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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한국] 사면초가의 이석채 낙마 위기

관리자 2013.10.28 18:13 조회 수 : 1381

사면초가의 이석채 낙마 위기
검찰 수사에 국정감사까지… 넘어야 할 산 많아

“올 것이 왔다.” 검찰이 22일 오전 이석채 KT 회장 및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격적으로 실시하는 것을 본 정치권 및 재계 관계자들의 일관된 반응이다. 

실제로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계와 재계에서는 ‘이석채 낙마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관료출신 기업가로 대표적인 MB맨으로 꼽히는 이 회장이니만큼 “물러나는 것은 이미 결정된 사안이고 시기만 남았을 뿐”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려왔던 것이다. 지난 8월 청와대로부터 조기사임 요구를 받았으나 이 회장이 임기를 채우겠다며 거부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이 이 회장의 진퇴를 결정하는 기나긴 레이스의 시작으로 여겨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상 최대 위기 맞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조사부는 22일 오전 이석채 KT 회장 고발 사건과 관련, KT 분당 본사와 서초사옥, 임직원 자택 등 16개소에 수사관을 파견해 컴퓨터 하드디스크, 회계장부, 사업 관련 내부 문건 등을 압수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2월 서울도시철도공사 ‘스마트 애드몰’ 사업 투자 등과 관련해 이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17일 해당 사업 입찰 담합 혐의로 KT에 과징금을 71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했다.

‘스마트 애드몰’은 지하철 5~8호선 역사와 전동차에 첨단 IT시스템을 구축하고 광고권을 임대하는 사업이다. 참여연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회장이 해당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수백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면서도 그대로 추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참여연대 측은 ‘스마트 애드몰’ 사업으로 인한 적자 가능성을 예상한 KT 실무책임자들의 내부 기밀보고서를 제보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참여연대와 전국언론노조는 이 회장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KT사옥 39곳을 매각하면서 감정가보다 싸게 팔아 회사와 투자자에 최대 869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매각 후 재임대하는 과정에서 시세보다 싸게 팔고 비싼 임대료를 내며 상대방의 이익을 보전해줬다는 내용이다. 

압수수색의 이유에 대해 검찰 측은 ‘KT가 수사에 비협조적이어서 자료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했을 뿐”이라고 밝혔지만 주변에서는 이 회장을 KT 수장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작업의 첫걸음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한, 해당 사건을 통해 이 회장으로부터 이권을 챙긴 전 정권 인사들과 함께 손보기 위함이라는 지적도 신빙성 있게 제기되고 있다. 관료출신 기업인으로 각 영역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어왔던 이 회장으로서는 사상 최고의 위기를 맞은 셈이다. 

재경관료로 화려한 이력 자랑

이석채 회장은 본래 화려한 이력을 지닌 정통 관료 출신이다. 경복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 회장은 1969년 7회 3급 을류 재정직에 합격, 이듬해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공직시절 미국 보스턴 대학에 유학,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 회장은 1984년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에 발탁되며 엘리트 재경관료로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임기 당시 대통령비서실 지역균형발전기획단 부단장(1989년), 사회간접자본투자기획단 부단장(1991년)이라는 한직으로 잠시 밀려났었던 이 회장은 김영삼 정권 때 화려하게 부활했다. 타고난 능력에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의 경복고 선배라는 인맥까지 더해지며 농림수산식품부 차관(1994년), 제1대 재정경제원 차관(1994년) 등을 역임하게 된 것이다. 

이후 제2대 정보통신부 장관(1996년)을 맡은 이 회장은 KTF, LG텔레콤, 한솔텔레콤(KTF에 합병) 등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를 선정하며 국내 이동통신산업의 초석을 닦기도 했다. 결국 이 회장은 재경관료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지점인 청와대 경제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에 1996년 발탁되며 김영삼 정권의 실세로 자리 잡았다. 

재경관료로 정상에 올랐던 이 회장에게도 좌절의 시간은 있었다. 정보통신부 장관 재직 시절 PCS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도왔다는 혐의로 기소되며 1997년 하와이로 도미하는 수모를 겪은 것이다. 3년 뒤 자진귀국 형식으로 돌아와 긴 법정투쟁을 시작, 2006년 무죄 판결을 받으며 명예를 회복했지만 10년에 걸친 야인생활 동안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다고 전해진다. 

기업인으로서도 호평 일색

야인으로 떠돌던 이석채 회장 인생의 2막은 KT에서 열렸다. 때마침 KT 또한 역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해있던 터라 이 회장의 부활 장소로는 안성맞춤이었다. 

당시 KT는 통신업계의 절대 강자라는 옛 명성이 무색하게 급변하는 통신환경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급속히 확대되는 이동통신 사업에도 불구, 유선전화 사업에 대한 절대적인 의존도를 낮추지 못하면서 결국 SK텔레콤에 통신업계 수위 자리를 완전히 내주게 됐다. 이동통신 사업 뿐만 아니라 초고속인터넷, 인터넷TV(IPTV) 등 새로운 영역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했지만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중수 사장의 비리사건이 터졌다. 차명계좌로 납품업체의 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은 남 사장은 2008년 11월 구속됐다. 당시 자회사였던 KTF의 조영주 사장 또한 같은 혐의로 먼저 구속된 터라 가뜩이나 실적 부진에 허덕이던 KT로서는 1, 2인자의 공백을 여실히 느껴야만 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KT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이 회장은 취임 직후 KT의 숙원사업들을 연달아 정리하며 자신의 경영능력을 보여줬다. 

2009년 1월 14일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KT호의 선장을 정식으로 맡게 된 이 회장은 취임 엿새만인 1월 30일 이사회를 열고 KT-KTF 간 합병을 전격적으로 결의했다. 이어 3월 18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고 6월 1일 합병을 완료, 통합 KT를 출범시켰다. 오랜 숙원사업이었지만 경쟁사의 반발은 물론 조직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며 제대로 엄두를 내지 못했던 합병 건을 이 회장 특유의 뚝심으로 일사천리로 진행해버린 것이다. 

또한, 이 회장은 직원 5,992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내며 공기업 시절 비대해진 조직의 군살을 빼 나갔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감축이었다. 이 회장은 본사 직원들을 영업일선에 배치하고 상무보급을 대상으로 대규모 권고사직을 시행했으며 30년 동안 유지해온 호봉제를 폐지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및 여타 통신사들과의 갈등을 무릅쓰고 2009년 11월 애플 ‘아이폰’을 도입할 수 있었던 것도 이 회장의 결단력 덕분이다. 결과적으로 아이폰 도입은 대성공을 거뒀고 스마트 시대를 연 KT는 SK텔레콤에 빼앗겼던 선도적 사업자로서의 위상을 다시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잡음도 많았던 이석채호

기업인으로서 이석채 회장의 행보에 영광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 회장이 KT호를 이끌면서 잡음도 다수 발생했다. 대표적인 것이 노동인권 문제다. 이 회장은 악명높은 퇴출프로그램을 이용, 수많은 직원들을 거리로 내몬 인물로 꼽힌다. 물론 이 회장 측 입장에서는 비대한 KT의 살을 빼는 과정이었다고 손사래 치겠지만 이석채호 출범 이후 200명이 넘는 직원이 사망했고 이중 자살자가 26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논란의 소지가 충분하다.

‘낙하산’ 문제도 이 회장의 실정으로 지적된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의 국감 자료에 따르면 이 회장 체제에서 KT에 뿌려진 낙하산은 신원이 확인된 사람만 36명에 이른다. 이춘호 초대 여성부장관 후보자 등 MB정부의 인사들과 홍사덕 박근혜캠프 선대본부장, 김종인 박근혜캠프 경제민주화추진단장 등 친박계 낙마자들까지 출신도 다양하다. 

아이폰 도입 당시까지는 ‘혁신’의 대명사였던 이 회장이지만 이후 경영상의 실패도 눈에 띈다. 이 회장 취임 이후 경쟁 통신사의 주가가 30% 이상 상승한 데 반해 KT의 주가는 오히려 9%가량 하락했다. 비통신분야 계열사들의 인수ㆍ합병으로 가시적인 매출은 늘었지만 정작 통신분야에서는 실적이 내림세인 점도 문제다. 실제로 KT는 지난 7월 사상 최초로 141억원의 월간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그 밖에도 이 회장은 ‘제주 7대 경관 국제전화 사건’, ‘87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친인척 특혜 의혹’ 등 수많은 의혹들의 당사자로 거론돼왔다. 

낙마 이후까지 걱정해야?

이석채 회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번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히 짐작되는 것은 머지않아 이 회장이 KT 총수 자리에서 내려오리라는 점이다.

이 회장을 향한 검찰의 칼날이 얼마나 날카로운지는 수사 속도만 봐도 확인 가능하다. 이번 압수수색은 참여연대 등 고발인들이 ‘부동산 헐값매각’ 혐의로 이 회장을 고발한지 2주일도 채 안돼 이뤄졌다. 통상적으로 시민단체의 고발장을 받은 검찰의 움직임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속도다. 

31일로 잡혀있는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국정감사도 이 회장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인으로 채택된 이 회장은 본래 25일부터 내달 2일까지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검찰이 이 회장을 22일 출국금지조치하며 꼼짝없이 국정감사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검찰 수사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부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질 경우 이 회장의 낙마론에도 불이 붙을 전망이다.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이번 수사로 검찰이 이 회장과 엮인 전 정권 인사들을 노리고 있는 경우다. ‘부동산 헐값매각’의 쟁점은 “이 회장이 부동산을 싸게 팔았다”가 아닌 “이 회장이 부동산을 (전 정부 실세로 보이는) 누군가에게 싸게 팔았다”로 옮겨가고 있다. 검찰 또한 이 점에 중점을 두고 수사하는 모양새다. 특혜를 받은 전 정권 인사들의 이름이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경우 이 회장은 낙마 이후를 더욱 걱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료에서 기업인으로 화려한 변신에 성공한 이 회장이 계속되는 검찰과의 악연을 어떻게 정리해나갈지 주목된다. @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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