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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꿈꾼 ‘이석채’ 회장...KT가 망가졌다
정권 전리품 신세 ‘주인 없는 기업’ KT에서 주인 행세한 이석채, 끝은 구속?
[0호] 2013년 10월 22일 (화)박장준 기자  weshe@mediatoday.co.kr
참여연대가 검찰에 이석채 회장을 고발하고, 검찰이 주목한 점은 이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부동산 헐값 매각’과 ‘인수합병’이다. 이 회장은 청와대발 사퇴 종용에도 자리를 지켰지만 이번에 검찰은 압수수색 카드를 꺼내들었다. 검찰 내부에서는 참여연대 고발 전부터 KT 부동산 헐값 매각 등에 대해 관심을 보였고 내사 수준으로 조사를 진행해 왔다.

검찰은 지난 2월 고발건을 특수부가 아닌 조사부에 배당했다. 주로 기업 비리를 다루는 특수부가 아니라 월 수십 건을 처리해야 하는 조사부에 사건을 넘긴 것을 두고 KT 안팎에서는 ‘청와대와 검찰이 이석채 회장을 방어한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그런데 22일 ‘압수수색’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남중수 전 사장처럼 구속되기 전 제발로 나가라는 마지막 경고로 해석된다.

KT의 반응도 흥미롭다. 그동안 KT는 올해 2월과 10월 친척 회사 특혜 인수, 지하철 광고사업 적자투자 배임, 부동산 헐값 매각 의혹 등으로 검찰에 고발당한 이석채 회장을 적극적으로 변호해 왔다. “사실무근”이거나 “회장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라는 게 KT의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지 않다.

KT의 고위관계자는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KT 같은 잘 알려진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은 검찰 입장에서도 부담”이라며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면 압수수색을 했겠느냐”고 말했다. 관련 증거를 이미 확보했고, ‘퇴진’에 대한 윗선 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청와대발 퇴진 압박 이후 잠잠해진 퇴진설이 다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석채 회장은 “주인 없는 KT에 낙하산으로 내려와 주인 행세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참여연대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이석채 회장을 업무상 배임죄로 검찰에 고발한 배경도 이석채 회장 ‘KT 사유화’다. 검찰도 부동산 투자자를 찾고 있다. 이 회장은 각종 의혹과 안팎의 퇴진 압박에도 ‘자리보전용’ 친박 정치인을 고문으로 영입하는 등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실 2008년 이석채 회장은 “혁신의 전도사”로 KT에 나타났다. 그는 KT를 종합미디어그룹으로 만들려고 했다. 그는 수십 건의 인수합병을 시도했다. 통신수익으로는 장기적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게 이 회장 생각이었다. 그런데 성적은 초라하다. 미디어오늘이 이석채 회장의 경영전략과 실적을 복기한다.

  
▲ 이석채 KT 회장의 배임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22일 오전 KT와 계열사를 압수수색한 가운데 광화문 KT사옥 간판 앞에 적색등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
 
▷그는 KT를 삼성전자로 만들려고 했다=이석채 회장은 민영화된 공기업, 주인 없는 기업 KT에 2009년 ‘낙하’했다. 이 회장은 YS시절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는데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경제자문 역할을 하다 발탁됐다. 그는 취임 첫해 5992명을 명예퇴직시켰고, 이듬해부터 부동산을 팔았다. 그러면서 사업을 확장했다. 쪼들리는 살림에도 배당성향이 90% 이상인 적도 있었다. ‘고배당 감량경영’으로 요약된다.

2011년 12월 15일 이석채 회장이 이사회에 제안한 ‘2012년 KT 및 그룹 경영계획(안)’을 보면 이 회장은 KT의 통신부문 성장이 정체될 것으로 판단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고 했다. 그리고 2015년까지 직원 수 3만 명을 유지하면서 2011년 1인당 매출 6.5억 원을 삼성전자 수준(11.9억 원)인 10억 원까지 끌어올릴 것을 제안했다.

이석채 회장은 2015년 비통신 매출비중을 전체 45%까지 끌어올리는 등 KT의 탈통신 전망을 제시했다. KT는 사업영역을 △통신 △ICT △융합 △글로벌 등 네 가지 부문으로 나누고 2015년 그룹 매출을 40.1조 원으로 제시했다. 이중 통신은 22조 원이다. 이는 2011년 통신부문 매출 17.2조 원에서 5조 원 가량 많은 수치다.

이석채 회장의 경영전략 핵심은 비통신부문 매출 확대다. 금융·자동차·보안·광고 부문의 2015년 매출은 7.8조 원으로 2011년 5.6조 원에 비해 2조 원 가량 높다. 미디어·콘텐츠 부문 등 ICT부문 매출은 1.8조 원에서 6.4조 원까지 확대되고, 같은 기간 글로벌 매출은 0.6조 원에서 3.9조 원으로 나와 있다.

이 회장은 KT를 종합미디어그룹으로 만들기 위한 실탄을 부동산과 동케이블, 자산 매각 등으로 확보하고자 했다. 같은 보고서의 ‘재원계획’ 중 자금계획을 보면 2010년부터 3년 동안 KT의 현금 손실 규모는 4.61조 원인데 현금 유입은 2.12조 원이다. KT는 1조 원이 넘는 부동산을 매각하기로 했고 실제 실행했다.

  
▲ 2011년 12월 15일 이석채 회장이 이사들을 대상으로 제안한 2012년 KT 및 그룹 경영계획안.
 
▷이석채 회장 시기 인수합병·분리 총 32건=이석채 회장은 이사회규정도 바꿨다. 2008년 말까지 이사회는 규모 100억 원 이상의 자회사 설립이나 지분매각, 토지·건물 취득 및 매각을 결의할 수 있었으나 이 회장 취임 뒤 이사회는 300억 원 이상 건을 결의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본래 타 기업에 출자 및 보증은 금액에 관계없이 이사회가 결의사항이었으나 지금은 300억 원 이상이다. 이 회장이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돈이 늘어난 셈이다.

KT는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해 확보한 현금으로 인수합병과 기업분리에 뛰어 들었다. KT는 ‘미디어기업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플랫폼과 콘텐츠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회의적 전망은 KT 내부자료에서도 확인된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KT 내부 자료에 따르면 이석채 회장이 취임한 2009년 초부터 지난해 말까지 인수합병 및 기업분리는 총 32건. 2013년 2분기 기준 45개사, 총 1조7298억 원 규모다. 그런데 많은 투자 건이 적자 상태거나 예상한 매출과 이익에 못 미치고 있다.

올해 KT 반기보고서에 공시한 지분법 적용 연결회사의 최근사업연도 재무현황을 보면 2012년 말 기준 44곳 중 21곳이 적자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계열사 관련 자료에 따르면 이석채 회장이 인수합병, 분리를 추진한 회사 중 10곳 이상에서 심각한 부실 또는 자본잠식이 우려된다.

  
▲ 2013년 7월 말 현재 KT 계열사 현황. KT 공시자료에서 내려받음.
 
▷이석채 추진 사업, 상당수 심각한 부실 상황=하나씩 살펴보자. 빅데이터 플랫폼 및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KT Cloudware. KT는 213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2011년 10월 이 회사를 만들고 그해 12월 계열사로 편입했다. 그런데 이 회사는 2011년 40억 원 적자였다가 지난해 86억 원 적자로 그 폭이 늘었다. KT는 올해 매출을 53.6% 끌어올릴 계획이지만 47.1억 원 순적자가 예상된다. 영업이익률은 -96.9%이고 자본잠식율은 32.6%다.

KT는 클라우드 사업에 의욕적이다. KT가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KT Cloudware 설립 전에 전략적으로 전문기업을 한 곳 인수했는데 바로 NexR이다. 이 회사는 2007년 설립됐고 2011년 3월 계열사로 편입됐다. 자본금 2.3억 원 회사에 KT는 46억 원을 쏟아 부었지만 이 회사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7억9000만 원이다. 현재 자본총계는 3억4100만 원에 불과하다.

“KT그룹의 SW역량을 내재화한다”는 목적으로 2009년 말 설립돼 2010년 2월 계열사로 편입된 KT Innotz 성적도 좋지 않다.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 개발 등 용역 수익에 전적으로 의존하는데 2010년 적자 13억 원이던 이 회사는 계열편입된 뒤 적자 38억 원으로 오히려 실적이 악화됐다. 그런데 KT는 2011년 8월 이 회사를 합작한 Tmax의 보유지분 20%를 마저 인수했다. 총 100억 원을 투자했다.

N스크린과 미디어 클라우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인수한 엔써즈도 심각하다. 2007년 설립된 이 회사를 KT는 2012년 1월 계열사로 편입했다. 인수 당시에도 자본잠식 진행 중이었는데 KT는 총 230억 원을 투자했다(이중 구주 투자 160억 원). 이 회사는 2011년 16억 원 적자에서 2012년 31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적자를 24억9000만 원 선에서 막는 게 목표다.

KT-SB data service는 일본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데이터센터 서비스를 위해 2011년 11월 10일 설립됐다. 자본금 370억 원의 이 회사에서 KT 지분은 51%다. 그런데 2011년 당기순손실 2억 원, 2012년은 44억 원 적자다. 올해 목표는 적자를 53억8000만 원으로 방어하는 것. 2012년 설립된 한류콘텐츠 유통 플랫폼 제공업체 USTREAM Korea 또한 지난해 27억 원 손실로 완전 자본 잠식이 예상된다.

KT는 2012년 이석채 회장과 친척관계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 관련회사를 인수했고, 이 회장은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바 있다. OIC는 교육, 방송콘텐츠를 유통하는 회사다. KT는 2011년 매출 4000만 원인 이 회사에 67억 원을 투자했고 계열편입했다. KT는 유 전 장관의 또 다른 관련회사인 사이버MBA를 77억7000만 원에 인수했다. 이 회사는 자본금 15억 원이고 2012년 당기순이익 1억 원뿐이다.

이밖에도 BC카드는 “실제적 인수 시너지가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KT Estate 분사 방식에도 이견이 있다. 물적 분할 방식인 KT Sat, 자산양수도 거래방식으로 쪼갠 KT Media Hub와 달리 KT Estate는 현물출자 방식이다. 이 같은 거래방식으로 “200억 원 규모의 세금을 부담하게 됐다”는 게 KT 내부의 평가다.

  
▲ 지난 6월 서울 KT광화문지사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통합 KT 출범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석채 회장이 프리젠테이션에 나서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노동자도 주주도 소비자도 만족 못한 이석채 5년”=KT새노조 이해관 위원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5년 동안 혁신을 외치며 부동산을 매각하고 탈통신 목적 M&A를 했는데 결과가 참담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자, 주주, 소비자 모두 만족시키지 못했다”며 이석채 회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해관 위원장은 “최근에 드러났듯 이석채 회장은 KT의 자산을 헐값에 팔았을 뿐더러 이 돈으로 사들인 기업은 대부분 부실하다”며 “이석채 회장의 전횡으로 대표적인 국민기업 KT가 망가졌다”고 봤다. 그는 “KT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석채 회장이 퇴진하고 후임 회장으로 누가 오더라도 KT를 되살리기 쉽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위기감이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KT 김철기 언론홍보팀장은 “대부분 스타트업 상황의 벤처회사에 투자한 것인데 1~2년 적자가 났다고 경영을 못한다고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장기적으로 봐야 경영을 평가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김철기 팀장은 “스카이라이프와 BC카드와 같은 계열사들이 수백억 원의 이익을 내며 KT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평가는 없다”며 “장기적으로 봐야 할 작은 벤처회사에 대한 투자를 계속 문제 삼는지 이해할 수 없다. 회사의 지향점이 있는 만큼 길게 봐 달라”고 말했다. 그는 “분사를 가지고도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하는데 전문화를 위해서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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