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T 교육업체 지분 매입 전 이석채, 홍석현·유종하와 ‘수상한 만남’
검찰 “매입 사전 논의 진술 확보”
당시 홍 회장 아들이 2대 주주 액면가의 9배로 사들여
중앙일보쪽 청탁 의혹 부인
이석채(69) 전 케이티(KT) 회장이 재직 당시 교육업체 사이버엠비에이(현 케이티이노에듀)의 주식을 비싼 값에 사들이기 전, 홍석현(65) <중앙일보> 회장과 유종하(78) 전 외무부 장관을 만나 논의한 사실을 검찰이 파악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검찰은 홍 회장과 유 전 장관이 이 전 회장한테 지분 매입을 청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홍 회장의 아들인 홍정도(37) <제이티비시>(JTBC) 대표이사는 사이버엠비에이의 2대 주주, 이 전 회장과 8촌 사이인 유 전 장관은 3대 주주였다.
이 전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장기석)는 유 전 장관으로부터 이 전 회장과 홍 회장을 만나 사이버엠비에이 지분 매입과 관련해 사전에 논의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전 회장도 홍 회장과 유 전 장관을 만난 사실은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회장과 홍 회장, 유 전 장관이 함께 만난 자리에서 사이버엠비에이 지분 인수에 대한 청탁이 이뤄지고, 이후 케이티가 비싼 값에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이버엠비에이 기업평가보고서 등을 보면, 2010년 12월 홍정도 대표이사는 사이버엠비에이의 지분 17.65%, 유 전 장관은 9.63%를 보유했으며, 케이티는 2012년 7월1일 사이버엠비에이 지분 50.5%를 77억7500만원에 사들였다. 케이티의 지분 매입 뒤 2013년 4월 홍 대표이사의 지분은 8.42%, 유 전 장관은 4.6%로 줄었다. 참여연대는 이 전 회장에 대한 고발장에서 사이버엠비에이의 주당 액면가는 500원인데 케이티가 그 9배에 가까운 주당 4445원에 174만9000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합리적인 동기나 이유를 찾아볼 수 없는 거래로, 지분 매입에 들인 금액만큼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홍 회장 등의 청탁과 무관하게 ‘경영 판단으로 지분을 매입했다’며 홍석현 회장 등의 개입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부 케이티 임직원은 “사이버엠비에이 지분 고가 인수가 케이티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 지분 매입을 반대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사이버엠비에이 지분 매입 청탁 의혹과 관련해 홍 회장을 조사하지 않았다. 중앙일보 쪽은 “홍 회장이 케이티에 사이버엠비에이 지분 매입을 요청한 일이 없다”며 청탁 의혹을 부인했다.
이 전 회장은 사이버엠비에이 지분을 비싼 값에 사들인 것과 함께 2009년 5월 서울시도시철도공사 광고 사업인 ‘스마트 애드몰’ 계약 체결 과정에서 무리한 투자를 강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직원들에게 허위로 지급한 급여를 다시 돌려받는 수법 등으로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케이티에 100억원대의 손해를 끼치고 회삿돈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업무상 배임·횡령)로 지난달 9일 이 전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에 대한 보강수사를 하고 있다.
이정연 김정필 기자 xingx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