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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들 월급은 오르고 통신비도 오르고, 노동자는 집단으로 자르고…”
<만나봅시다> ‘노동자 목숨 앗아가는 구조조정’ KT새노조 조재길 위원장

“회사의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조금 감수하면 된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그게 아니다. 생사가 걸린 문제다. 그런데 노동자들과 전혀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정해졌으니 나가라’ 하는 것은 ‘집단 살인’이 아니면 무엇인가.”


KT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1월 황창규 회장 취임 후 8304명의 특별 명예퇴직이 단행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KT의 이번 구조조정은 단일 기업으로는 역대 재계 최고 수준이다. 무노조 경영으로 유명한 삼성출신 황창규 회장이 부임한 지 세 달여 만에 취해진 조처다. 

이 같은 KT의 조처에 사내 제 2노조이자 이른바 민주노조인 KT새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새노조는 이번 구조조정을 ‘강제명퇴 사태’로 규정, 강조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새노조는 “전국적 규모로 명예퇴직을 강요했다. 이번 명예퇴직은 사실상 자발적 형식을 취한 해고”라고 비판했다. KT새노조 조재길 위원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직원들 ‘멘붕’ 상태

KT는 조직개편을 명분 삼아 근속기간 15년 이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지난달 21일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 23일 심사를 마쳤다. 지난 30일 신청자들에 대해 퇴직을 처리했고, 최종 집계된 명예퇴직자는 8304명으로 확정됐다. 이는 단일 기업의 동시 명예퇴직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이며, KT 전체 직원의 26%에 이른다. 그러나 명예퇴직 신청 과정에서 강압과 협박으로 인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애당초 기업 구성원의 3분의 2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설정한다는 게 정상적이지 않다. 희망 근무지 조사라는 형식을 통해 사실상 전 직원을 압박하는가 하면 아예 짐을 싸라고 박스를 나눠주는 지부도 있었다. 비연고지를 신청하라는 강요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협박을 일삼는 등 명예퇴직과는 거리가 먼 비정상적인 상황이 여러 곳에서 확인됐다.” 

이른바 ‘강제퇴직’이었다는 지적이다. KT새노조는 황창규 회장이 실시한 이번 구조조정을 ‘강제명퇴 사태’로 규정했다. 새노조 조재길 위원장 역시 이번 명예퇴직 대상자로 현재 대기발령 중이다.  

“명예퇴직 실시와 관련해 노동자들은 발표 당일까지 회사 측으로부터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다들 ‘멘붕’ 상태다. 이 모든 게 2주 만에 벌어진 일이다. 5월부터 실업수당을 타러 다닐 신세가 될 것 줄 누가 예상했겠는가. 군사 기습작전 하듯 치러진 이 과정에서의 모욕과 위협은 KT 전 직원들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렇게 사람들을 다 자르고, 남은 사람들에게 온 황창규 회장의 메시지는 ‘독하게 일하자’는 것이었다.”

지난달 29일에 공개된 KT의 ‘구조조정에 따른 조직 개편안’ 내용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편안은 직원들을 퇴직시키면서 관리자 수는 늘린다는 내용이다. ‘업무지원 CFT’라는 부서가 신설이 그 내용이다. 이 부서는 명퇴에 따른 현장 인력부족 및 업무 공백 보완을 위한 부서로 각종 지원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부서다. 명퇴 잔류자들 중 다른 조직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을 CFT팀으로 모아 교육시켜 각종 업무에 임시 투입시키는 식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조 위원장의 얘기다.

“명퇴 미신청 대상자들을 업무지원 부서로 재배치하고 공백 업무에 임시 투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잡부로 쓰겠다는 것이다.”

명예퇴직이 단행됐지만 KT와 새노조 간의 대립 양상은 지속되고 있다. 새노조 측은 명퇴를 강요한 황창규 회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조 위원장은 “전국적 규모로 명퇴를 강요했다”며 “이번 명퇴가 사실상 자발적 형식을 취한 해고”라고 비판했다. 

조 위원장은 앞으로도 명퇴와 같은 구조조정이 계속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이번에 명퇴 신청 받으면서 더 이상 명퇴는 없다고 엄포를 놓긴 했지만 믿을 수 없다. 그동안 전화 서비스 산업이 발전하면서 유지보수 인력이 많이 줄었다. 경영상의 이유로 구조조정을 시도하려 하겠지만 KT는 공기업 문화가 있기 때문에 일반 기업과 같은 구조조정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회사의 필요에 의해 물의 없이 구조조정 하려면 다시 명퇴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민영화 이후 구조조정 심화

KT는 2002년 전면 민영화되었다. 전문가들은 KT 민영화를 민영화의 재앙사례 중 하나로 꼽는다. 민영화 이후 구조조정 역시 심화되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KT는 적자였던 적이 없기에 일정한 시일이 오면 사원들에게 명퇴를 챙겨줬다. 하지만 퇴직 후 자영업을 하다 망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2004년부터 ‘버티기’ 문화가 팽배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사측은 ‘해고 프로그램’을 정교화하면서 부당하게 내쫓기 시작했다.”

사측에선 부정하고 있지만 ‘해고 프로그램’은 공공연히 작동된다는 게 조 위원장의 지적이다. 이른바 ‘CP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사원 등급을 A, B, C로 세등급으로 나누어 AP는 월급보다 회사 기여도가 많은 사원, BP는 월급과 기여도가 비슷한 사원, CP는 기여도보다 월급을 많이 가져가는 사원으로 분류된다. 회사는 CP명단을 미리 만들어 이들 사원에게 직무나 근무지 변경을 시켜 적응을 못하게 했다. 다른 팀으로 가면 적응을 못하는 사례가 많고, 실제 왕따를 당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결국 실적에 반영되고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것이다. 당연히 새노조 가입자들은 CP명단에 최우선적으로 오르게 된다. 해마다 전체 사원 중 5%는 최악의 선택을 받는다.”     

이 때문에 우울증으로 고통 받는 퇴직자들이 부지기수다.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이석채 회장이 취임한 뒤 KT에서는 무려 200여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이 가운데 24명이 자살했다. 최근 황 회장 취임 이후에도 자살 사태는 이어지고 있다. 이번 명퇴 과정에도 한 직원이 구조조정에 대한 압박과 고민, 그리고 격무에 시달리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KT는 국내 10위권의 대기업 중 노동자 자살률이 가장 높은 회사다. 명퇴자 중에서도 자살자가 속출하고 있다. 노동자 자살이 잇따르자 여러 지사들이 옥상을 폐쇄하기도 했다. 명퇴로 실의에 빠지거나 잔류 직원들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제2, 제3의 극단적인 선택이 나오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낙하산 인사’가 KT의 경영 악습을 더욱 부추겼다는 게 조 위원장의 주장이다. 이외에도 주주 배당금 논란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KT 사태와 관련한 여론은 무덤덤하기만 하다.  

“대다수 언론이 KT로부터 광고를 받는다. 언론보도가 통제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예나 지금이나 돈을 그저 퍼주니까 온갖 정치권 낙하산이 한자리씩 꿰차고 들어온다. 과거 홍사덕 의원은 스스로 그랬다. ‘하는 일도 없는데 월급을 많이 준다’고 말이다. KT 비리를 수사했던 검사도 임원으로 들어온다. 짜고 치는 고스톱인 셈이다. 게다가 황교안 법무부 장관 아들은 법무팀에 있다. 이렇게 드림팀이 짜여 있다. 웬만한 수사나 압박엔 꿈쩍도 안 한다. 낙하산들의 사유화다. 자신들의 횡포와 불법경영 등을 커버하기 위한 온갖 정치낙하산을 받아들이고 있다. 해외 배당금 문제로 구조조정은 끊임이 없다. 하지만 불법이어도 낙하산으로 커버하면 그만이다.”

한편 사측에서는 이번 구조조정 시행 발표는 노조와 합의한 사안임을 강조했다. 이에 조 위원장은 사측과 구조조정을 합의한 제 1노조를 향해 ‘어용노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금의 제1노조는 어용노조다. 이번 명퇴 단행 사태에도 그랬지만 지금까지 어용노조 체제 내에서 회사의 간섭, 집행 계획, 비리와 부실 경영 등에 대해 전혀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게 싫어서 3년전 민주노조(KT새노조)를 만든 것이다. KT노조는 김영삼 시절 때만 하더라도 ‘국가전복 세력’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성이었다. 아직은 규모가 작아 힘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KT의 정상화와 민주화를 목표로 꾸려 나갈 것이다.” 

조 위원장은 KT의 공공성 회복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행복과 직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사내 민주화만큼 공공성 회복 노력이 중요한 이유다. 

“공공성을 가장 훼손시킨 게 KT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KT가 공기업인줄 안다. 가장 먼저 민영화된 공기업 중 하나고, 매년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그러면서 임원들 보수를 44%씩 인상시킨다. 만약 공공성이 회복되지 않으면 통신비는 계속 오를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밥 굶기는 것보다 휴대폰 뺏는 걸 더 싫어한다. 휴대폰은 이제 물, 쌀과 비슷한 반열에 올랐다. 그만큼 KT의 공공적 역할도 중요해졌다. 공공성을 회복한다면 한 가정, 나아가 수많은 가정, 더 나아가 한국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2014년 5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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