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흔들면 달그락 아이폰5’ 짝퉁 배터리 눈물…
[쿠키 경제]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5에 ‘짝퉁’ 배터리가 장착돼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단말기 제조사인 애플과 국내 유통대행사인 KT측은 “나 몰라라”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대전에 사는 신모(27)씨는 27일 국민일보 쿠키뉴스에 전화를 걸어와 “구입한 지 두 달된 아이폰에 정품이 아닌 배터리가 장착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애플과 KT가 보상은커녕 교환 서비스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첫선을 보인 아이폰5는 세계적으로 1억대 이상 판매된 것으로 추정되는 애플의 ‘효자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12월 출시됐다가 최근 후속모델인 아이폰5S가 출시되면서 단종됐다. 아이폰 시리즈는 배터리 일체형으로 배터리를 탈착할 수 없다.
신씨는 지난 7월 아내와 함께 대전의 한 KT 공식대리점에서 아이폰5 두 대를 구입했다. 대리점의 판매사원이 신씨 부부 앞에서 아이폰5 박스의 비닐포장지를 벗기며 정품임을 확인시켜 주었고, 신씨 부부는 안심하고 아이폰을 구입했다.
신씨의 아이폰은 사용한 지 한 달 만에 이상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휴대전화를 흔들면 옆 사람에까지 들릴 정도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신씨는 지난 17일 애플 지정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 이 센터 담당직원 A씨는 신씨의 아이폰에 분해, 침수, 낙하, 찍힘 같은 흔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리퍼폰(Refurbished Phone·부품을 재조립해 수리시 교체해 주는 폰)을 내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신씨의 아이폰을 개봉해 배터리를 보고는 애플 공식제품이 아니라며 서비스를 해줄 수 없으니 애플과 직접 상담할 것을 권유했다.
소비자가 아이폰을 해체하지 않은 점은 분명하지만 정품 배터리가 아니므로 무상 수리나 교환 대상이 아니라는 황당한 판정을 내린 것이다.
A씨는 국민일보 쿠키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고객이 문제의 아이폰을 분해하지 않은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배터리가 정품이 아니므로 우리로선 A/S를 해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초창기 아이폰 모델부터 계속 사용하고 있고 아이패드와 맥북까지 구입할 정도로 애플 마니아인 신씨는 애플과 KT측에 직접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두 곳 모두 책임이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신씨는 “국내 애플 고객센터는 물론 미국 본사에 근무하는 한국 담당 직원과 상담까지 했지만 ‘고객 책임’이라는 말을 반복했다”며 “아이폰을 판매한 KT대리점과 KT본사 관계자들도 애플과 똑같이 ‘우리 책임 아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애플과 KT측은 국민일보 쿠키뉴스와의 공식 질의에서도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KT측은 “유사한 사례를 보고받은 적이 없다”며 “제품과 관련한 모든 서비스 책임은 애플에 있으므로 KT로서는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애플코리아측은 “자의적으로 제품을 분해하거나 비정상적인 루트를 통해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주로 이와 같은 민원을 제기해 왔다. 정상적인 경로로 구입한 제품이라면 비공식 부품이 사용될 가능성이 없다”며 단말기 제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식 판매처를 통해 판매된 아이폰에 비공식 부품이 사용돼 문제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가짜 메인보드가 장착된 아이폰이 발견됐고, 아이폰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이와 비슷한 사례를 호소하는 네티즌이 적지 않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강지희 김상범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