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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8일, KT 주주는 웃었고 직원은 울었다
[기자수첩] 구조조정 계획 발표날 날아온 KT 노동자의 편지, 다시는 죽음을 취재하고 싶지 않다
[0호] 2014년 04월 10일 (목)박장준 기자  weshe@mediatoday.co.kr
7일 종가 2만9250원이었던 주가는 8일 3만1250원으로 뛰었고, 9일 3만2600원으로 뛰었다. 10일 종가는 3만2200원. 이틀 동안 3000원이 뛴 것. 8일 거래량은 전날의 6배가 넘었다. 사실 주가는 구조조정 계획을 밝히기 전인 4월 4일부터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주가가 급등하고 거래량이 급증한 8일, KT는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하고, 영업과 AS 조직을 분사하며, 사내 복지를 대폭 축소할 계획을 밝혔다. 이밖에도 KT는 올 상반기 신입사원을 뽑지 않고, 2015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계획도 밝혔다.

KT가 명퇴와 분사 그리고 복지 축소를 결합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날, 주주는 웃었지만 노동자는 울었다. 2009년 이석채 회장 시절 ‘5992명 명퇴’를 받아들이고, 지난해 ‘상시적 정리해고제’에 합의한 KT노동조합은 조합원 총회조차 거치지 않고 구조조정에 동의했다.

이석채 전 회장의 꿈은 KT의 노동생산성을 삼성전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그는 ‘탈(脫)통신’을 외쳤다. KT는 모바일, 금융, 미디어, 렌터카, 야구단, 부동산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고배당 감량 경영과 문어발식 사업 확장의 대가는 잔인했다. KT는 죽음의 기업이 됐다.

KT가 창사 이래 최초 적자를 기록한 2013년. KT는 직원들에게 ‘전쟁준비’를 시켰다. KT는 2005년께부터 살생부를 만들어 ‘학대해고’ 프로그램을 돌려 노동자들의 피를 말렸다. 그리고 노동자들을 전쟁에 동원했다. 지난해 KT그룹 직원과 58세 이하 명퇴자 중 45명이 죽었다.

지난 1월 삼성전자 CEO 출신으로 신임 회장이 된 황창규씨는 취임사에서 “현재 KT가 처한 위기의 1차적 책임은 경영진에 있다”고 선언했다. 자신의 경영 전략에 비판적인 일부 임직원을 “게으른 사람”이라며 “나가라고 걷어차야 한다”고까지 했던 이석채 전 회장과는 달랐다.

괜한 기대였다. 황창규 회장은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에 박근혜 정부 홍보수석 출신인 이남기씨를 앉혔다. 삼성 출신 인사들을 KT로 데려왔다. 정성복 전 부회장 등 ‘이석채 사람들’을 경영자문으로 모셨다. 그리고 취임 두 달 반 만에 대규모 구조조정 카드를 꺼냈다. 

구조조정 계획이 나온 날, KT의 한 노동자는 기자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는 “신규 회장 취임 후 근무환경이 최악을 향해 치닫고 있다”며 “피로를 가중시키기 위해 평일 8시부터 22시 이후까지 무리하게 강제로 근무를 강요하며 휴일도 평일 같은 근무를 강요하고 있다”고 썼다.

그는 이어 “직원들의 의견 공유 역할을 하고 있던 사내게시판을 없애고, 계속되는 공포정치로 사내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걸 흔히 삼성식 구조조정 분위기 만들기라고 하더라. 아주 힘들게 분위기를 조성해 알아서 나가게 하는 것”이라고 썼다.

“회사가 어려워 초과근무가 필요하다면 기꺼이 하겠으나 (중략) 지금은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단지 공포 분위기 조성을 위해 직원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공포에 떨게 만들고 잠 못 들게 만드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드립니다.”

KT가 사내게시판을 닫고 10일 명예퇴직 신청 시스템을 열었다. 명퇴인원이 이미 할당돼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KT는 지난 1998년 5184명, 1999년 3672명, 2000년 814명, 2001년 1398명, 2003년 5505명, 2008년 550명, 2009년 5992명을 내보냈다. 단일기업 최대 규모다.

이석채 전 회장은 ‘주인 없는 기업’ KT에서 주인 행세를 하다 각종 배임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퇴진했다. 이제 황창규 회장이 KT의 새 '주인'이 됐다. 하지만 끝이 빤히 보인다. 그래서 무섭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들려올 ‘비보’가 두렵다. 다시는 KT 노동자의 죽음을 취재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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