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주파수 때문에 사퇴 못해? 1.8GHz 받아도 실적 암울 | |||||||
청와대 사퇴 종용에 “이런 식으로 물러날 수 없다”… 사상 첫 월별 적자, 3분기 영업이익도 부진 전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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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이석채 KT 회장의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 회장에게 임기와 관련 없이 조기 사임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금은 때가 아니다, 주파수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데다 장수의 명예가 있는데 이런 식으로 물러날 수는 없다”고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임기는 2015년 3월까지다. KT는 국민연금이 8.65%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이며 정부 지분은 없다. 이 회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중수 전임 사장이 중도 낙마하면서 KT 사장에 취임했다가 2009년 회장에 선임됐다. 지난해 2012년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연임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순방 때 이 회장과 정준양 포스코 회장 등이 배제된 것을 두고 이명박 낙하산이 물러나고 박근혜 낙하산이 내려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한편 이 회장이 주파수 경매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물러날 수 없다고 항변한 것과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 추측이 나돈다. 주파수 경매가 끝나면 물러나겠다는 의미도 되지만 주파수 경매에 성공하면 집권 연장의 명분이 생길 거라고 본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지난 19일부터 시작된 주파수 경매는 29일 47라운드까지 끝났는데 KT가 노리는 D2 블록이 포함된 밴드플랜 2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당초 KT가 D2 블록을 가져가는 걸 막기 위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밴드플랜 1에 올인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28일에는 SK텔레콤이 밴드플랜 2의 C2 블록으로 옮겨온 것으로 추정된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C2 블록을 가져가면 광대역 서비스를 할 수 있는데 밴드플랜 1의 C1 블록은 LG유플러스에게만 입찰 자격이 있다. 결국 SK텔레콤이 LG유플러스와 동맹을 깨고 배신하면서 LG유플러스도 밴드플랜 2로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주파수 경매에 성공하더라도 이 회장의 입지가 그리 넓지는 않다. 일단 KT는 지난달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월별 적자를 냈다. 2분기 당기 순이익은 1334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3.8%나 줄어들었다. 7월에는 월별 적자가 141억원에 이른다. 주파수 배분 실패로 LTE 시장 진입에 늦은 데다 탈 통신이라는 명분으로 무분별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방만한 경영을 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에도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성 연구원은 “KT가 1.8GHz 주파수를 받아서 10월부터 광대역 LTE 서비스를 시작하고, LTE-A 서비스도 올해 안에 시작하면 1~2개월 이내에 가입자 이탈이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주파수를 받은 이후 2014년 말까지 가입자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영업이익은 1조4700억원을 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유선 매출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무선 가입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경우 주파수 감가상각비까지 고려한 내년 영업이익은 1조4000억원에도 못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KT의 3분기 매출액은 무선과 미디어 부문은 늘어나겠지만 유선과 금융 부문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성 연구원은 “마케팅 규제 및 영업정지 때문에 3분기 상품매출은 전분기 대비 감소한 8016억원 수준, 경쟁 상황에 따라서는 더욱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KT는 3분기에도 이동통신 가입자수가 감소하고 유선전화 매출 감소가 지속돼 매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IPTV 부문에서 가입자수가 증가 추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ARPU(가입자당 매출)이 정체 상태다. 특히 자회사 이익이 비용증가로 2분기보다 줄어 3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2분기 대비 크게 좋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KT 새 노조는 29일 성명을 내고 “KT가 정상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데 정부가 자신들의 사람을 심기 위해 임기 중인 회장을 교체하는 것이라면 단호히 반대하겠지만 이 회장 취임 이후 KT는 다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비정상 경영의 일상화였다”고 비판했다. 이해관 위원장은 “지난달 KT의 적자는 단순히 일회적 적자가 아니라 통신기업의 실질적 기반인 무선가입자 수조차 줄었다”면서 이 회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실적만 나쁜 게 아니라 탈 통신을 한다며 공기업 시절 국민의 돈으로 확보한 알짜배기 부동산을 1조원어치나 내다 팔았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이 회장 취임 이후 무려 20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자살자만도 26명에 이른다”면서 “한 마디로 노동자는 죽어 가고, 기업 자산은 팔려나가고, 실적은 악화되는데 이 회장은 혁신 전도사를 자처하며 임원진 급여를 44%올리고 이사회를 자신의 주변인들로 채워 흥청망청 돈을 썼다”고 비판했다. KT의 실적 부진은 유선 산업의 구조적 몰락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회장의 외형 확대 중심 경영이 한계를 맞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회장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보다는 인력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등으로 단발성 이익을 늘리는데 급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와중에 자신의 측근들을 임원진에 앉히고 프로야구단 창단 등 재벌 회장 흉내를 내느라 실적 악화를 부추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회장 입장에서는 D2 블록 주파수를 확보하면 대외적으로 명분이 산다는 판단을 했겠지만 D2 블록을 가져가더라도 3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명박 정부 낙하산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는 이 회장이 정부의 인사 개입을 비판하기에도 명분이 부족하다. 심지어 배임과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5년 전 남중수 전 사장에게 겨눴던 칼이 그대로 이 회장의 목을 겨누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