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100억(KT ENS 사건) 사기대출犯' 배후에 금감원 간부
6억대 땅 지분 등 10년간 향응·접대… 조사상황 알려주고 해외도피 도와
금감원, 직위해제하고 수사 의뢰
금감원 간부, 사기대출 때 외압 행사했나 배후에 윗선 더 있는지도 수사 확대키로
KT 협력업체 대표가 16개 금융기관에서 3100억원을 사기 대출받은 이른바 'KT ENS 대출 사기' 사건 주범(主犯) 배후에 금융감독원 간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간부는 사기 대출범에게 금감원의 조사 사실을 알려 해외 도피를 도왔고, 그 이전부터 수억원대 금품·향응을 받는 등 유착 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 간부와 그 윗선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배후로 드러난 인물은 금감원 간부 김모(50) 팀장이다. 금감원 자체 감찰 결과, 김 팀장은 사건의 주범 전모(49)씨, 서모(44)씨 등과 어울려 다니며 해외 골프 접대는 물론 수억원에 이르는 이권(利權)을 받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최근 김 팀장의 비위를 확인, 그를 직위 해제하고 비리 혐의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금감원 감찰 결과, 김 팀장은 지난 1월 금감원이 이번 대출 사기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자, 이 사실을 전씨 등에게 알려 해외 도피를 도운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폴 적색수배자인 전씨는 현재 뉴질랜드에 은둔하며 도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김 팀장은 또 2008년에 전씨 등이 국내 한 농장을 매입할 때 그 지분 30%를 공짜로 받아 챙기기도 했다. 그가 보유한 농장 지분 가격은 시가 6억원에 달한다. 김 팀장은 가족이 외국에 있는 ‘기러기 아빠’로 해외 송금 등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은 휴대전화 액세서리 업체 대표에 불과한 전씨 등이 다수의 SPC(특수목적법인)와 페이퍼컴퍼니를 내세워 복잡한 대출 사기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전문 지식을 갖춘 금융권 인물이 배후에 있을 것으로 봤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팀장은 전씨 등이 대출을 받거나, 주식을 매입할 때 또는 회사를 설립할 때 요구하는 금융 정보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은 검거된 대출 사기의 공범들로부터 “전씨가 지속적으로 김 팀장에게 상납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씨가 사기대출 과정에서 금감원 간부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 은행 등에 외압을 행사했는지도 살펴볼 방침이다. 전씨 등은 2000년대 후반 휴대전화 액세서리 업체를 설립한 뒤 하나·국민·농협은행과 저축은행 등 모두 16개의 금융회사에서 1조8000억원(총 대출액 기준)을 대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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