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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5호’ 위성 일부 고장난 채 돌고 있다

한겨레 이순혁 기자 메일보내기
민·군 공용 통신위성인 무궁화 5호의 전력공급장치 일부가 정상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2006년 8월 미국 하와이 남쪽 해상에서 발사되는 무궁화 5호. <한겨레> 자료사진

군 통신망·국내외 위성방송 등 사용
2006년 발사, 설계수명 2021년까지
작년 6월 태양전지판 회전부품 고장

지상파 방송사들의 국내·국외 위성방송(SNG)과 군 통신망 등으로 쓰이고 있는 무궁화 5호 위성의 전력공급장치 일부가 고장 난 채로 운용중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위성 고장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주요 부품이 고장 난 채로 수개월째 계속 운용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케이티(KT) 쪽은 “서비스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지만, 대체 위성 발사를 검토중이다.


7일 케이티샛과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6월 말께 무궁화 5호 위성의 북쪽 태양전지판 회전을 담당하는 부분(BAPTA·Bearing And Power Transfer Assembly)이 고장 났다. 무궁화 5호는 동경 113도의 적도 3만6000㎞ 상공에 머무르는 정지위성이다. 가능한 한 많은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햇빛이 비치는 아침~저녁 시간대에 태양전지판(패널)이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도록 조정해줘야 하는데, 전지판 회전이 불가능해지면서 전력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무궁화 5호의 생산 가능 전력이 8~9㎾인데, 사고로 최대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케이티의 자회사로 위성을 운용중인 케이티샛은 고장 직후 위성 제작업체인 프랑스 알카텔과 함께 고장 원인 파악에 나섰지만, 정확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사람을 보내 직접 확인할 수 없는 만큼 정확한 원인 분석은 불가능하다. 다만 지난해가 11년을 주기로 흑점 폭발이 많아지는 태양활동 극대기였던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쪽 태양전지판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된 채 6개월가량이 흘렀지만, 방송·통신 중계 서비스에는 지장이 없는 상황이다. 케이티샛 관계자는 “태양전지판에서 실제 소모전력보다 더 많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무궁화 5호는 케이티와 국방부가 공동으로 3000억원가량을 들여 띄운 민·군 공용위성이다. 36개의 중계기 가운데 12개는 군(합참)이, 24개는 케이티가 사용하고 있다. 합참은 국방광대역통신망, 마이크로웨이브망(MW망)과 더불어 무궁화 5호 위성망을 주요 지휘통신망으로 사용하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위성체에 이상이 발생했지만, 현재 군이 이용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대신 케이티 쪽 유휴 중계기 일부의 전원을 끈 상태다. 회사 쪽은 “(가동을 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는) 여분의 중계기 일부의 전원을 내렸는데, 몇 대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서비스에는 이상이 없다지만 추가 장애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케이티 쪽은 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케이티샛은 2016년 무궁화 7호 발사 때 무궁화 5호를 대체할 무궁화 5A호를 함께 띄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초 무궁화 7호와 무궁화 5A호의 입찰제안요청서(RFP)를 글로벌 위성업체들에 발송하기도 했다. 2006년 발사된 무궁화 5호 위성의 설계 수명은 2021년(15년)까지로, 2016년 대체위성(무궁화 5A)이 발사된다면 실제 수명은 5년 줄어드는 셈이다.


케이티샛 관계자는 “무궁화 5A호 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했지만 발사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리스크(위험)를 안고 무궁화 5호를 계속 운용할지, 비용이 들더라도 대체위성을 띄울지는 (이달 말 주총을 거쳐 취임하는 황창규 회장 등) 새 그룹 경영진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궁화 7호 발사 일정을 고려하면, 대체위성 발사 여부는 올해 1분기 안에는 결정돼야 한다.


보험금 문제에도 관심이 모인다. 위성체에 이상이 생긴 만큼 보험금이 지급될 가능성이 큰데, 그 여부와 비율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앞서 1995년 무궁화 1호 발사 때 보험금이 지급되기도 했다. 무궁화 1호는 발사 때 9개 추진체(연료를 담은 로켓) 가운데 한 개가 본체에서 떨어지지 않는 바람에 자세를 제어하는 자체 로켓을 이용해 정상궤도까지 오르는 바람에 연료 부족으로 수명이 10년에서 4년4개월로 단축됐다. 당시 케이티는 보험금을 수령해 새 위성을 발사할 수 있었지만, 무궁화 1호 발사의 상징성 등을 고려해 보험금을 60%만 수령하고 무궁화 1호를 4년여 동안 운용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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