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자회사 사기대출 ‘진짜 인감’ 사용 |
KT 자회사인 KT ENS 직원이 3000억 원대 사기 대출에 이용한 법인 인감 도장이 진짜로 밝혀지면서 관련업체 간에 책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대출 사기에 사용된 인감 유출 경로에 따라 관련자들 간의 책임 소재나 공범 여부 등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금융감독원은 법인 인감 진위를 떠나 KT ENS 직원과 납품 협력업체, 은행 내부 직원의 공모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사기 피해를 본 하나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은 내부 점검 결과 지난해 KT ENS 김모 씨가 제출한 법인 인감이 등기소에서 발급된 게 맞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나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등기소에 인감 발급번호를 넣어봤는데 진짜로 발급된 게 맞다고 확인됐다”면서 “하나은행에만 법인 인감이 10번 제시된 것으로 확인됐고, 다른 시중은행까지 합하면 횟수가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반적인 계속 거래에는 사용 인감을 쓰고 계약이나 계약 연장 등에는 법인 인감을 사용한다”면서 “은행에 제출된 법인 인감은 KT ENS 법인 인감으로 확인됐으므로 KT ENS가 인감 관리를 잘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KT ENS는 법인 인감이 내부 규정에 의해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KT ENS 관계자는 “법인 인감 증명이나 인감은 발급 및 사용 내역을 모두 기록해 관리하고 있지만 문제에 연루된 직원은 최근 6개월 이내에 인감 증명 발급이나 인감 사용 요청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설사 사기에 사용된 인감 증명과 인감이 진품이라 해도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사용된 것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감 도장이 진짜로 확인됐지만 대출 서류 자체가 가짜일 가능성이 있고, 어떤 경로로 인감 증명과 인감이 사용됐는지가 확실히 규명되어야 관련업체들 간의 책임 소재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과 경찰은 이번 사건이 법인 인감 진위를 떠나 KT ENS 직원과 납품업체의 공모만으로는 성사되기 어렵다는 점을 주목하고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직원의 공모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 금감원은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농협은행 특검팀에 여신 검사 인력을 추가 투입해 이번 사기 대출의 발생 경위와 은행 책임 여부를 찾고 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