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후임에 황창규... '친박' 대신 '삼성' 선택
반도체 신화 이끈 '황의 법칙' 주인공... 통신 공공성-노동 인권 후퇴 우려도
▲ 황창규 전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 | |
ⓒ 이경태 |
[기사 보강 : 16일 오후 8시 22분]
KT가 결국 '친박 낙하산' 대신 '삼성'을 택했다. KT CEO추천위원회(위원장 이현락 세종대 석좌교수)는 16일 오후 이석채 회장 후임으로 황창규(60) 전 삼성전자 사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친박' 임주환-김동수 낙마... 삼성전자 출신 전격 발탁
KT는 이날 오후 황창규 전 사장을 비롯해 권오철 SK하이닉스 고문, 임주환 고려대 교수, 김동수 전 정보통신부 차관 등 최종 후보 4명을 면접했다. 한때 임주환 교수와 김동수 전 차관이 유력 후보로 오르내렸으나 박근혜 대선 캠프에도 참여하는 등 '친박 인사'란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황 후보는 반도체 메모리 집적도가 매년 2배씩 늘어난다는 '황의 법칙'으로 잘 알려진 반도체 전문가로,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을 거쳐 이명박 정부에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장을 맡았다. 황 내정자는 부산 출신으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현재 성균관대 석좌교수와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민간위원을 맡고 있다.
KT는 이날 "황 후보는 KT 미래 전략 수립과 경영 혁신을 추진할 최적 인물"이라면서 "비전 설정능력과 추진력, 글로벌 마인드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가의 CTO(최고기술책임자)를 역임하는 등 ICT 전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도 강점"이라면서 "현재 KT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고 회사 경영을 본 궤도에 올려놓는 데 기여하고 장기적으로 회사 가치를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식 경영에 통신 공공성-노동 인권 악화 우려"
실제 황 후보는 기업을 이끌어본 경험이 있는 전문 경영인 출신답게 적극적인 KT 기업 문화 쇄신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신 분야에는 문외한인 데다, 스마트폰이나 통신장비 선정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이해 관계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KT는 지난 2009년 말 아이폰을 최초로 도입하는 등 애플과 협력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했으나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ICT업계 한 원로는 "KT는 무늬만 사기업이지 감춰진 공기업이고 주인 없는 회사여서 일반 기업체 출신이 CEO로 오면 이해관계 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황창규 전 사장의 경우 삼성전자와 애플 갈등으로 스마트폰 납품을 놓고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일단 '친박 낙하산' 논란을 피하긴 했지만, 통신 공공성과 노동 인권 문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통신 전문가가 새 CEO가 돼야 한다는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요구와도 동떨어진 인물이다.
이해관 KT새노조 위원장은 이날 "국민기업 KT를 재벌식 전횡과 독선으로 경영한 게 이석채 전 회장 문제였는데 삼성 출신 황창규 후보가 이를 극복할 대안인지 우려스럽다"면서 "삼성의 탐욕 경영이 재현돼 공공성이 더 후퇴하고, 반노동 기업 문화의 상징인 삼성 출신이 와서 KT 노동인권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황 후보는 다음 달 열리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앞으로 3년간 KT를 이끌 새 회장에 임명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