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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석채 리스크

관리자 2013.09.07 08:05 조회 수 : 2475

이석채 리스크
[토요판] 커버스토리 흔들리는 KT, 5년의 잔혹사
한겨레 이순혁 기자 메일보내기
대한민국 통신 역사의 산증인이자 재계 서열 11위인 케이티(KT)가 흔들리고 있다. 케이티의 가장 큰 위기요인은 임기 5년째를 맞은 이석채 회장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취재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사진 뉴시스

[토요판] 커버스토리 흔들리는 KT, 5년의 잔혹사

재벌사주 능가하는 독선경영…‘통신업계 맏형’이 망가졌다·

 
▶ 신문의 경제면보다 정치·사회면에 더 자주 등장하는 기업이 있다. 케이티(KT)다. 이석채 회장 취임 뒤 ‘낙하산’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아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경영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이 회장의 리더십과 케이티의 앞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회장 체제 5년 동안 케이티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지난 2일 아침 케이티(KT) 서울 광화문사옥 1층 올레스퀘어. 이석채 회장을 비롯한 그룹 주요 임직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케이티 엘티이-에이 넘버원 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케이티의 다른 모든 임직원들도 평소보다 이른 아침 8시30분까지 출근해 사내 방송국을 통해 결의대회 생방송을 지켜봤다. 사회자의 소개를 받은 이 회장이 연단에 섰다.

 
“존경하는 케이티그룹 임직원 여러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 회장이 입을 열었다. 이틀 전인 8월31일 저녁 늦게 끝난 주파수 경매에서 사운을 걸고 추진해오던 1.8㎓ 주파수 대역 확보에 성공한 것에 대한 격려였다. 케이티는 이로써 뒤늦게나마 주파수 광대역화를 통한 엘티이-에이(LTE-A)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게 된 참이었다.

그런데 격려도 잠시, 이 회장의 발언이 예상치 못한 쪽으로 흘러갔다.

 
“케이티의 고질적인 문제는, (임직원들이) 내 기업이라는 주인정신이 있어야 하는데, 자기의 울타리, 자기의 회사, 자기의 집이 무너져가는데도 불구하고 바깥에다 끊임없이 회사를 중상모략하고 (…) 낮에는 태연하게 회사 임원으로 행세하는 사람이 아직도 우리 주변에 많다는 겁니다. (이런 사람들) 어떻게 해야 됩니까? 걷어차야 합니다. (…) 총부리를 겨누고 앞으로 나가라고 해야 합니다. 나가지 않으려면 최소한 회사를 해코지하지 말라는 얘기는 확실히 전해주십시오.”
 

(※클릭하면 이미지가 커집니다.)

 
‘주파수 획득 결의대회’의 엄포

 
격려는 어느새 엄포로 바뀌었다. 회사 정책이나 자신의 뜻과 다른 말을 하고 다니는 임원들은 발로 ‘걷어차’거나 ‘총부리를 겨눠’ 쫓아낼 테니, 회사 떠나기 싫으면 입 다물고 있으라는 경고였다. 좌중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책상 모니터를 통해 결의대회를 지켜보고 있던 직원들은 어땠을까? 서울 서초사옥에 근무하는 한 직원의 말이다.

 
“주파수 획득 결의대회를 한다며 일찍 나오라기에, 다들 좋은 얘기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다짜고짜 혼을 내니 이건 뭐…. (방송을 시청하던) 직원들 표정 다들 일그러지고, 아침부터 기분 더러웠다. 회장 체면이 있지, 직원들 앞에서 저런 말을 하다니 참 한심하더라.”

 
대한민국 통신 역사의 산증인이자 재계 서열 11위인 케이티가 흔들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 강제 하차한 남중수 사장의 뒤를 이은 이석채 회장 체제가 5년째를 지나며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정치권 인사 마구잡이 영입, 세계 7대 자연경관 국제전화 사기 논란, 이 회장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송치, 친인척 특혜 의혹, 부동산 헐값 매각 논란, 종편(종합편성채널) 출자 참여….
 

사실 이 회장 취임 뒤 케이티를 둘러싼 논란과 잡음은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엔 이런 정치·사회적 논란을 넘어서 각종 경영지표들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 내부의 위기감도 커지고, 이 회장의 독단적인 경영스타일과 편중 인사를 비판하는 여론도 확산하고 있다. ‘결의대회’ 때 이 회장의 엄포성 발언은, 그런
분위기를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였던 셈이다.

 
케이티 내부 사정이 어떻기에, 이렇게 공개적인 임직원 군기잡기가 이뤄진 것일까. 각종 경영지표는 케이티가 심각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케이티의 이동전화 시장점유율은 이석채 회장이 취임한 2009년 1월 31.5%(1442만명)에서 2013년 7월 말 현재 30.3%(1641만명)로 떨어졌다. 최근 1~2년 사이에는 점유율은 물론 가입자 수도 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2년에는 전체 가입자가 6만명 줄었는데(1656만명→1650만명), 올해는 7월까지만도 9만명이 줄었다.(1650만명→1641만명)
 
 

친인척 특혜 논란·직원 강제퇴출…
이명박 정부 출범 뒤 임명된 이석채 회장 체제 5년 지나며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경영지표까지 빨간불이 켜졌다
시장점유율은 2009년 31.5%에서 2013년 7월 30.3%로 떨어졌다
7월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월 단위 141억 적자가 났다

 
특히 번호이동(MNP) 시장에서의 고전이 눈에 띈다. 2012년 상반기 31만7000명, 2012년 하반기 12만명, 2013년 상반기 8만7000명이 순감했다. 이탈 추세는 최근 가속도가 붙고 있다. 최근 두달(7월 5만명, 8월 9만2000명) 새 무려 14만명 이상이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엘지유플러스(LGU+)로 빠져나갔다. 경쟁사보다 많은 알뜰폰(MVNO) 업체 가입자(100만명가량)를 빼면, 케이티의 순가입자는 1540만명 수준에 그친다.
 

가입자당 평균수익(ARPU)도 3만2000원 수준에서 2011~2012년 2만원대로 떨어졌다가, 올해 2분기에 3만1000원대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에스케이나 엘지에 비해 2000원 이상 낮은 액수다. 시내전화 시장점유율과 가입자 수도 이 회장 취임 때 89.8%(1975만명)에서 82%(1467만명)로 낮아졌다.

 
회사 재정상황도 전례 없이 악화하고 있다. 케이티의 영업이익은 2010년 2조79억원, 2011년 1조7484억원, 2012년 1조2139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걸어왔는데, 올해에는 1조원에도 턱없이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7월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월간 단위 141억원 적자가 나기도 했다. 케이티 한 임원은 “유통망이 급속하게 허물어지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엘지 쪽으로 옮겨가고 있어 내부적으로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진행중인 아이티(IT) 분야 자회사인 케이티디에스(KTDS) 지분 매각 작업도 현금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케이티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인도 쪽 회사와 매각 대금 4000억~5000억원 수준에서 계약을 맺기 직전이라는데, 매입자 쪽 요구에 따라 조 단위 사업비를 쏟아붓고 있는 비아이티(BIT·전산통합 작업) 사업 유지보수권을 보장해주기로 해 내부적으로 말이 많다”고 전했다. 사실 아이티 분야 자회사의 지분을 대량 매각하는 일은 다른 그룹에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회사 모든 전산 자료를 보관·관리하는 업체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케이티의 현금 사정이 그만큼 안 좋다는 방증으로 보고 있다.

 
“케이티와 엘지 순위 뒤바뀔 수 있다”

 
위기를 맞은 케이티의 영업 실태는 지난 7월18일 방송통신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그 단면을 드러냈다. 당시 회의에서는 상한선(대당 27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가장 많이 남발한 케이티에 일주일간 영업정지(신규가입자 모집 금지)를 의결했다. 다음은 당시 오간 대화의 일부다.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게, 왜 불법은 제일 많이 저지르는데도 (가입자는) 순감이 일어나느냐는 것이다. 과연 마케팅의 무능인지, 경영진 전체의 무능인 것인지?”(김충식 부위원장)

“(…) 제가 무능해서 그렇습니다.”(남규택 케이티 부사장)

“그렇게 답변해서 될 일은 아니고,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 왜 가장 큰 순감이 일어났는데 불법은 가장 많은가?”(김 부위원장)

“저희도 그 점에 대해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고, 왜 그런지를 찾기 위해 채널별, 시기별로 여러가지 분석하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검토하고 있는 중입니다.”(남 부사장)

 
회의를 참관하던 기자들 사이에서는 ‘끌끌~’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최근 주파수 경매에서 케이티가 원하던 대역을 얻게 된 것도, 갈수록 초라해지는 회사의 위상이 가져다준 ‘선물’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케이티의 1.8㎓ 인접대역 확보를 막기 위해 엘지유플러스와 공조를 펼치다가, 중간에 케이티 쪽으로 넘어왔다. 이렇게 된 데에는 케이티보다는 엘지를 경계하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에스케이텔레콤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보조금 시장이 잠잠하면 케이티에서 하루 5000명가량이 엘지로 빠져나간다. 케이티가 이를 막기 위해 보조금을 올리면 몇시간은 가입자 이탈세가 둔화한다. 하지만 에스케이와 엘지가 보조금을 덩달아 올리면, 케이티 이탈세는 처음보다 더욱 심해진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케이티와 엘지의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주가도 바닥이다. 이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고배당 정책 추진을 선언했고, 지난해에는 배당성향(이익 가운데 주주에게 나눠준 금액의 비율)이 67.8%에 이를 정도로 과도했다. 하지만 이 회장 취임 초기 4만원가량이던 주가는 현재 3만원대 중반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레 케이티’와 ‘원래 케이티’의 갈등

 
‘통신업계 맏이’인 케이티가 몇년 새 왜 이런 처지에 놓이게 됐을까. 사실 정부 정책이나 시장 환경 등 외부 변수가 케이티에만 불리하게 변한 것은 없다.

 
2009년 1월 취임한 이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본사 인력 3000명을 현장으로 내려보냈다. 또 4개월여 만에 이동통신 부문 자회사인 케이티에프(KTF)와의 합병을 이뤄내 유·무선 통합 케이티를 출범시켰다. 그해 연말에는 아이폰을 도입해 ‘스마트폰 혁명’의 불을 댕겼다. 스마트폰 도입을 저지하고 있던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텔레콤의 묵계를 깬 이 회장을 두고 찬사가 쏟아졌다. 이 회장은 ‘공룡’ 케이티에 혁신과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때부터 내부적으로는 불협화음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었다. 이 회장은 기존 임직원들은 철저하게 개혁 대상으로만 대했다. 상당수 임원은 회사를 떠나야만 했고, 그 자리는 외부 영입인사들로 채워졌다. 문제는 영입인사 대부분이 통신 문외한이었다는 점이다. 3만명이 넘는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우려와 함께 정서적 박탈감이 커져갔지만, 이 회장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눌려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외인부대’에 대한 불만은 커져만 갔다. 대부분이 무능한데다 직원들과 융화에도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김일영·김홍진 사장과 박준식 상무 등 이른바 ‘비티(BT·옛 브리티시텔레콤) 출신’들이 대표적이었다. 이들은 이 회장의 최측근으로 수많은 인수합병(M&A)과 분사, 각종 해외투자 등을 주도했지만 별 성과가 없다는 게 회사 안팎의 평이다. 부하직원들과의 업무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김홍진 사장의 경우는, 직속 팀장이 부당한 업무지시를 내렸다며 탄원서를 제출하고 회사 앞에서 일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열심히 일해봤자 요직은 ‘낙하산’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생각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사에 대한 냉소만 커져갔다.

 
이 회장은 또 경복고 동문, 정보통신부 장관 시절 부하직원 등 연줄에 따른 인사를 진행해왔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경복고 라인’이다. 이사회 의장(김응한 미시간대 교수), 그룹 2인자(표현명 사장), 그룹 인재경영실장(김상효 전무)이 모두 이 회장과 고교 동문들이다. 회장,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의 수장, 차기 회장 유력자, 인사 총괄 임원 등 ‘요직 중의 요직’을 특정 고교 출신들이 독식한 것은, 황제경영이 이뤄진다는 재벌사에서도 보기 드문 광경이다.

 
사실 출신 고교에 대한 이 회장의 애착은 유명하다. 이 회장 스스로 그 혜택을 받기도 했다. 문민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거치며 잘나간 배경에는, 고교 동문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와 이원종 정무수석 등이 있었다. 당시 이 회장은 ‘소통령’으로 불리던 김현철씨와 이원종 정무수석에게 부탁해 농림부 차관에서 재정경제원 차관으로 옮겨갈 수 있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정보통신부에서 이 회장과 인연을 맺은 이들도 한자리씩 꿰찼다. 장관 시절 비서관(서홍석)은 부사장으로, 총무과장(이재륜)은 계열사(케이티서브마린) 사장으로 영입됐다.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 선정 비리 수사 때 구속됐던 이성해 전 국장, 지난 총선 때 여성 비하 발언으로 입길에 오른 석호익 전 국장도 계열사인 케이티스카이라이프 감사로 받아줬다.

 
내부 출신도 일부 중용되긴 했다. 서유열·표현명 사장이 대표적이다. ‘영포 라인’ 인맥으로 이 회장 체제에서 상무에서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서 사장은 ‘민간인 사찰 사건’ 수사 때 청와대 이영호 비서관에게 대포폰을 건네준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경쟁사 한 관계자는 “우리가 보기에 이석채 회장도 행동대장인 서유열 사장도 모두 통신시장을 모르는 것 같더라. 그런데도 막강한 실행력을 가지고 휘둘렀으니…”라며 말을 줄였
다.
 
케이티의 위기는 이 회장의 경영능력과 스타일에서 나왔다
기존 임직원을 쫓아내고 통신 문외한인 경복고 동문 등
연줄에 따른 인사를 데려왔다
마구잡이 정치권 인사 영입 이어 지인들로 이사진 꾸려 임기 보장
지분 하나 없이 권한 휘두르는 이 회장을 막을 방법이 없다
 
 
내부에서 이 회장 후계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표현명 사장도 ‘사람은 괜찮지만 능력은 별로’라는 평이 많다. 케이티 한 전직 임원은 “표 사장이 코퍼레이트센터(CC) 장이던 2009년 중국 옴니텔 투자를 주도했는데, 계약을 앞두고 옴니텔 매출이 급감하는 등 경영상황이 악화했다. 이럴 경우 투자 보류나 축소 등 위험 회피(리스크 헤지)를 하는 게 보통인데, 그냥 애초 계획대로 130억원에 지분 25%를 매입했다. 결국 지금은 원금 대부분을 손실처리하게 된 상황이라더라”고 전했다. 옴니텔 계약이 경복고 출신 검찰 고위직 인사 ㅈ씨가 이 회장을 통해 힘을 쓴 결과라는 말도 파다하다고 한다.

 
종합해보면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이들이 이 회장과의 개인적 인연 또는 정치적 이유를 업고 발탁되면서 총체적인 인사 난맥상이 불거진 셈이다. 미래부 통신정책국 출신 한 과장은 케이티 문제와 관련해, ‘‘올레 케이티’와 ‘원래 케이티’의 갈등’을 첫손에 꼽았다. ‘올레 케이티’는 외부 영입인사를, ‘원래 케이티’는 케이티에서 커온 인사를 가리키는 케이티 내부의 은어다. 그는 “‘원래 케이티’는 다 내쫓았는데 ‘올레 케이티’는 능력이 떨어지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보통신부 시절부터 케이티를 옆에서 지켜본 미래부 한 국장도 비슷한 설명을 내놨다. “1990년대 개인휴대통신 사업자로 케이티와 엘지, 한솔 세 회사가 선정됐다. 당시 대부분 사람이 사업 마인드가 있는 민간 회사인 엘지가 제일 성공하고, 관료스러운 케이티가 꼴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결과는 케이티(케이티에프)가 1등을 했다. 통신 분야에서는 저력이 있는 회사란 얘기다. 이 회장이 (기존 인사들을 다 내치는 대신) 조직을 추스르며 꼭 필요한 이들만 외부에서 데려왔으면 어땠을까 싶다. 돌파력과 소신, 통신 마인드를 두루 갖춘 이들이 많았는데, 이들을 다 내친 게 (이 회장의) 패착인 것 같다.”

 
케이티 회장 자리는 사실상 종신제?

 
하지만 이 회장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고, 문제점을 시정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2일 결의대회 때 군기잡기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모든 잘못은 아랫사람에게 있으니 입 닥치고 나만 따르라는 얘기다. 자신이 취임한 뒤 회사는 ‘시이오(CEO·최고경영자) 리스크’라는 명예스럽지 못한 수식어를 달게 됐지만, 이 또한 불온한 아랫사람들 때문이란 게 이 회장의 인식이다.

 
문제는 이를 바로잡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외국의 경우에는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의 경영 실적을 평가하고 그 책임을 묻지만, 앞서 설명했다시피 이 회장은 이사회를 자신의 고교·대학 동문 등 지인들로 채웠다. 정관을 개정해 ‘3년-1회 연임 가능’이었던 사외이사 임기를 10년까지 늘렸다. 게다가 외부 인사와 전직 사장 등을 포함하도록 했던 ‘최고경영자 추천위원회 구성’도 전직 사장과 외부 인사를 빼고 전원 이사진에서 뽑도록 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이들로 이사진을 채우고, 그 이사진이 최고경영자를 뽑도록 구조를 만든 셈이다. 케이티는 올해 다섯차례 이사회를 열어 40건가량의 안건을 처리했는데, 사외이사 전원이 그 어떤 안건에 대해서도 한번도 부동의하지 않았다. 회사(이 회장)가 내놓으면 그대로 추인만 하는 거수기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외부적으로 친이, 친박, 친와이에스(YS)를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안전망을 강화했다면, 이렇듯 각종 규칙과 구조, 사람을 바꿔 연임(혹은 임기 보장)을 위한 ‘내부 포석’을 깔았다. 바뀐 구조대로라면 케이티 회장 자리는 사실상 종신제로 운용될 수도 있다. 케이티 한 전직 임원은 “삼성이나 현대 같은 재벌은 자기 지분이 있고, 경영이 어려워지면 사재도 출연해야 한다. 그런데 이 회장은 자기 지분 하나도 없이 그보다 더한 권한을 휘두른다. 사주가 아니니 자기 재산을 내놓을 일도 없다. 케이티 회장이 재벌보다 더 좋은 자리 아니냐?”고 말했다.

 
케이티 임원 출신인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케이티와 관련한 우려를 내비쳤다. “일반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인사들이 고문으로 위촉되고 있는 실정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는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과 엘지유플러스는 1분기에 견줘 2분기에 더 많은 흑자를 낸 반면, 케이티만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통신시장 문제가 아니라 케이티의 문제다.” 그는 경영진의 책임도 요구했다.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의 역할과 연봉을 공개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자산을 얼마나 매각했는지 공개하고, 계열사는 무슨 목적으로 매입했고 현재 그 목적 달성이 이뤄지고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 만일 외부 인사 영입이 실적과 직원 사기 저하의 근본 원인으로 확인된다면 경영진은 지금이라도 모든 책임을 지고 결자해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 회장은 이런 지적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또 과연 어떤 답을 내놓을까.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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