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개선 작업 도중 119 전화 먹통
세월호 사고 당시 승객들이 가장 급하게 찾았던 건 바로 119 였습니다.
119 상황실엔 30분 동안 구조해달라는 신고가 23건이나 접수됐습니다. 신고가 폭주하면서 일부 구조전화는 자동응답 시스템으로까지 넘어갈 정도였습니다.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도,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대부분 119를 먼저 찾습니다. 1분 1초가 황금같을 때, 그만큼 소중한 번호가 바로 119입니다. 그런데 이 119 전화가 긴급한 순간에, 먹통이라면 어떨까요?
5월 20일 저녁, 경기도 의왕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회사로 황당한 제보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동료가 쓰러져 119에 신고했는데, 전화가 안 된다는 한 남성분의 전화였습니다. 확인 작업을 거친 뒤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의왕의 한 주유소를 찾아갔습니다.
올해 66살의 강모씨가 쓰러진 곳은 주유소 안 사무실입니다. 의자에 앉아 저녁 식사를 하던 도중 갑자기 쓰러졌고, 동료들은 급히 심폐 소생술을 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119 신고부터 하란 이야기가 나왔고, 사무실에 있는 일반 전화로 119에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화가 안 됩니다. 몇 통화를 걸다, 이상해 핸드폰으로 전화를 다시 걸었다고 합니다.
이 때가 7시 42분 입니다. 일반전화를 건 시점은 현재까지 확인이 되지 않고 있어서, 첫 신고 시각이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신고한 문모씨의 휴대전화 기록을 옮겨보겠습니다.
7시 42분, 119를 눌렀지만, 신호도 제대로 가지 않고 전화가 끊어집니다.
7시 43분 1분 24초간 연결음만 들려 전화를 끊습니다.
7시 45분 119가 안되나 싶어 031-119를 눌렀지만, 56초간 연결음만 들렸습니다.
7시 46분 답답한 동료는 112에 전화를 겁니다. 그런 뒤 상황을 설명합니다.
7시 47분 112에 신고 전화를 한 뒤, 다시 소방에 전화를 겁니다. 역시 연결음만 반복될 뿐, 통화는 실패합니다.
답답한 또 다른 동료는 소방방재청 일반 번호까지 확인해 전화를 겁니다. 이 전화는 통화에 성공했습니다. 근무자에게 시와 동, 주유소 명을 불러줬지만 정확한 주소를 알려달란 말이 돌아왔고, 전화를 건 동료는 결국 화를 내고 말았답니다.
주요소에서 CCTV를 확인해봤습니다. 구급차가 도착한 시각은 7시 53분. 112 신고가 된 시점이 46분이니까 첫 신고 후 7분만에 구급차가 도착한 겁니다. (이 시간에 대해서는 그리 늦지 않았다고 강씨의 동료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구급차는 이후 강씨를 싣고 57분에 주유소를 떠났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진 강씨는 숨졌습니다. 평소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던 강씨가 소방의 출동이 늦어져 숨진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 인과관계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었던 강씨의 동료들은 울분을 터뜨릴 수 밖에 없습니다. 119 비상 전화가 연락이 안돼 112에 전화를 하고, 소방 방재청 일반 번호까지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기가 막힌다는 겁니다. 또 그 사이 심폐 소생술을 하면서, 강씨가 침을 많이 흘렸는데 혹시 첫 통화에 신고 접수가 됐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의문을 품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진 걸까요? 경기도 소방재난 본부에 경위를 파악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간략히 말해 신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작업을 하던 중 장애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11월부터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KT와 함께 관내 소방서의 119 신고를 한 곳에서 통합해 접수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스템이 구축이 돼 있고, 사고 당일은 의왕을 비롯한 9개 지역 소방서에 이 시스템을 시범 운영했습니다.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서버에 과부하가 걸렸고, 이 때문에 신고 접수를 받을 수 없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경기 소방재난 본부가 장애를 파악한 게 7시 43분, 그러니까 강씨의 동료가 핸드폰으로 첫 통화를 시도한 시점과 비슷합니다. 경기 소방은 즉시 KT측에 서버 복구를 요청했고, 9분 만에 신고 접수를 다시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의왕 지역에서 9분 가량의 신고 공백이 발생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신고자들이 핸드폰이 아닌 일반 전화로 신고한 시점은 7시 43분보다 더 빨랐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이상, 이 시간이 유동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경기 소방재난본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1분 1초가 황금같은 시간인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서버가 과부하가 걸리는 것은 예전의 통신망 마비 사례처럼 불가항력적인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사전 준비 과정에서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었다면서 말입니다.
경기 소방본부는 정확히 어떤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원인을 규명해 줄 것을 KT에 요청하고, 내부적으로도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감찰팀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신고 지연이 강씨 사망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열외로 하더라도, 119 전화가 특정 지역에서라곤 해도 9분 가량, 먹통이 된 점은 분명히 큰 문젭니다.
문제는 지금부텁니다. 시스템 개선 작업은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시스템 개선, 필요합니다. 효율적인 구조 작업을 위해 분명히 개선해야할 부분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런 일이 또 벌어져서는 안 되겠죠. 시범 운영은 앞으로 수차례 더 실시할 겁니다. 119 신고 전화가 안 된다는 황당한 제보를 받을 일이 더는 없길 바랍니다.
119 상황실엔 30분 동안 구조해달라는 신고가 23건이나 접수됐습니다. 신고가 폭주하면서 일부 구조전화는 자동응답 시스템으로까지 넘어갈 정도였습니다.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도,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대부분 119를 먼저 찾습니다. 1분 1초가 황금같을 때, 그만큼 소중한 번호가 바로 119입니다. 그런데 이 119 전화가 긴급한 순간에, 먹통이라면 어떨까요?
5월 20일 저녁, 경기도 의왕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회사로 황당한 제보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동료가 쓰러져 119에 신고했는데, 전화가 안 된다는 한 남성분의 전화였습니다. 확인 작업을 거친 뒤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의왕의 한 주유소를 찾아갔습니다.
올해 66살의 강모씨가 쓰러진 곳은 주유소 안 사무실입니다. 의자에 앉아 저녁 식사를 하던 도중 갑자기 쓰러졌고, 동료들은 급히 심폐 소생술을 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119 신고부터 하란 이야기가 나왔고, 사무실에 있는 일반 전화로 119에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화가 안 됩니다. 몇 통화를 걸다, 이상해 핸드폰으로 전화를 다시 걸었다고 합니다.
이 때가 7시 42분 입니다. 일반전화를 건 시점은 현재까지 확인이 되지 않고 있어서, 첫 신고 시각이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신고한 문모씨의 휴대전화 기록을 옮겨보겠습니다.
7시 42분, 119를 눌렀지만, 신호도 제대로 가지 않고 전화가 끊어집니다.
7시 43분 1분 24초간 연결음만 들려 전화를 끊습니다.
7시 45분 119가 안되나 싶어 031-119를 눌렀지만, 56초간 연결음만 들렸습니다.
7시 46분 답답한 동료는 112에 전화를 겁니다. 그런 뒤 상황을 설명합니다.
7시 47분 112에 신고 전화를 한 뒤, 다시 소방에 전화를 겁니다. 역시 연결음만 반복될 뿐, 통화는 실패합니다.
답답한 또 다른 동료는 소방방재청 일반 번호까지 확인해 전화를 겁니다. 이 전화는 통화에 성공했습니다. 근무자에게 시와 동, 주유소 명을 불러줬지만 정확한 주소를 알려달란 말이 돌아왔고, 전화를 건 동료는 결국 화를 내고 말았답니다.
주요소에서 CCTV를 확인해봤습니다. 구급차가 도착한 시각은 7시 53분. 112 신고가 된 시점이 46분이니까 첫 신고 후 7분만에 구급차가 도착한 겁니다. (이 시간에 대해서는 그리 늦지 않았다고 강씨의 동료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구급차는 이후 강씨를 싣고 57분에 주유소를 떠났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진 강씨는 숨졌습니다. 평소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던 강씨가 소방의 출동이 늦어져 숨진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 인과관계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었던 강씨의 동료들은 울분을 터뜨릴 수 밖에 없습니다. 119 비상 전화가 연락이 안돼 112에 전화를 하고, 소방 방재청 일반 번호까지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기가 막힌다는 겁니다. 또 그 사이 심폐 소생술을 하면서, 강씨가 침을 많이 흘렸는데 혹시 첫 통화에 신고 접수가 됐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의문을 품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진 걸까요? 경기도 소방재난 본부에 경위를 파악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간략히 말해 신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작업을 하던 중 장애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11월부터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KT와 함께 관내 소방서의 119 신고를 한 곳에서 통합해 접수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스템이 구축이 돼 있고, 사고 당일은 의왕을 비롯한 9개 지역 소방서에 이 시스템을 시범 운영했습니다.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서버에 과부하가 걸렸고, 이 때문에 신고 접수를 받을 수 없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경기 소방재난 본부가 장애를 파악한 게 7시 43분, 그러니까 강씨의 동료가 핸드폰으로 첫 통화를 시도한 시점과 비슷합니다. 경기 소방은 즉시 KT측에 서버 복구를 요청했고, 9분 만에 신고 접수를 다시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의왕 지역에서 9분 가량의 신고 공백이 발생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신고자들이 핸드폰이 아닌 일반 전화로 신고한 시점은 7시 43분보다 더 빨랐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이상, 이 시간이 유동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경기 소방재난본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1분 1초가 황금같은 시간인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서버가 과부하가 걸리는 것은 예전의 통신망 마비 사례처럼 불가항력적인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사전 준비 과정에서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었다면서 말입니다.
경기 소방본부는 정확히 어떤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원인을 규명해 줄 것을 KT에 요청하고, 내부적으로도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감찰팀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신고 지연이 강씨 사망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열외로 하더라도, 119 전화가 특정 지역에서라곤 해도 9분 가량, 먹통이 된 점은 분명히 큰 문젭니다.
문제는 지금부텁니다. 시스템 개선 작업은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시스템 개선, 필요합니다. 효율적인 구조 작업을 위해 분명히 개선해야할 부분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런 일이 또 벌어져서는 안 되겠죠. 시범 운영은 앞으로 수차례 더 실시할 겁니다. 119 신고 전화가 안 된다는 황당한 제보를 받을 일이 더는 없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