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성불법매각 이어 이번에는 하도급 논란…黃, `李의 잔재` 어떻게 돌파?
[ 2013년 12월 22일 ]
황창규 KT 차기 회장 후보자가 이석채 전임 회장 시절의 `묵은 뇌관`들로 골머리를 앓게 됐다. 미래창조과학부의 무궁화 3호 위성 매각 무효 통보에 이어 이번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태블릿PC 제조사 엔스퍼트와의 지난 거래에서 하도급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재협상을 명령했다.
22일 공정위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중순 열린 위원회 회의에서 조사관이 “KT가 엔스퍼트와의 거래에서 하도급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280억원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요청했고 위원회는 “두 회사에 다시 한번 합의 기회를 주겠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KT와 엔스퍼트 간 악연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텔레콤이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판매를 시작하자 그해 9월 KT는 엔스퍼트와 `K패드` 17만대 공급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570억원에 달했다. 중소기업과의 협력 사례로 대대적인 홍보도 펼쳤다.
문제는 이듬해 시작됐다. `17만대 계약`은 진행되지 않았고 두 회사는 두 개의 계약을 추가로 맺었다. K패드 관련 계약을 3개월 연장해 2011년 6월까지 미루는 합의서와 2010년 9월 계약을 무효화하는 것이었다. 상반된 이면 계약이 체결됐다. 이어 KT는 대신 K패드 후속모델 `아이덴티티 크론`을 2만대, 120억여원어치 구입하기로 했다. 엔스퍼트 측은
“KT 측이 이면 계약을 종용했다”며 “KT가 두 계약 중 먼저 맺은 연장 계약을 지키는 듯이 기술 개발 실무 협의를 유지해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해 말 KT는 애플 아이패드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K패드와 아이덴티티 크론의 납품은 5만대에서 멈췄다. 이미 구매한 자재를 썩히게 된 엔스퍼트는 자금난을 못 이겨 상장폐지 됐다. 엔스퍼트는 2011년 11월 공정위에 KT를 신고했지만 이듬해인 지난해 5월 무혐의 처리됐다. 다음달 엔스퍼트는 공정위에 KT를 재신고했고, 이전과 달리 지난 11월 위원회 회의에서 혐의가 있다는 보고에 따른 협의 명령이 나온 것이다.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정위는 하도급법 위반 혐의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엔스퍼트 측은 “이번에는 위반 사실이 명확히 입증될 것”이라며 “공정위 결론과 관계없이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엔스퍼트가 계약 당시 합의한 품질 수준을 전혀 지키지 못했다”며 “KT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 전 회장 재임 시의 계약이지만, 공은 황 신임 회장 후보에게로 넘어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각종 낙하산 인사와 실적 개선뿐만 아니라 각종 송사와 위성매각 협상 취소 등 이 전 회장 시절의 잔재 역시 황 후보가 넘어야할 장애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