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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백지화된 `KT BIT 사업` 실패 원인

기술검토 없이 불도저식 강행… BSS 미완성 결정타
오픈일정 쫓겨 30%만 개발한 채로 가개통
KT분석 인사이트 없어…외국에 돈만 퍼줘
국내 SI에 수정ㆍ재추진 의뢰했지만 거절


KT BIT가 실패한 원인은 프로젝트 관리(PMO) 부재나 고도의 IT개발 능력 부족 때문만이 아니다. KT 사업 특성이나 조직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민 없이 시스템 프로젝트만으로 `혁신'을 일궈내려 했던 것이 보다 본질적 원인이다.

KT는 유선과 무선 시스템이 모두 따로 운영되면서 비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BIT는 KT 사내 투명한 업무처리와 평가, 통합 시스템을 통한 실시간 상품 개발 및 고객 대응 등으로 KT의 체질 개선을 이루고자 기획됐지만, 이같은 전략을 전산시스템인 BIT가 어떻게 구현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부족했던 것이다.

BIT를 추진했던 핵심관계자는 "외국회사 컨설턴트들이 BIT를 디자인하고 설계하면서 KT의 미래에 대해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KT의 현실과 괴리가 상당한, 그저 이상적인 시스템 설계를 결과물로 내놨는데, KT는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인사이트가 없었고 이것이 BIT 실패로 이어졌다"고 되돌아봤다.

이 때문에 BIT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KT는 2010년 `클라우드 추진본부'를 발족하고 BIT의 1단계 프로젝트인 서비스제공플랫폼(SDP)과 전사적자원관리플랫폼(통합 ERP) 개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추진, 2012년에 개통시켰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는 기존 KT 및 계열사의 ERP를 모두 통합하는 대형 프로젝트에 유닉스 서버로 돼 있는 KT ERP 시스템을 범용서버(x86)로 마이그레이션 하는 대대적인 작업, 그리고 이를 클라우드로 구현하는 세계 유례 없는 개발까지 세가지 대형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추진한 것이었다.

구글이나 아마존처럼 범용서버를 KT가 직접 디자인해 클라우드 기반의 ERP를 구현하고 이를 모태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론칭, KT의 새로운 수익 창구로 삼으려는 전략에서 나온 프로젝트였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현재 KT 클라우드는 하드웨어 안정성이 현저히 떨어져 시스템 장애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기업 고객들의 항의가 적지 않으며, KT 내부 ERP 데이터조차 불러오지 못하는 장애를 일으키는 등 운영에 상당히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핵심관계자는 "한번에 하나씩 하기도 어려운 대형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진행하다보니 설계 능력이나 전문 개발인력도 부족했으며 일정에 쫓겨 완성도 있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면서 "이후 진행된 BIT 프로젝트도 모두 이런 형태였다"고 토로했다.

BIT의 핵심시스템으로 꼽히는 유무선통합영업전산시스템(BSS)은 가장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BIT의 실패도 BSS의 미완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BSS는 KT의 유선과 무선 영업시스템을 통합하는 것으로 수백개 요금제 상품 및 고객지원 모듈을 전부 통합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도 KT의 현장 프로세스는 반영되지 않았다.

또 다른 BIT 핵심관계자는 "이용자가 5만명인 시스템이나, 500만명인 시스템이나 똑같이 개발해 BSS에 모두 올리려 했다"면서 "이용자가 5만명이라면 수개월 내에 전략적으로 요금제를 없애거나 다른 방식으로 개편할 수도 있는데, 설계를 맡은 외국업체 컨설턴트들은 이런 사업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모듈을 무조건 신규 개발 대상으로 포장, 막대한 설계비용만 뜯어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BSS 오픈 1개월전 시험가동부터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장애를 일으켰고, 당시 개발자들이 추석 연휴를 모두 반납하고 시스템 복구에 매달렸던 사실도 확인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개통 1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시스템을 뜯어보니 개발이 30%밖에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BSS는 KT의 기간계 시스템을 모두 아우르는 만큼 지극히 신중하고 꼼꼼한 기술검토가 이뤄져야 하는데 BSS 오픈일정을 `무조건 맞춰라'는 상부 지시로 인해 겉포장만 돌아가는 상태로 가개통했다. 이미 그때 BIT는 실패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BSS 가개통 이후 BIT 프로젝트 와해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고 외국계 업체 대신 국내 대기업에 시스템 개발 지원요청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KT는 한 통신업체의 통합ERP 개발 경험이 있는 A사에 BIT 수정, 재추진을 의뢰했는데 A사는 이를 거절했다. 건설은 설계도면을 가지고 시공사가 따로 건축을 할 수 있지만 SI는 타사가 진행한 설계를 뒤이어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A사 관계자는 "BIT는 설계 자체의 개발타당성이 현저히 떨어졌고 3년간 개발을 진행했다는 개발 진행상황이 너무 부실해 우리가 손을 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며 "전면 재구축에 준하는 사업 규모인데도 남은 예산은 턱없이 부족해 맡을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KT는 황창규 회장 부임이후 1조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시도하는가 하면 83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명예퇴직도 받고 있다. 재무 건전성 회복과 사업 재편을 위해서다.

그러나 이 회사가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전산시스템 혁신 또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1조원에 달하는 BIT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간 지금, 이를 재추진하기 위해서는 수천억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지만 이를 조달할 재원 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KT의 험난한 행보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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