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등 정부의 전 방위 압박을 받아온 KT 이석채 회장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후임 회장 인선을 둘러싼 또 한 차례의 진통이 예상된다.
◈차기 KT 회장은 누구?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미 2,3개월 전부터 청와대 민정라인에서 차기 KT 회장 후보군 3배수에 대한 검증 작업을 마쳤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럼 과연 누구일까?
이런 질문에 청와대 관계자는 자세한 답변을 하지 않는 대신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이라고만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키워드로 “경륜”을 제시했다. “KT 회장이라고 해서 꼭 IT와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연륜과 경륜’의 맥락에서 볼 때 우선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경제자문 위원으로 활동했던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73세)의 이름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대우 출신으로 배순훈 전 장관(71세)이 거론되기도 한다.
삼성 출신으로는 황창규 이기태, 윤종용 전 부회장이 거명되고, 관계에서는 방석호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김동수 김창곤 정보통신부 차관, 형태근 전 방통위 상임위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석채 파장, 1막이 끝나고 2막 시작
그동안의 국면이 검찰 수사 등 정부 압박과 이에 대한 이 회장의 버티기였다면 지금부터는 누가 차기 회장으로 오느냐를 둘러싼 진통이다. 이 회장이 물러난 이유는 결국 MB 맨이 아니라 새로운 인물에게 KT 경영을 맡기겠다는 청와대 의중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차기 회장을 뽑을 KT 사외 이사들이 대부분 이석채 회장 시절에 임명됐다는 점이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사외이사 김응한 미국 미시간대학 경영학 석좌교수는 이 회장이 나온 경복고 출신이고, 이현락 세종대 석좌교수는 서울대 동문이다. 성극제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차상균 서울대 교수(전기정보공학부)도 평소 이 회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결국 이 회장이 사임하지만 이것과는 별개로 친 이석채 인사들로 꾸려진 CEO 추천위가 청와대 의중과는 다른 사람을 뽑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이사회의 반란’인 셈인데, 이를 막기 위한 절차 도입 등 한 차례 힘겨루기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 KT 후임회장을 뽑는 절차는?
청와대가 밀고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그 사람의 경력, 조건 등에 따라 선출 절차가 다르게 적용될 전망이다. 5년 전 남중수 전 사장이 검찰 수사로 물러나고 이석채 회장이 KT 회장으로 들어서는 과정을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미는 이석채 회장은 SK C&C 사장이였다. 경쟁사 임원은 2년 이내에 KT 사장이 될 수 없다는 정관 조항에 걸린 것이다. 이에 따라 KT는 이사회를 다시 구성해 정관을 바꾼 뒤 이석채 회장을 선출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번에도 현재의 정관에 따라 후임 회장을 뽑을 경우 시간이 지체되고 진통이 따를 경우 결국 이사진을 새롭게 구성하는 방안을 강구할 가능성이 높다. 5년 전의 일이 판박이처럼 반복되는 셈인데,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5년 뒤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5년 단위로 정권이 바뀔 때 마다 CEO가 관례처럼 바뀌는 구조라면, KT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일단 이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만큼 후임 회장은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