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들인 KT `BIT` 뇌사상태 빠진 이유
컨설팅ㆍ개발비 등 비상식 자금거래 드러나… 외국기업에 수천억 퍼줘
KT의 유무선 시스템 통합을 골자로 한 대규모 전산개발프로젝트 `BIT'가 더는 가망이 없는 `뇌사상태'에 빠졌다. 일각에선 BIT를 `수정ㆍ보완'해 재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재추진 할 만큼 가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이석채 전 회장이 주도해 추진된 이 사업은 비자금조성 등 논란이 많았다.
18일 복수의 BIT 핵심 관계자 및 실무 개발자들은 "현재 KT가 사용하고 있는 BIT 시스템은 기존 개별 시스템의 기능 업그레이드 수준이며, BIT의 가장 큰 목표인 `통합'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KT BIT는 단계별로 가동한 개별 시스템간 `DB 정합성'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연동 결과 값을 하나도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KT가 단독 영업을 하면서 이례적으로 3일간의 영업 전산망 마비 사태를 겪었는데, 이 역시 꼬이고 꼬인 전산시스템이 한꺼번에 오류를 일으켰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다른 핵심관계자는 "통합 시스템을 설계, 디자인했던 외국 개발자들도 모두 철수했으며 BIT 개발을 위해 채용했던 개발자 1000여명도 단계적으로 해고해 프로젝트 재추진은커녕 기존 시스템 관리 인력조차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BIT가 이렇게까지 실패한 이유에 대해 이들은 "외국 업체들이 과도하게 복잡한 설계를 했고, 이런 불합리함을 눈치챌만한 `프로젝트 관리(PMO)' 역량이 당시 KT에 없었던 것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외국계 컨설팅업체가 이상적으로 그려 놓은 BIT를 KT 실정에 맞게 최적화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개발하다보니 개발과정이 복잡해졌던 것. 그 과정에서 외산 솔루션 구입비와 인건비만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는 설명이다.
당시 BIT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KT는 BIT 설계 디자인 한 액센츄어에 컨설팅 및 인건비로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지불했고, 인도 타타그룹 개발자 500여명에게는 2년간 약 4000억원 가량(1인당 월평균 3500만원)을 지급했다. 오라클은 DB 등 솔루션 비용만 약 500억원을 챙겼다고 전했다.
결국 현재 KT가 사용하는 BIT 시스템은 비싼 돈을 들여 기능을 업그레이드 한 기존 시스템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확한 진단이라고 이들은 덧붙였다.
핵심 관계자는 "당초 계획했던 통합을 위해 1조원을 투입한 것이었는데 실패로 돌아갔다"면서 "현 시스템 정도의 기능 업그레이드라면 1500억원 수준이면 충분할 텐데 그토록 과도한 자금이 왜 허비됐는지 BIT 추진 실무자들도 의아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1조를 들여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엔터'키를 누러도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은성기자 es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