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큰손' 자리 내준 KT, 물려받은 SKT?
SKT, 7개월새 3개사 인수전 '광폭행보'…한때 'M&A 대부' KT는 '교통정리'?
통신시장의 양대 산맥 KT (30,350원 100 -0.3%)와 SK텔레콤 (235,500원 4000 -1.7%)이 비(非) 통신 분야 사업 투자에서 엇갈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SK텔레콤은 헬스, 스마트 액세서리 등 신사업 분야 M&A(인수합병)에 활발히 나서면서 'M&A 큰손'으로 부각을 받고 있다. 반면 한때 '글로벌 콘텐츠 유통그룹 도약'을 목표로 미디어와 콘텐츠, SW(소프트웨어)에 관련 벤처기업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KT는 반대로 '가지치기'에 나선 모양새다.
◇M&A 큰손으로 떠오른 SKT=SK텔레콤은 한때 'MP3플레이어 명가'로 주목받던 아이리버의 대주주측과 인수협상에 착수했다. 최근 아이리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만약 아이리버 인수에 성공할 경우, SK텔레콤은 7개월여 만에 3개 회사를 사들이는 꼴이다.
이 회사는 올해 2월에는 종합경비회사인 네오에스네트웍스(NSOK)를 전격 인수한 바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의료용 체외진단기기 업체인 나노엔텍의 추가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주목할 점은 이들 모두 SK텔레콤의 주력 사업(통신)과 크게 관련이 없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해 중국 티엔롱 시안 및 쑤저우, SK헬스케어, SK-VISTA 메디컬센터 등 SK텔레콤이 계열사로 편입된 해외 투자사들도 모두 비통신 분야다.
당장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든 분야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SK텔레콤이 과감한 행보를 보이는 데는 사물인터넷(IoT)·헬스케어·보안·스마트 액세서리 등 신성장 사업 조기 가시화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하고 있다.
아이리버 인수 추진 배경에 대해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이 최근 기자들에게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가 사물인터넷 사업을 잘하려면 무엇보다 단말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2년 단행한 SK하이닉스 인수가 성공적인 M&A로 평가받은 점도 비통신 계열사 인수에 자신감을 준 뒷배경으로 풀이되고 있다.
◇KT, 사들인 벤처기업도 정리수순=반대로 콘텐츠, 음원, SW 등 다양한 분야 기업인수로 '벤처 M&A 대부'로 주목받아왔던 KT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KT의 '투자시계'가 멈춘 것.
지난해부터 이어져왔던 실적악화에 8000명에 달하는 구조조정에 따른 일시 비용까지 겹치면서 우선 '내실'부터 챙길 수 밖에 없다는 게 속사정이다. 그동안 투자해왔던 비통신 계열사들도 정리 수순에 착수했다.
황 회장은 지난달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계열사 정책과 관련 "경쟁력 강화와 5대 미래융합 서비스 사업을 축으로 계열사를 재편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황 회장은 특히 "경쟁력이 떨어진 부분은 과감히 조정하겠다. 윤곽이 곧 나올 것"이라며 계열사 정리 작업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미디어 사업과 관련해 KT미디어허브의 KT 흡수통합 방안과 부실 콘텐츠 및 서비스 자회사들의 통폐합 혹은 사업정리 시나리오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KT는 전임 회장 시절 BC카드, KT렌탈 외에도 '글로벌 콘텐츠 유통기업 도약'을 목표로 KT뮤직(음원 제작), KT이노에듀(사이버교육), 엔써즈(동영상검색), 유스트림코리아(동영상 스트리밍), KT클라우드웨어(클라우드), KT넥스알(대용량 분산처리기술), , KT OCI(영어교육) 등 벤처기업 투자에 전방위적으로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가 적자 상태이며, KT의 미래 전략이 대폭 수정된 만큼 이들 미디어 유통·콘텐츠 투자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메스가 가해질 것이라는 게 KT 안팎의 관측이다.
KT 관계자는 "전임 회장시절 인수사례도 당장의 실적 기여보다는 미래 사업전략 차원에서 단행됐던 만큼, 실적 차원보다는 새롭게 수립한 KT 미래전략 사업의 관점에서 계열사 투자 원점 검토될 것으로 안다"며 "일단 기업 인수보다는 사업 제휴 위주로 추지하되, 필요하다면 새로운 국내외 벤처기업들을 추가 인수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