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갈등 - 방만경영 - 外風’ 3대 걸림돌 없애라
《 27일 황창규 신임 KT 회장(61)의 3년 임기가
시작된다. 민영화 13년, KTF와의 합병 5년째인 KT에 대해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KT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사상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통신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KT는 합병 이전인 2008년에도 통신 부문에서만 연간 1조6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바 있다. 황 회장 전임
최고경영자(CEO)들은 2차례 연속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며 불명예 퇴진했다. 영입된 인사를 지칭하는 ‘올레 KT’와 기존 KT 인사를 뜻하는
‘원래 KT’ 간 갈등도 심각한 수준이다. 정치권을 비롯한 외풍도 여전하다. 위기의 ‘KT호’를 이끌 황 회장의 과제를 시리즈로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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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조직갈등] 공정성-사기 회복할 리더십 절실
KT 관계자들은 현재 KT의 상황을 “내우외환(內憂外患),
사면초가(四面楚歌)”로 규정한다. 유선 통신 분야의 지속적 수익 악화가 무선 분야로 확산되고 있고 ‘탈(脫)통신’ 전략 역시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악화된 경영 실적에 대해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내부 갈등 속에 상당수 전문 인력과 영업 조직까지 경쟁업체로
빠져나가기도 했다.
이석채 전 회장 시절 물러난 한 임원은 “KT 조직 내부의 ‘비정상의 정상화’가 가장 시급하다”며 “신임
회장은 조직 전체를 납득시킬 만한 공정한 규율을 회복하고 사기를 북돋울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KT의
비정상적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 바로 최근 불거진 ‘무궁화 위성 2·3호 매각’ 사건이다. 2010∼2011년 당시 정부의 허가 없이
진행된 거래는 비난과 불신을 불러왔다. 민간 기업의 고유 권한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국익 문제를 떠나 단순 손익을 따져봐도 납득하기 힘든
판단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심지어 아직도 당시 위성 매각 경위나 책임자가 드러나지 않았다. 2011년 당시 대부분의 임원회의에
참여했던 한 고위 간부는 “당시 위성 매각 사실을 뉴스를 보고 처음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매각 작업이 극히 일부 경영진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이뤄졌다는 뜻이다.
이 전 회장의 경영 스타일과 관련해서는 과감하다는 평가와 독단적이다란 평가가 엇갈린다. 취임 초기
KT-KTF의 합병을 주도하고 통신업체 가운데 맨 먼저 아이폰을 도입하는 등 혁신 바람을 몰고오는 데는 성공했지만 2012년 연임 이후 내부
소통에 실패하고 KT에 부는 외풍도 막아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통신 분야의 매출 감소를 메우기 위해 시도한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인재 영입 역시 들인 비용을 감안하면 성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② [방만 경영] 부실 털어내고 현금흐름
관리를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들과 KT 출신 인사들 간에 갈등의 골이 깊다. 이 같은 갈등은 KT의 DNA를 통신에서 찾으려는 기존
인사들과 KT를 종합미디어 및 IT 기업으로 바꾸려는 영입 인사들의 철학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 과정에서 KT의 차세대 주자로
꼽혔던 이상훈 최두환 전 사장 같은 통신 전문가들은 회사를 떠났다. 한 임원은 “기존 KT 출신 인사들이 비전을 제시하는 데 부족했던 점은
있지만 일부 영입 인사가 기존 인력 전체를 무능과 비리로 규정하고 독단적인 경영을 했던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빠르게 몸집을 불린
과정도 면밀한 사업성 검토 없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프리카 르완다 통신망 구축 사업이나 초기 4800억 원 규모로 시작해 총 1조 원
이상 투자된 사내 경영정보화시스템 구축 사업에 대해서도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시선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평창 겨울올림픽 통신망 사업 등도
수익성과는 무관하게 진행됐다. 이러다 보니 현금 흐름이 정상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부실이 쌓였다는 것이다.
③ [외부 입김] 낙하산 차단…
人事 첫단추 잘 끼워야
KT 안팎에서는 “황 회장의 취임 후 첫 인사가 KT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만큼 난맥에
빠진 KT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인사 혁신 및 독립 경영 노력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황 회장은 이달 중순까지 KT 안팎의 주요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고 자신을 도울 핵심 인사들에 대한 인선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치권을 비롯한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개입이 폭주하면서
결정을 회장 취임 이후로 미뤘다는 후문이 들린다.
정치권에서는 수많은 인사가 KT에 자리를 잡기 위해 전방위적 압박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거론됐던 인사 수십 명이 이제는 부회장이나 계열사 사장 및 고문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KT가
2002년 민영화됐지만 경영 독립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황 회장 역시 KT 외부 출신이기 때문에 이 전 회장처럼 수많은
청탁과 외압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KT의 독립 경영을 위해서는 외부의 인사 개입부터 차단하고 조직 적합성과 전문성을 기준으로 소신
있게 경영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정호재 demian@donga.com·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