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전산문제일 뿐"…경쟁사들 "일부러 개통 늦춰"
KT의 이동전화 개통이 사흘째 지연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9일 KT에 따르면 KT의 번호이동, 기기변경, 신규가입 개통이 아직도 지연되고 있다. 3~6일까지 가입 신청을 받은 물량에다 7~8일 물량까지 한꺼번에 몰리면서 KT 영업 전산시스템에 무리가 온 것으로 보인다. KT는 7일과 8일에도 보증보험사 연동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개통업무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KT는 이에 대해 "단말기 할부를 위해 필요한 보증보험사 연동 문제로 전산시스템에 과부하가 생겨 개통은 가능하나 일부 처리 속도가 늦어진 것"이라며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으로 나눠 번갈아 개통 처리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오늘 신규 가입자를 아예 받지도 못하고 돌려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울 종로에 위치한 한 대리점은 "지난 7일부터 지금까지 전산은 불통이다"며 "현재 개통업무는 안되고 예약접수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KT 본사인 올레스퀘어는 어제부터 업무를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KT가 급증한 번호이동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애꿎은 가입자만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KT의 8일 순증 번호이동 실적은 1만6993건으로 4월 27일부터 KT가 단독영업을 시작한 이후 번호이동 누적 순증 가입자수는 13만4438명이다. 이는 경쟁사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단독 영업기간 동안 LG유플러스는 일평균 8499건, SK텔레콤은 일평균 6282건을 나타냈다.
상황이 이렇자 번호이동 가입자 대다수는 제대로 이동전화를 개통하지 못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KT 소비자들은 "주말에 갤럭시S5를 구입했는데 아직도 개통이 안됐다", "기존에 쓰던 폰 정지시켜놨는데 지금까지 개통이 안 돼 울화통이 터진다", "오늘 안에는 개통이 될려나"는 등의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처리 가능한 업무량에 관계없이 일단 가입자부터 모으고 보자는 식의 KT의 영업 태도를 비난하고 있다. 이번 개통지연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한 소비자는 "'일단 받고 보자', '나중에 개통하면 된다'는 식의 무책임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며 "'1등 KT'도 좋지만 한번 실추된 고객 신뢰는 잘 잘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경쟁사들은 KT의 이번 개통지연에 대해 불법 보조금 영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연휴기간의 판매 물량을 숨기기 위해 인위적으로 전산 개통을 조절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방통위 조사에 부담을 느낀 KT가 연휴기간 개통량을 최대한 분산 처리해 과열 영업 의심을 피하려는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KT측은 "전산시스템 과부하는 종종 있었던 일"이라며 "굳이 민원 발생의 부담을 지면서 개통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주장은 말도 안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