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사업’ 해도 걱정, 안해도 걱정.. 황창규 KT 회장의 고민 | ||
2014-02-04 17:33:49 | ||
4일 KT에 따르면 황창규 KT 회장은 공식 취임 후 르완다를 포함한 아프리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KT의 르완다 LTE 사업은 현지에 3년 내 LTE망을 구축한 뒤 현지 통신사업자에게 도매로 LTE망을 제공하는 형태다. 이 사업은 초기 투자비만 1500억원(총 2700억원 중 KT 투자분)이 소요된다. 그 대신 KT는 LTE망을 구축한 뒤 향후 25년간 LTE망과 해당 주파수를 독점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확보하게 된다. KT는 르완다를 교두보로 동아프리카경제권역(EAC)인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브룬디 등으로 LTE망을 확대해 5개국 통합 통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1500억원 투자해도 수익 불투명 그러나 르완다 LTE사업은 본래 취지와 달리 수익성이 불투명하고 위험요소가 커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KT가 르완다 LTE사업에 1500억원을 투자하면 매년 이익이 최소 100억원 이상을 확보해야 본전이라는 게 KT 담당자의 분석이다. 그러나 르완다 LTE사업은 초기부터 LTE망 판매를 통해 1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르완다 LTE사업의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먼저 르완다는 LTE 수요가 불확실하다. 한국과 같이 동영상 콘텐츠가 발달한 곳에서는 LTE 수요가 폭발하겠지만 르완다는 LTE를 사용할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 기존 2세대(2G) 가입자가 LTE로 전환하려면 LTE 단말기로 교체해야 하지만 LTE 단말기가 워낙 고가라 이를 구입할 수요 자체가 미미한 것도 문제다. 게다가 현지 이통사업자가 이미 전 국민 중 55%에 2G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KT에 LTE망 이용료를 부담하면서 사업을 추진할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다. KT는 LTE망을 구축하더라도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직접 서비스를 하거나 기업대 개인간 거래(B2C)모델은 추진할 수 없고, 오직 통신사업자에게 망 도매사업만 할 권리만 가지고 있는 것도 한계다. 이외에 르완다 내 LTE 서비스가 활성화돼도 현지 통신사업자에게 망 제공을 통한 도매수익은 큰 폭의 이익을 기대할 수 없고 르완다 사업 모델을 이웃 4개국에 확대 적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숨은 배경은 '낙하산의 조급증' 아프리카 사업은 당초 이석채 전임 회장 재임 시 국내 사업의 수익 악화와 경쟁열위 만회를 위한 차원에서 시작됐다. 그 일환으로 핵심 낙하산 임원들을 중심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텔레콤 지분인수를 추진하다가 무위로 돌아갔다. 그후 이들은 경쟁환경에서의 지분투자가 아닌 르완다의 네트워크 구축·운영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비즈니스 모델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 과정에서 심도 있는 사전검토가 부족한 가운데 졸속으로 사업이 추진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들이 르완다 사업을 벌인 이유는 글로벌 사업을 성공시킬 만한 다른 대안이 없고 실패 여부는 장시간 경과 후 판명나는 점을 이용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1~2년 동안 KT의 글로벌 사업을 통한 이슈 부각·여론 조성을 통해 공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전언이다. KT 관계자는 "르완다 사업은 수익성이 불투명한 데다 수익을 창출하더라도 르완다가 현재 정권이 아닌 다음 정권으로 바뀔 경우 현재 비즈모델을 용인할지, 계약 내용을 보장할지도 리스크 요인"이라며 "르완다 사업을 주도한 낙하산 3인방이 국내 사업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조급증을 가지고 벌인 리스크가 크고 수익성이 불투명한 사업이어서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