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회장 없다며 보상 ‘감감’
해소되지 않은 ‘갑을 갈등’
대리점주 피해 해결책 마련 교섭
이석채 회장 떠난뒤 석달째 중단
“황창규 내정자 교섭 나서라” 요구
케이티(KT)가 ‘회장 공석’을 이유로 불공정행위 피해 대리점주들에 대한 보상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피해 대리점주들은 황창규 회장 내정자가 교섭을 즉각 시작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피해 대리점주들의 모임인 ‘케이티 피해자 모임’은 26일 “지난해 대리점주들의 피해사례가 알려지면서 케이티는 해결책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이석채 전 회장이 회사를 떠난 이후 회사 수장이 없다는 이유로 약속 이행을 미루고 있다. 황창규 회장 내정자가 즉시 피해 점주들과 교섭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모임과 참여연대,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등은 19일 케이티를 거래상 지위남용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공정위 신고는 지난해 10월 안아무개(47)씨 등 대리점주들에 이어 두번째다. 안씨 등은 케이티가 판매부진을 이유로 대리점 전산망 접속 차단, 휴대전화 판매 보조금 지급 강요 등 불공정행위를 했다고 신고했었다.
케이티는 안씨 등의 공정위 신고 이후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까지 나서면서 지난해 10월 피해 대리점주들과 교섭을 시작했다. 케이티 담당 임원이 케이티 피해자 모임을 찾아가 그간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석채 전 회장이 11월 퇴임하면서 교섭을 중단한 뒤 지금껏 석달 가까이 ‘내부 사정’을 이유로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고 있다.
케이티 피해자 모임 오영순(46) 대표는 “(케이티가 문제를) 해결해줄 것처럼 이야기하다가 회장 퇴임이라는 내부적인 문제를 들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피가 마른다. 불안한 하루가 10년처럼 느껴진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시간만 끄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피해자 중에는 빚을 지고 이자를 갚느라 몹시 힘들어하는 이들도 있다. 회사 내부문제로 협상에 나설 수 없으면 당장 생계가 어려운 이들에게 생활비를 보태는 등 도의적인 책임이라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케이티 피해자 모임 등은 “황창규 새 회장 내정자와의 면담도 요청했다. 새 회장 취임이 다가온 만큼 국민기업 케이티가 새 출발을 위해서라도 피해 대리점주들과의 대화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