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 돌입 이석채 KT 회장, 최대주주 국민연금 나서라 | |||||||
이사회·노조 모두 이 회장이 장악… “장기 주주가치 심각하게 훼손, 적극적 의결권 행사해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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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있는 회사에 대한 느낌은 주인이 현명하고 유능하면 괜찮은데 주인이 유능하지 않고 현명하지 않을 때 정치가 지배하고 그게 조직 전체로 간다. 주인이 현명하고 유능할 경우 조그만 부분에 주인이 과다하게 집착하면 아무도 반대하지 못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값비싼 비용을 치르게 된다.” 이석채 KT 회장이 2011년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연찬회에서 재벌의 폐해를 비판하면서 했던 말이다. 이 회장의 이런 비판은 다분히 자가당착적이다. 이 회장이야말로 그동안 주인 없는 기업 KT에서 주인 행세를 해 왔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KT는 이 회장의 전횡 아래 온갖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값 비싼 비용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그나마 주인이 있는 기업이라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고민하겠지만 이 회장은 단기 실적에 치중해 장기 성장성을 크게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KT의 지난 5년은 주주자본주의의 극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회장은 부당노동행위와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사장이었던 이 회장은 스스로 회장 자리에 오른 뒤 측근들로 구성된 회장 추천위원회를 통해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정권에 줄을 대기 위해 정치권 출신 인사들을 곳곳에 채워 넣어 친정 체제를 구축하고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러 왔다.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면서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려했지만 그마저도 한계를 맞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정치권에서 퇴진 압박이 계속되자 청와대에서 자신을 내쫓으려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의도적으로 언론에 흘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9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민간기업의 최고경영자 인사에 정부가 개입하는 잘못된 관행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청와대에 경고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기사가 이 회장의 ‘작업’의 결과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청와대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이 회장에게 스스로 물러나라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박 대통령의 방미 사절단에 초청장을 받지 못했다. 6월 방중 때는 포함됐지만 국빈 만찬에서 배제됐고 최근 베트남 방문에는 아예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보도 등에 따르면 조원동 경제수석이 이 회장에게 “임기와 관계없이 조기 사임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이 회장의 독주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 회장은 이사회를 자신의 측근들로 채운 것도 부족해서 사외이사 임기를 최장 10년까지 가능하도록 늘리고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정관까지 바꿨다. 이사회나 최고경영자 추천위원회가 이 회장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회장이 마음만 먹으면 종신 재임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KT 안팎에서 국민연금이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은 6월 말 기준으로 KT의 지분 8.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5% 이상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 밖에 없다. 국민연금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필요하다면 경영에 참여하고 이 회장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낙하산 회장 논쟁을 끝내고 진짜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실장은 “KT는 민간 기업이지만 공적 성격이 강한 기업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서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면서 “주인 없는 기업이 아니라 국민연금을 통해 국민이 주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실장은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한 주주자본주의 원리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기관투자자로서 주식의 지분만큼 사회적 개입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오 실장은 “지금까지 국민연금은 임원에 대한 비토권, 주주총회에서 반대 표를 던지는 정도가 그나마 적극적으로 경영권에 개입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런 소극적인 개입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주주 제안 형식으로 안건도 내고 우호 지분과 협력해서 임원도 내고 이사진에 들어가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수준까지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실장은 “특히 KT처럼 낙하산 회장의 전횡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국민연금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은 2565건의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찬성 82.8%, 반대 17.0%, 중립 또는 기권 0.2%의 의결권을 행사했다. 채이배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실제 투자대상 회사들의 긍정적인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면서 “단순히 찬반 의사를 표시하는 수동적인 의결권 행사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창환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응당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의결권행사를 등한시하는 것은 자신의 책임 방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거버넌스 구조를 취약하게 만든다”면서 “소액주주는 기업 지배구조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인센티브가 약하지만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보편적 소유자로서 거버넌스 구조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이배 연구원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국민연금이 나서서 이 회장을 물러나게 한다고 하더라도 정치적인 목적을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기금운용위원회가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채 연구원은 “주주가 주인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국민연금이 주주 가치 훼손에 맞서 좀 더 강력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은 “이사회는 이 회장에게 장악돼 있고 우리사주도 비중이 크게 줄었고 기존 노동조합도 노조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언론까지 광고주인 KT경영진에 쓴 소리를 못하게 됐다”면서 “이 회장을 견제할 수 있는 건 최대주주 국민연금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KT는 장치산업의 특성상 장기적인 투자와 비전이 필요한데 이 회장 5년 동안 완전히 성장동력을 상실했다”면서 “공적인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공공성과 성장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