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 시장과 비효율 관치, KT 이석채호 파산 | |||||||
[미디어초대석] 위기의 KT, 다시 청와대 낙하산이라면 비극은 계속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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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배임을 넘어 개인비리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정부 지분이 0%인 민간기업에 검찰이 나서 CEO 교체를 위해 전 정권 인사를 찍어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석채 회장의 잘못과 별개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KT 회장 자리를 전리품 취급하는 ‘CEO리스크’는 KT의 현실이다. 안타깝지만 KT의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후임 회장의 하마평에 어김없이 박근혜 정부와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 거론되는 역설이 KT CEO 선출을 둘러싼 현실이다. 많은 분들이 묻는다. 지분 0%인 정부가 어떻게 인사에 개입하느냐고. 또 ‘오너가 아닌 이석채 씨가 어떻게 배임 같은 전횡을 저지를 수 있느냐고.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이 두 개가 모두 가능한 게 지금 KT의 현실이다. 검찰이 수사하는 이 회장의 배임혐의는 KT의 부동산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친인척 등이 관련된 기업을 비싸게 인수합병해서 회사에는 손실을 지인들에게는 거액의 이익을 줬다는 것이다. 도대체 오너도 아닌 이 회장이 어떻게 이런 재벌오너나 할 법한 전횡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감시와 견제 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탓이다. 주지하다시피 KT의 이사회는 이석채 회장의 고교·대학 동문 등 지인들로 구성돼 있다.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하냐고? 민영화된 KT는 지배주주가 없이 매우 분산된 구조다. 정부는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지만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보면 해외투자자가 의결권 기준 50% 이상을 점하고 있다. 이 같은 지배구조에서 KT주주들은 그저 배당금만 잘 챙겨주면 되지, 이사회에 제동을 걸지 않는다. 그래서 이 회장의 동창회 이사회가 만들어졌다. 특히 해외주주 입장에서는 실적이 나쁘더라도 자산을 매각해서 배당금만 잘 챙겨주는 경영진이 최고다. 실제로 민영화 이후 KT는 줄곧 50% 안팎의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해 왔다. 특히 이석채 회장 들어와서 2009년엔 그 해 번 돈의 94%를 배당하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줄줄이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물론 이 회장의 이 같은 경영에 대해 KT 이사회는 대부분 만장일치의 지지를 보냈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주요한 내부견제 세력인 노동조합은 어떨까? 이 또한 완전 기능 정지다. KT는 ‘학대해고’로 불리는 CP프로그램으로 노동자들을 탄압해 왔다. 그 결과 노동조합은 완전 무력화됐다. 올해만 21명의 노동자가 죽고 8명이 자살했다. 국회에서 여야 가릴 것 없이 KT의 부당인력퇴출에 대해 규탄하는 마당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게 지금의 KT노조 아닌가! 게다가 야당에서 ‘이석채 퇴진’을 주장하는 성명을 낸 것에 대해 오히려 야당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을 정도로 KT노조는 비정상적인 노조로 전락한 지 오래다. 내부 견제가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정치권 검찰 언론 등의 정치·사회적 감시라도 작동했다면 KT가 이 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모든 감시를 가로막기 위해 이 회장이 끌어들인 게 바로 대규모 낙하산 인사들이었다. 홍사덕, 김병호 등 정치권 낙하산은 물론 판검사 출신의 법조 낙하산, 각종 언론인 출신의 언론 낙하산이 완전 똬리를 틀고 있는 게 바로 이석채의 KT다. 그래서 이 회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질수록 늘어난 게 낙하산 인사일 뿐, 개선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는 게 KT 내부의 절망적 평가다. 결과적으로 KT는 실적과 무관하게 배당금만 많이 챙기면 최고라는 시장의 무책임성과 외부의 비판으로부터 이석채 회장을 지켜줄 각계의 힘 있는 낙하산 인사들을 대규모로 거느려야 굴러가는 관치의 비효율성이 완벽하게 조합을 이룬 최악의 기업지배구조를 낳았다. 그리고 이 구조의 파산이 바로 이석채 회장에 대한 검찰수사다.
둘째, 새로운 CEO에게 노동 존중의 관점이 꼭 필요하다. 이는 CP프로그램으로 인해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KT 노동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도 필요할 뿐 아니라, 건전한 내부 감시자이자 KT 혁신의 동반자로 노동조합을 인정할 때만 KT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통신전문가가 와야 한다. 애초 KT 민영화의 취지에 맞게 국민에게 저렴하고 효율적인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집중하는 CEO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제 이석채 회장이 물러나면 차기 KT를 이끌 CEO 선임과정이 전개된다. ‘이사회-회장추천위원회-주주총회’에 대해 국민의 관심이 모아질 때 KT는 국민기업으로 제 역할을 할 CEO를 갖게 될 것이다. 반대로 이 절차가 청와대 주도로 낙하산 인사를 내리꽂는 형식적 통과의례로 변질된다면 KT의 비극은 계속될 것이다. KT는 지금 그 갈림길에 서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