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리점 앞에 직영점 세운 KT에 면죄부
10년 넘게 운영된 대리점 근처에 직영점을 세운 KT(경향신문 2014년 1월7일자 13면 보도)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대리점 운영자와 참여연대는 “공정위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김창혁씨(51)는 서울 영등포구에서 12년동안 KT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KT의 자회사 KT M&S가 김씨의 대리점에서 120m 떨어진 길 건너편에 2배 넓이의 직영점을 열었다. 직영점은 포인트를 휴대전화 구입에 사용할 수 있는 등 고객 유치에 유리했다. 김씨는 15일 “그 전에는 한달에 50~60개의 휴대전화를 판매·개통했는데, KT가 근처에 직영점을 낸 뒤로는 겨우 몇 개밖에 팔지 못해 6개월째 적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참여연대와 함께 KT를 불공정 행위로 신고했지만, 공정위는 KT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는 최근 김씨에게 보낸 답변서에서 ‘사업자가 대리점 사이의 거리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김씨의 매장 근처에 직영점이 개설됐다는 이유 만으로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또 KT가 직영점을 세우기 전에 김씨에게 먼저 현재의 직영점 자리로 매장을 옮길 것을 권고했다고 소명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김씨는 “KT가 ‘곧 직영점이 생길테니, 대리점을 옮기든지 하라’는 식으로 통보한 것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지난달 KT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는 현행 규정으로 대기업 본사가 대리점 옆에 직영점을 세우는 행위를 제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제재를 위한 규정 마련에는 소극적이다. 공정위는 국회에 발의된 대리점보호법 제정에 반대하면서, 지난달 내놓은 대리점 고시에서 ‘물량 밀어내기’와 ‘판촉 비용 전가’ 등을 제재하는 내용은 담았지만 대리점 영업권을 보호하는 내용은 넣지 않았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대기업 본사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서 장사가 잘 되는 대리점 옆에 직영점을 세우는 횡포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공정위는 경쟁이 더 촉진됐다며 문제가 없다고 한다”며 “경쟁 촉진 이전에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본연의 역할을 잊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김창혁씨(51)는 서울 영등포구에서 12년동안 KT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KT의 자회사 KT M&S가 김씨의 대리점에서 120m 떨어진 길 건너편에 2배 넓이의 직영점을 열었다. 직영점은 포인트를 휴대전화 구입에 사용할 수 있는 등 고객 유치에 유리했다. 김씨는 15일 “그 전에는 한달에 50~60개의 휴대전화를 판매·개통했는데, KT가 근처에 직영점을 낸 뒤로는 겨우 몇 개밖에 팔지 못해 6개월째 적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참여연대와 함께 KT를 불공정 행위로 신고했지만, 공정위는 KT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는 최근 김씨에게 보낸 답변서에서 ‘사업자가 대리점 사이의 거리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김씨의 매장 근처에 직영점이 개설됐다는 이유 만으로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또 KT가 직영점을 세우기 전에 김씨에게 먼저 현재의 직영점 자리로 매장을 옮길 것을 권고했다고 소명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김씨는 “KT가 ‘곧 직영점이 생길테니, 대리점을 옮기든지 하라’는 식으로 통보한 것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지난달 KT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는 현행 규정으로 대기업 본사가 대리점 옆에 직영점을 세우는 행위를 제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제재를 위한 규정 마련에는 소극적이다. 공정위는 국회에 발의된 대리점보호법 제정에 반대하면서, 지난달 내놓은 대리점 고시에서 ‘물량 밀어내기’와 ‘판촉 비용 전가’ 등을 제재하는 내용은 담았지만 대리점 영업권을 보호하는 내용은 넣지 않았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대기업 본사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서 장사가 잘 되는 대리점 옆에 직영점을 세우는 횡포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공정위는 경쟁이 더 촉진됐다며 문제가 없다고 한다”며 “경쟁 촉진 이전에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본연의 역할을 잊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