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거부 KT직원들 오지 보내 ‘잡일’ 맡겨
‘업무지원 CFT’에 291명 첫 배치
출퇴근 거리 40~100㎞ 오지로
“반인권적 퇴출 프로그램 가동”
케이티(KT)가 지난 4월 ‘특별명퇴’라는 이름으로 직원 8300여명을 내보낼 당시 명퇴 대상으로 꼽혔으나 신청을 거부해 잔류한 직원들의 ‘수난’이 시작됐다.
케이티는 커스터머부문 직속으로 ‘업무지원 시에프티(cft)’란 조직을 신설해, 12일 291명을 배치했다. 케이티 내부 문서를 보면, 시에프티는 ‘고객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현장업무 즉시 지원체계 구축, 현장업무 합리화 및 명예퇴직에 따른 현장 인력부족 및 업무공백 보완’을 목적으로 특별명퇴 추진 과정에서 전격 신설됐다. 주요 업무는 ‘현장 마케팅 및 고객서비스 활동 지원, 그룹사 상품 판매 대행, 네트워크 직영공사 및 시설 관리업무 수행, 기타 현장 수시 지원업무 수행’이다.
케이티는 이날 오후부터 시에프티로 배치된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 근무지를 조사하는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케이티는 “명예퇴직과 전화국 합리화 과정에서 고객서비스나 업무 공백이 생길 것을 우려해 조직을 만들고 인원을 배치했다.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가능하면 권역별로 배치했다. 도심 쪽은 능력있는 직원들로 먼저 채웠고, 이번 발령은 뒷처리 성격이 짙다”고 설명했다.
케이티 새노조는 이날 긴급 보도자료를 내어 “명예퇴직 대상으로 꼽혔으나 신청을 거부해 잔류한 직원들에 대한 보복인사”라고 밝혔다. 새노조는 “시에프티로 발령받은 직원들이 대부분 새노조 활동을 해왔거나 명퇴 신청을 거부한 사람들이고, 시에프티 사무실이 모두 오지 내지 변방에 설치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 서울에는 시에프티 사무실이 없고, 경기도에도 가평, 장호원, 안중, 전곡, 강화 등 변방에만 마련됐다. 호남 쪽은 진도, 장흥. 영광, 부안 등에, 영남 쪽은 고성, 의령, 영양, 영덕 등에, 충청은 서천, 태안, 단양, 영동 등에 사무실이 있다. 대부분 오지다.
이날 충청의 한 시에프티 사무실로 발령받은 케이티 직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전·충남 지역에서 시에프티 발령을 받은 직원 28명 가운데 11명이 집이 대전인데, 금산 사무실 근무 발령을 받았다. 천안이 집인 직원들은 서천과 청양 등으로 보내졌다. 출퇴근 거리가 짧게는 40㎞에서 100㎞를 넘는다. 면담 과정에서 무슨 일을 하게 되냐고 물어봤는데, 면담을 하는 쪽도 시에프티가 뭐하는 곳인지 모른다고 했다. 그냥 회사가 시키니까 한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해관 새노조 대변인은 “출퇴근 거리를 늘려 버티지 못하게 하려는 것으로 봐야 한다. 반인권적인 퇴출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이다. 시에프티에 배치된 직원들이 해야 할 업무도 마케팅부터 통신망 공사와 시설물 관리 지원까지 총망라돼 있다. 사실상 ‘잡부’나 다름없는 셈이다. 업무 지시를 3번 이상 불이행하면 해고할 수 있는 점을 악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