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 확대된 KT 비서실, 신경영 컨트롤타워 부상
임원급 5명 배치, 그룹 의사결정 핵심축 역할할 듯 황창규 회장 `삼성스타일` 경영행보… 직급제 부활
황창규 KT회장이 성과와 보상, 빠른 의사결정,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대표되는 `삼성 스타일'경영을 본격화한다. 대규모 명예퇴직에 이은 직급제 부활과 징계사원 사면 등 발빠른 의사결정 이면에는 이석채 전회장 시절에 비해 두배 가량 커진 비서실이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황창규 회장 체제에서 비서실이 미래융합전략실을 제치고 그룹 의사결정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KT는 이날 4년 만에 직급제 부활을 발표하는 한편 성과 확대 과정에서 발생한 사원들의 징계기록을 사면하기로 했다. 직급제가 부활함에 따라 사원들은 `페이밴드'에 따라 정해진 연차에 따라 안정적으로 승진과 임금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이같은 조치는 최근 명예퇴직 과정에서의 잡음을 빠르게 수습하고,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KT는 이처럼 성과위주의 빠른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 의사결정 구조를 비서실 위주로 개편한 것으로 분석된다. 황 회장 체제 출범 초기에는 윤경림 전무가 이끄는 미래융합전략실이 그룹의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취임 100일이 넘은 현재 구현모 전무가 이끄는 비서실이 그룹 전체 조직의 의사결정과 리스크 관리를 전담하는 모양새다. KT는 지난 2월 비서실 인력을 비서, 전략, 재무, 그룹홍보 등 팀으로 나눠 30여명 이상으로 대폭 확대했으며, 전무급 2명을 비롯해 5명의 임원급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조직구조는 이석채 전회장이 코퍼레이트센터를 중심으로 주로 인사와 재무 투자 역할을 집중하고, 비서실은 비서실장 중심으로 3∼4명의 직원이 해당 업무만 담당했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에 비해 현재의 황 회장 비서실은 삼성과 같은 오너기업에 가까운 형태를 취한 것으로 평가된다. 비서실은 황 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서초사옥과 가까운 선릉사옥에 입주해 사실상 24시간정보를 수집하고, 중요 언론보도 또는 위기 상황에 대해 비서실의 지시로 즉각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비서실의 위상 강화에 대한 KT 직원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과거 구조조정본부 역할을 하던 코퍼레이트센터는 이석채 전회장과 측근인 김일영 사장의 사조직처럼 운영되며 그룹차원의 잘못된 투자와 전략을 결정하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공적인 조직으로 운영되며 최소한의 감시와 견제를 받을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에 비해 비서실은 황 회장의 직속기관으로서 빠른 의사결정은 장점이지만, KT 내 최고 권력으로서 감시와 견제를 덜 받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비서실 강화는 지원조직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황 회장의 경영방침과도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황창규 회장은 취임 직후 가장 먼저 지원조직 임원을 1순위로 해임하며 축소방침을 밝혔는데, 비서실만 몇 배로 더 커진 것이어서 이는 모순적인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s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