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폐막한 DMZ다큐영화제, 여성영화인들 수상 강세...8개 작품에 2억 제작 지원키로
13.10.24 14:53l최종 업데이트 13.10.24 14:53l 성하훈(doom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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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저녁 일산 롯데시네마 라페스타에서 열린 DMZ국제다큐멘터링영화제 폐막식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 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아래 DMZ영화제)에서 낙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자, 이제 댄스타임>과 정리해고 프로그램에 맞서 버티고 있는 KT 노동자들의 삶을 밀도 있게 그려낸 <산다>가 각각 국제경쟁 대상과 한국경쟁 최우수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들 작품은 모두 조세영·김미례 감독 등 여성감독들의 영화인데, 청소년경쟁 최우수상 수상작도 오해리 감독의 <콩가루 모녀>가 선정되며 여성영화인들이 올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를 휩쓸게 됐다.
국제경쟁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우리 체제의 유령들>의 리즈 마샬 감독 역시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 강세 흐름에 힘을 보탰다. <우리 체제의 유령들>은 현대 도시 사회에서 동물들이 겪는 비극적 상황을 폭로한 캐나다 영화로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DMZ영화제가 23일 일산 롯데시네마에서 폐막식을 열고 7일 간의 행사를 모두 마무리했다. 조재현 위원장은 폐막 인사말을 통해 올해 행사를 찾은 관객들과 지원해 준 지자체들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앞으로 더욱 내실있는 영화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휴가를 이용해 자원봉사를 한 노동부 공무원과 '평소 다큐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지만 20편의 작품을 봤다'는 관객의 이야기를 전하며, 앞으로 더 많은 관객들이 찾아줬으면 한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다큐멘터리의 관객층이 두텁지 않은 현실에서 5회를 맞은 올해 DMZ영화제는 그간 불모지를 일구는 개척자의 정신으로 다큐멘터리 영역 확장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상영뿐만 아니라 제작지원과 프로젝트 마켓 등으로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국내 다큐멘터리 진영에 큰 힘을 불어 넣었다는 평가다.
▲ 23일 폐막한 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국제경쟁 흰기러기상(대상)을 수상한 <자, 이제 댄스타임> 손경화, 박소현, 조세영 감독, 강유가람 등 감독과 스태프들
ⓒ '자, 이제 댄스타임' 페이스북
프로그램 면에서는 개막작인 <만신>과 국제경쟁 대상 수상작인 <자, 이제 댄스타임>이 관객들의 호평 속에 매진되면서 인기작으로 부상했다. 두 작품은 극 영화적 요소가 가미돼 다큐멘터리 영화의 극적 구성을 위해 연출의 비중이 넓어지고 있는 최근의 흐름을 보여줬다.
조세영 감독의 <자 이제 댄스타임>은 손경화·박소현·강유가람 등 젊은 여성영화인들이 힘을 모아 만든 작품이다. 낙태를 직접 겪은 당사자들이 스스로를 노출해 직접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한국경쟁 특별언급과 함께 관객상을 수상한 <망원동 인공위성>의 경우 빠른 편집을 통해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전개돼 지루할 틈을 주지 않으면서 관객들을 몰입시켜 재밌는 다큐멘터리의 전형을 보여줬다.
한국경쟁 최우수상을 받은 김미례 감독의 <산다>는 최근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KT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해고의 위협에 맞서 멀리 외지로 유배되다시피 하고, 불합리한 업무를 요구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현실을 버텨내고 있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1990년대 노동운동에 나섰던 이들의 현재 모습을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작품으로 올해 부산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에도 진출해 주목을 받았다.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조재현 집행위원장과 한국경쟁 최우수상을 수상한 <산다>의 김미례 감독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특히 <자, 이제 댄스타임>과 <산다>는 2012년 DMZ 영화제의 제작지원을 통해 완성됐다는 점에서 수상의 의미를 더했다. DMZ 영화제의 제작지원 프로그램은 국내 다큐멘터리 진영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또 이를 통해 영화를 만든 감독들은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 내면서 화답하고 있다. 지난해 다큐멘터리 흥행작과 화제작이었던 <두 개의 문>과 <어머니> 등도 제작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영화들이다. 또 DMZ영화제는 2011년 제주 강정마을의 투쟁 현장을 다룬 <잼다큐강정>의 제작을 지원하기도 했다.
올해 DMZ영화제는 8개의 작품에 2억원을 지원했다. 경순 감독의 <레드 마리아2>와 송전탑 공사를 놓고 갈등 중인 밀양을 소재로 한 박배일 감독의 <밀양아리랑> 등이 수혜를 입게 됐다. 또 김응수 감독의 <물속의 도시>, 진모영 감독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도 지원작으로 선정됐다.
외형적으로 보면 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 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사회적 갈등의 현장을 고발하는 카메라에 지원금을 주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는 경기도가 지원은 하지만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조 위원장은 지난 17일 개막식에서 김문수 지사의 '간섭 없는 지원'에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번에 처음 시작된 다큐프로젝트마켓은 좋은 다큐멘터리 기획안을 모아 제작 투자자와 연결시켜 주는 의미있는 시도로 평가됐다. 물론 국내 다큐멘터리 시장이 투자자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첫 술에 배부르기는 힘들겠지만, 다각적인 발전방안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5회를 맞으며 DMZ영화제의 국제적인 위상은 한층 높아진 분위기다. 해외 게스트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등 국제적인 다큐멘터리영화제로서의 입지를 넓혀나가고 있다. 다만 지난 3년동안 영화제 작품 선정을 담당하는 프로그래머가 해마다 바뀌었다는 점은 프로그램 안정에 약점이 될 수 있는 부분으로, 조직적 안정을 위해 영화제 측이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야외행사 모습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올해부터 개막식과 상영관이 전체적으로 바뀌면서 이를 안착시켜야 하는 것도 영화제 측에 안겨진 과제다. 접근성을 위해 장소를 옮겼다고는 해도 영화제 관객들이 체감하는 거리는 예전과 별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시간이 필요한 사안이겠지만 영화제 측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내년 지방선거 이후 지자체 장이 바뀌게 되면, 지금처럼 간섭 없는 지원이 가능할지도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영화제의 독립적 운영을 위해 추진 중인 가시적 구조 전환이 속히 마무리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