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정치권 낙하산 고문 줄사퇴
홍사덕ㆍ김병호ㆍ김종인 등 이제서야 물러나
회의 몇번에 월급 수백만원… 이석채 연임용
이 전 회장 재임중 1000명설까지 `고문공화국`
이석채 전 KT 회장 시절 낙하산인사 논란을 빚은 홍사덕, 김병호 전의원, 김종인 박근혜대선캠프 행복추진위원장 등 고위 정치권 인사들이 황창규 KT 회장 취임을 계기로 사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인사들은 이 회장 시절, KT 내부의 비상임 고문, 자문위원 역할을 하며 이 회장의 바람막이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들 정치권 인사들의 퇴출이 현실화되면서, KT 내부 인사시스템에도 드러나지 않는 고문, 자문제도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에서 단순 자문역할을 하며 수백만원대 월급을 받아온 정치권 낙하산 인사들이 최근 줄줄이 사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KT 고문역할을 맡아온 홍사덕 전 의원의 한 측근은 "홍 의원이 이석채 전 회장 퇴임과 동시에 고문직을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또한 역시 지난해 KT 고문역할을 해 온 김병호 전 의원도 지난해 말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며 KT 고문직에서 물러났고,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종인 전 위원장 역시 황 회장 내정 이후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고위관계자도 "고문직은 인사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아 모르겠다"면서도 "회사 상황이 이러니 (사퇴했다는 것이)사실일 것이다"고 말했다.
KT의 비상임 고문직은 이 전 회장 시절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들의 통로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일반 기업들은 회사에 공로를 세운 임원들에게 퇴임 후 예우 차원에서 고문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KT 이 회장 시절에는 정치권과 코드를 맞추기 위한 창구로 활용돼 왔던 게 사실이다. 실제 이들 고문 인사들에는 비정기적인 회의에 몇 번 참석하는 것만으로 수백만원의 월급을 제공해 불필요한 비용 발생은 물론 직원들간 위화감을 조성했다는 지적이다. KT의 한 직원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운전비용 5만원을 줄여놓고는, 회사에 나오는지 파악조차 안되는 고문들에 수천만원의 연봉을 지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허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비상임 고문제도가 정치적 인맥을 동원하는 형태로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KT 비상임 고문직의 경우, 인사시스템에 등록돼 있지도 않아 임원들도 열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계약관계, 연봉, 인원수 등도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어, 어떤 인사가 어떤 목적으로 기용되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일각에서는 이 전 회장이 계열사 등을 통해 영입한 고문이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큰 논란이 됐는데, KT측은 실제 고문은 수십명 내외라는 입장이다.
KT의 방만한 고문직 운영과 관련해서는, 이 전 회장도 사퇴를 결심한 후 "고문직과 자문직을 폐지해야 한다"고 가장 먼저 주장하기도 했다. 황창규 회장 역시 고문직을 그대로 두고서는 개혁에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통신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