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KT가 오는 6월 수술대에 오른다. 황창규 회장이 직접 메스(칼)를 댄다. 지난 2월초 단행된 조직개편이 예고편이라면 6월 조직개편은 본편이다. 대대적인 조직 통폐합이 예상된다. 'KT 황창규호'의 실체도 6월 대수술을 통해 보다 구체화될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KT의 자회사 KT미디어허브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려다가 이사회 반대로 무산됐다. KT 관계자는 "지난 주 이사회에 조직개편 안건이 올라갔지만 부결됐다"면서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단행될 것이니 (미디어허브 조직개편) 안건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건 부결 이후 미디어허브 내부에서는 '6월 대수술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6월이 되면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는 얘기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귀띔했다.
다른 계열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A계열사는 올해 사업계획과 조직개편 등을 결정했지만 시행되지 못하고 보류 중이다. A사 관계자는 "본사에서 모든 것을 올스톱시켜놓았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계열사는 사내 시스템 구축 작업도 보류했다.
KT그룹의 6월 대수술설은 황창규 회장의 강도 높은 지시와 무관치 않다. 황 회장은 계열사 사장들과 본사 임원들에게 '존재 이유'에 대한 답을 6월까지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역할과 경쟁력에 대한 사실상의 평가인 것이다. 한 관계자는 "황 회장이 임원들을 불러 6월까지 각 사업부가 남아 있어야 하는 이유를 증명하라는 숙제를 줬다"고 말했다. 존재 이유가 불분명하거나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퇴출할 것임을 시사한 주문이다. 또 다른 임원은 "각 조직별로 모범 답안을 내놓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6월에 피바람이 불 것이라는 말이 나도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신규식 KT G&E부문 부사장이 최근 직원들에게 위기 극복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신 부사장은 5일 사내메일을 통해 "지금의 상황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KT는 멍들었고, 곪아있고, 휘청거리고 있다"며 "두려워하거나 겁내지 말고, 우리 자신, 우리 회사 , 우리 경영진을 믿고 자신감을 갖고 힘을 내달라. 나 또한 전장에 가장 먼저 들어가고 가장 늦게 나오겠다"며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황 회장이 6월께 추가 인사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외부 수혈이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2월 조직 개편을 통해 일부 부서는 인원이 절반으로 줄어 사실상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며 "6월 조직개편 때 외부 인사 영입 등을 통해 조직 세팅을 다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월 사장단 인사에서 살아 남은 사장들 중에서 일부는 6월 조직개편 때 갈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