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준영 기자 = 케이티이엔에스(KT ENS)가 수천억원대 불법대출 사건으로 소송전에 휘말릴 전망인 가운데 해외 태양광 사업 관련 채무인수까지 겹치면서 자본잠식 우려가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KT ENS는 이달 20일 말루제일차를 비롯한 원채무자 3명으로부터 루마니아 태양광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채무 454억원을 인수해 그린파워제칠차를 비롯한 채권자 3명에게 전액 상환했다. 이는 2012년 말 KT ENS 자본총계 574억원 대비 약 80%에 해당하는 액수다. KT ENS는 같은 시기 부채비율이 350%를 넘었다.
이런 상황에 불법대출 사건, 채무인수가 잇따르면서 재무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KT ENS 직원 A씨는 협력업체와 짜고 매출채권을 위조해 이를 담보로 금융권에서 약 3000억원을 불법대출할 수 있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사별 피해 규모를 보면 하나은행이 1624억원으로 가장 많고,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14개 저축은행도 가짜 매출채권에 속아 돈을 빌려줬다.
하나은행은 이미 KT ENS에 협력업체 원리금을 상환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KT ENS가 이를 갚지 않을 경우 하나은행을 비롯한 피해 금융사는 곧장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KT ENS는 수천억원에 이를 전망인 소가에 상응하는 우발채무를 장부상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자본총계가 500억원 남짓인 KT ENS가 당장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공산이 커진 것이다.
KT ENS 측은 국내외 태양광 사업을 비롯해 이미 착수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중단 없이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재무 상태를 감안하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태양광 사업을 외부에서 투자자를 모아 추진해 온 만큼 당장 투자금에 대한 조기상환 요청이 잇따를 수 있으며, 신규 자금조달 또한 막힐 가능성이 커졌다.
KT ENS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은 대개 3~4년을 투자기간으로 잡는데 이번에는 수개월 만에 상환을 요청해 채무를 인수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무부서를 중심으로 불법대출 사건 관련 재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모회사인 KT와도 자본확충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