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T, 사옥 27곳 감정가보다 ‘869억’ 낮게 매각 | |||||||||||||||||||||
특정펀드에 감정평가대비율 기준 25% 낮게 매각, 이석채 회장 배임 논란 일 듯… KT “모두 감정가대로 팔 순 없다. 문제없다” | |||||||||||||||||||||
| |||||||||||||||||||||
KT가 특정펀드에 감정평가의 75% 수준으로 부동산을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KT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2년 동안 계열사 KT AMC가 모집한 특정펀드에 28곳의 부동산을 감정평가대비율 기준 감정액의 75~76%로 매각했다. 또한 KT는 2010년부터 3년 동안 총 39곳의 부동산을 판 뒤 다시 임차했는데 매년 임대료를 최대 4%까지 올려주겠다는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특정 펀드 특혜와 배임 의혹이 제기된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2010년부터 3년치 KT ‘자산유동화 실적’ 자료에 따르면 KT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총 39곳의 부동산을 매각했다. 이중 KT는 2011년 노량진 강동 성남 등 20개 사옥, 2012년 고덕 반포 성북 등 8개 사옥을 KT AMC가 모집한 특정펀드에 ‘감정평가 대비율’ 75~76%로 매각했다. 반면 KT는 2010년 Alpha Invest-ment에 강남 사옥 4~7층, 장유 사옥, 팽성 사옥 등 3곳을 감정평가 대비율 106%에 매각했다. 같은해 숭인동 사옥, 충정 사옥, 의왕 사옥 등 7곳을 GE AMC가 모집한 펀드에 팔았다. 감정평가 대비율은 103%다. 2012년에는 목동정보 사옥을 아주 AMC 펀드가 모집한 펀드에 감정평가 대비율 100%에 넘겼다. 감정평가 대비율은 임차료까지 감정평가 대상에 포함시킨 개념으로 ‘매각 뒤 임대’(Sales & Lease Back) 방식에 활용할 수 있는 거래지표다. 내부자료에 따르면 KT는 매물 중 용산사옥을 제외한 27개 사옥을 감정가보다 싸게 팔았다. 감정가와 매각금액은 최대 60억 원(중랑 사옥)까지 차이난다. KT가 KT AMC 모집 펀드에 넘긴 27개 부동산의 감정가와 매각금액의 차이는 총 869억 원에 달한다. 해당펀드들에 투자한 KT AMC의 지분은 2011년 기준 6.4%에 불과하고, 2012년에는 아예 없었다. 이 펀드에 매각한 부동산 중 유일하게 감정가보다 높은 용산 사옥을 포함하더라도 이 차이는 735억 원이다.
여기에 KT가 맺은 임대차계약의 임차기간은 모두 5~10년의 장기계약이며 여기에 2~5년의 추가옵션이 따라붙는다. 매년 임대료 인상률은 3~4%이며 인상률이 2.5%인 곳은 목동정보 사옥 한 곳에 불과했다. 2011년 매각 건만 따지더라도 KT는 임차기간 10~15년 동안 4043~6560억 원을 지불하게 된다. 이 임차 기간 동안 KT는 매각대금을 모두 임차료로 지급하게 되는 셈이다. 2010에서 2012년까지 3년 동안 매각한 부동산의 매각가와 감정가의 차이는 49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년간 당해년도에 매각하고 다시 임차한 사옥의 연간 임차료는 각각 2010년 82억 원, 2011년 353억 원, 2012년 285억 원이다. 3년간 매각한 뒤 임차한 건물들의 임차료를 연간으로 총합하면, 700억 원에 달하며, 2.5%~4%인 임대료 인상률을 감안해 향후 10년간의 임차료를 계산하면, 1조 단위에 가까운 임대료를 지불하게 되는 셈이다. KT내부의 한 핵심관계자는 “알짜 부동산을 감정가 대비 저가로 매각하고, 임차료는 감정임차료 대비 고가로 임차하면서 손실이 발생했다”며 경영진의 배임 의혹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10~15년 동안 매각금액을 훨씬 상회하는 임차비용을 지불하고 중요 회사 부동산 소유권도 없어지게 된 셈인데 이는 저금리시대 기본 경영방향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KT새노조 이해관 위원장은 “7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통신분야에서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 배경에는 부동산 임차비용 증가가 있다”면서 “이석채 회장이 ‘혁신’을 외치며 부동산을 매각하고 M&A를 외쳤지만 결과는 참담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펀드’ 투자자에 대한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KT가 투자자를 밝혀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대인경제연구소 정남수 자산경제팀장은 “부동산 매각금액은 시장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2010년 뒤 부동산 가격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복귀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보면 (KT의 매각금액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부동산 시장이 정상적이라면 공시가격과 감정가가 매매의 가장 큰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정남수 팀장은 “감정을 하는데도 수억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KT처럼 매각하려면 이 작업을 거칠 필요가 없다”며 “일반적으로 감정가는 시장에서 가격산정의 기준이 되는데 이걸 부정한다면 궁색한 변명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특정펀드에만 싸게 판 점에 대해 KT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KT AMC는 2011년 9월 KT Estate가 70억 원을 출자해 설립한 부동산 금융회사로 KT는 그해 11월 계열로 편입했다. Estate의 한 관계자는 “AMC에서는 건별로 투자자를 모은 뒤 투자를 대행하는 일종의 자산운용사”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투자자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사모펀드로 운용하는 경우가 있어서 투자자를 알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AMC 김경수 대표(Estate 사내이사 겸직)는 ‘감정가 대비 낮은 비율로 산 배경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사지 않았다”며 “감정가만큼 주고 매입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투자자를 알려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모두 기관투자자로 개인투자자는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오늘이 ‘직접 만나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자 “홍보팀을 통해 인터뷰를 요청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T AMC는 자산유동화를 위한 대행사로 매매가를 포함한 거래조건에 영향을 행사할 수 없다”며 “거래는 KT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감정을 받았지만 그 금액에 사려는 사람이 있어야만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감정평가를 진행한 업체를 알려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국내 유수의 감정평가 전문회사”라고만 말했다. KT에스테이트 관계자는 매년 ‘2.5~4% 임대료 상승률 계약’에 대해 묻자 “다들 그렇게 물가상승률 정도를 감안해 계약한다”며 “유통회사의 경우 사옥을 매각하고 10~20년 장기 임차하는 회사가 몇 군데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 계산해서 매각했다”며 “비싸다고 볼 순 있지만 그렇진 않다”고 말했다. KT 언론홍보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싸게 팔았다는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을 팔아서 외국인 주주에게 (배당금을) 갖다 준다고 하는데 말이 안 된다”며 “예를 들어 광화문 사옥 뒤에 부동산을 사서 건물을 짓고 있는데 아무 문제가 안 된다. 이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을 사고파는 것 모두 합리적 경영행위”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