활동했다.
이들 세 사람은 모두 안기부 재직 시절 각종 불법행위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김기섭 전 차장은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1996년 총선 때 안기부 예산 1000억여원을 당시 여당(신한국당)에 지원해준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며, 그에 앞서 김현철씨 자금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성호 전 대호건설 사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도 실형을 살았다.
오정소 전 차장은 국내정보 수집 담당인 4국장으로 재직하던 1994년 7월,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폐지됐던 불법도청팀을 부활시키도록 지시한 사실이 2005년 검찰의 ‘안기부 엑스(X)파일’ 수사 결과 드러났다. 그는 국내정보를 총괄하는 1차장을 거쳐 국가보훈처장(1996년 12월~1997년 3월)을 지냈다. 퇴직 뒤에도 행담도 개발 의혹 사건(2005년)과 이국철 에스엘에스(SLS)그룹 회장 정·관계 로비 사건(2012년) 등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이명박 정부 시절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인 한국정보기술연구원(KITRI) 이사장에 임명됐다. 이들 두 사람은 문민정부 시절 ‘소통령’으로 불리던 김현철씨의 최측근이다. 안기부 불법도청 조직인 ‘미림’팀에서 수집된 도청 정보를 김현철씨에게 보고한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임경묵 전 실장은 1997년 대선 당시 안기부가 이회창 후보의 당선을 위해 “김대중 후보가 김정일에게 돈을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도록 한, 이른바 ‘북풍’ 사건을 주도한 인사다. 2003년 이상득 전 의원이 고문으로 참여한 기독교인들 중심의 ‘극동포럼’을 창립한 뒤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과 친분을 쌓았으며, 2008년부터 최근까지 국정원의 싱크탱크인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으로 재직했다. 최근에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법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자금 때문에 뛰어내렸다’는 정보를 임 전 실장으로부터 들었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