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국민기업 KT, 정상화가 시급하다
[ 2013년 09월 29일 ]
요즘 민영화된 공기업들이 언론으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KT,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KT는 지난 2002년,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됐다. KT는 보건복지부 산하기관 국민연금공단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외국인 지분율은 42.09%에 이른다. 정부가 한 주의 주식도 갖고 있지 않아 순수 민간기업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민영화된 공기업의 사실상 지배주주가 국민임을 잊어버린 것에서 비롯됐다. KT는 100년 이상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이끌어 온 대표 기업이다. KT에 국민기업이라는 수식어가 줄곧 따라다니는 이유다. 지난 1982년 정부기관에서 벗어나 공기업 한국전기통신공사로 발족됐다. 자본금 2조5000억원 전액을 정부가 출자했다. KT가 국민기업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것은 우리나라 ICT 발전을 이끈 이유뿐 아니라 민영화 당시 국민주 청약을 단행한 영향도 크다.
요즘 KT는 국민기업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당장 주력사업인 통신에서 실적이 부진하다. 무차별적으로 외부 인력을 영입하고 있을 뿐 아니라 주력 사업과 무관한 계열사를 확장하는 등 재벌기업들의 나쁜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재벌기업은 회사가 어려워지면 오너가 사재를 털어 투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KT가 어려워지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KT는 배당성향도 무척이나 높다. KT는 그동안 부동산·동케이블 등 많은 자산을 매각해 주주에 배당했다. 지난 2009년에는 당기순이익 가운데 94.2%를 배당했다. 실적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에도 순이익 중 68%를 배당했다. 지난해 KT 외국인 주주들이 가져간 배당금이 무려 2388억원에 달한다. 국민의 자산을 매각해 외국인들에게 고스란히 가져다 바치는 셈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도 순이익 대비 배당률은 5%대에 불과하다.
글로벌 기업은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의 경영 실적을 평가하고, 때로는 책임을 묻기도 한다. 국민기업에 대해서도 경영진 교체는 주주와 이사회에서 결정할 일이다. 다만 이사회가 제대로 동작할 때만 가능하다. KT 이사회는 총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가 3명, 사외이사가 8명이다. 경영진을 감시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많이 두는 제도 자체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CEO의 고교·대학 동문 및 지인들 위주로 이사진들이 구성되다 보니 이사회의 독립성은 처음부터 묘연했다. 이사회 안건 원안 가결율도 100% 수준이다. 필요하면 정관을 개정해 얼마든지 권력을 남용할 수 있는 구조다.
현 KT CEO는 지난 2009년 KT 대표이사 후보자격이 안되자 아예 정관을 바꿔서 취임했다. 이전에는 CEO추천위원회에 외부 인사와 전직 사장이 포함되도록 했지만, 이를 고쳐 전원 이사진에서 뽑도록 했다. 현 CEO가 구성한 이사진이 입맛에 맞는 차기 CEO를 뽑을 수 있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공기업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선택한 민영화의 결과가 재벌그룹 흉내내기로 이어질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잘못된 것은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최근 `비정상의 정상화`가 국정 화두로 떠오르는 것도 어찌 보면 우리사회 전반에 만연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려는 시도다.
KT호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자유롭고 전문성 있는 선장이 필요하다.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사외이사들을 경영진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인사들로 재구성해야 한다. 국민의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인사를 선임하고, 이사회의 역할도 재정립해야 한다. KT 직원들이 이사회의 활동을 평가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KT가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권은희 새누리당 국회의원 ehkwon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