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비극의 행렬 (하) 입마저 닫은 ‘희망 없는 삶’
‘비극의 행렬’ 멈추려면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원들 파편화
직원 스트레스 관리, 비용 아닌 투자
“불안감 커지면 생산성도 떨어져”
직원 스트레스 관리, 비용 아닌 투자
“불안감 커지면 생산성도 떨어져”
회사이익 위해 노동자 고통 강요’ 더이상 안돼 | |
▶◀ KT 비극의 행렬 (하) 입마저 닫은 ‘희망 없는 삶’ | |
▶◀ KT 비극의 행렬 (하) 입마저 닫은 ‘희망 없는 삶’‘비극의 행렬’ 멈추려면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원들 파편화
직원 스트레스 관리, 비용 아닌 투자 “불안감 커지면 생산성도 떨어져”
구조조정과 늘어난 업무량, 그 과정에서 생겨난 회사의 부당한 대우는 케이티(KT)에 다니거나 떠난 뒤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가족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문제다. 남아있는 노동자들 가운데서도 퇴출 압박을 받아온 이들은 “희망이 없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케이티 노동자들의 죽음과 건강 문제에 대해 2009년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 뒤 자살이 이어졌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절망’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직원들을 ‘비용’ 개념으로 바라보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은 직원들이 퇴출됐다. 재취업 기회 보장 등 사회안전망이 선진국에 견줘 부족한 상황에서 퇴출된 직원들은 ‘갈 곳이 없는 상태’에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살아남은 이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그 과정을 지켜본 직원들도 심리적으로 고통을 겪는다. 조직에 대한 충성도나 헌신성이 떨어지고 동료들과의 유대감도 낮아진다. 조직 안에서 직원들이 파편화해 고립된다는 이야기다.
구조조정이나 인력 퇴출에 반대하며 노동조합 활동을 하거나 노동운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들은 회사와 싸우는 과정에서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쉬운 환경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김왕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사회심리학적으로 이들은 잠재적 자살위험군에 속하는데, 단기적으로는 시민사회 등이 나서 이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노동문제 전반에 대한 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회사의 이익만 중시하고 노동자 보호에 눈감아 온 결과가 직원들의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는 “신자유주의 확산과 더불어 케이티가 민영화했고, 그 과정에서 구조조정으로 인건비를 줄이는 대신 주주들에 대한 배당은 높아졌다. 하지만 남은 노동자들은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언제 회사를 떠나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진단했다. 민영화 이후 단기 실적을 강조하면서 노동자들이 받는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안정적 고용 확보와 직원들의 심리치료 등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예상하지 못한 직무변경과 구조조정이 스트레스나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철갑 조선대 교수(직업환경의학)는 “스트레스를 다루는 데 능숙한 성격이 아니라면 대부분 음주와 흡연량이 늘고, 건강이 나빠지는 상황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근본적으로는 안정적 고용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복 아주대 교수(의학)도 “회사에 심리상담사를 두고 심리적 압박을 받는 직무를 맡을 경우에는 이를 관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스트레스 및 건강 관리는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원광대 경영학 박사학위 논문 ‘직무 불안정성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재익)을 보면, 직무만족도와 조직몰입도 하락은 기업의 인수합병이나 구조조정, 해고 등 조직적 요인에 의한 불안감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질수록 회사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회사가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산업재해나 자살 등을 적극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직원들의 건강을 지키고 사고를 막는 데 들어가는 돈을 비용이 아닌 투자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은 “사회가 발전할수록 서서히 누적돼 생기는 뇌졸중이나 심혈관계 질환이 많아지는데, 이런 질환들은 업무와의 연관성을 찾기 어려워 사고가 나더라도 ‘개인적인 일’로 인식하기 쉽다. 하지만 회사가 적극적으로 나서 이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결국에는 회사에도 득이 된다”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