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A로 통신비 결제 땐 현금 지원 8월 한달간 10만 계좌나 판매 서류상 증권사가 비용 전액 부담 방통위,KT 지원 이면계약 의심
케이티(KT)와 대신증권이 함께 웃다가 울게 생겼다. 대신증권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개설하기면 하면 케이티 통신비 일부를 다달이 돌려주는 제휴상품을 지난 달 판매했다. 이 상품은 한 달 만에 10만개나 팔릴 정도로 ‘대박’을 쳤다. 그러자 방송통신위원회가 ‘변종 보조금’이 아닌지 케이티를 상대로 조사에 나섰다.
3일 방통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케이티가 대신증권과 업무 계약을 맺은 문서를 제출받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1일 출시된 이 상품은 케이티 이동통신 가입자가 대신증권 계좌를 개설한 뒤 통신비 자동이체를 걸어두면, 월 1만원씩 총 24만원까지 캐시백(현금)으로 돌려주게 설계돼 있다. 고객들로선 ‘앉아서 돈 버는’ 방법인 셈이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대신증권 영업지점 창구는 이 상품에 가입하려는 인파들이 몰려 일상적인 업무처리를 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직장인 노아무개(34)씨도 케이티 대리점에 갔다가 “요금제만 변경해도 월 1만원씩 준다”는 얘기에 솔깃해 상품에 가입했다. 노씨는 “증권사 개장시간에 맞춰갔는데도 대기자가 많아 2시간 넘게 기다린 뒤에야 겨우 계좌를 개설했다”고 말했다. 쇼핑 정보 사이트인 ‘뽐뿌’ 등에는 “회사 연차까지 내고 계좌 만들러갔다”, “서너시간을 기다렸다”는 경험담이 줄을 이었다.
케이티와 대신증권 쪽은 폭발적인 반응에 화들짝 놀랐다. 대신증권은 지난 봄에도 케이티와 제휴해 48개월간 월 5000원씩 휴대전화 기기변경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금융상품을 내놨었지만, ‘현금’이 아니었던 탓인지 크게 흥행하진 못했었다. 이번엔 엄청난 가입자 수를 감당치 못해 결국 서둘러 상품 판매를 끝냈다. ‘8월30일까지만 신규가입을 받는다’는 안내가 종료일을 이틀 앞둔 8월28일에서야 이뤄진 탓에, 케이티와 대신증권에는 항의전화가 쏟아졌다. 8월에 신규가입했다는 증빙문자를 대리점에서 받지못한 고객들은 계좌 개설이 안되는 등 업무처리 과정에서 일대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언뜻 판매 숫자만 봐선 ‘성공’한 마케팅이다. 하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대신증권 쪽은 고객들에게 월 1만원씩 주려면 연 120억원의 비용을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크게 부담되는 마케팅비용은 아니고, 계좌를 새로 만든 고객을 상대로 새로운 금융상품 판매 등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어 손해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케이티 쪽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집중감시 대상이 됐다. 방통위 쪽은 계약서상 대신증권이 120억원을 다 부담하게 돼있지만, 케이티가 별도 지원해주는 이면계약이 있지 않은지를 의심하고 있다. 더구나 이렇게 10만 가입자를 묶어뒀는데도 불구하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자료에 따르면 8월 케이티를 이탈한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약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와 이동통신사의 공동 마케팅이 처음은 아니다. 우리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각 증권사마다 모바일 증권거래를 하면 스마트폰 단말기 금액을 지원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했거나 현재 진행 중이다. 이런 방식 역시 ‘변종 보조금’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처음엔 에스케이텔레콤 대리점이 보조금을 더 많이 부담하는 걸로 이벤트를 진행하다가, 보조금 상한선인 27만원보다 많이 주면 안 된다는 지적이 있어서 증권사 부담액을 늘리기로 중간에 계약내용을 바꿨다”고 전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증권사나 카드사 등의 제3자가 단말기 보조금을 대신 내주는 걸 지금까지 처벌한 사례는 없지만, 대신증권과 케이티 제휴상품의 경우 월 1만원씩 과한 현금을 지원하는 데다가 두 회사간 이면계약도 있을 수 있어 시간을 두고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