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T, 인터넷요금 부분 종량제 추진
10배 빠른 ‘기가인터넷’ 추진하며
정부쪽에 ‘부분 종량제’ 도입 문의
투자비 4조5천억원 조기회수 노려
동종업체 환영…포털사업자 반발
시민단체 “고객차별 등 불러” 반대
케이티(KT) |
케이티(KT)가 ‘기가인터넷’ 구축 투자비 조기 회수를 위해 현재 월 정액제로 돼 있는 초고속인터넷 요금제에 종량제를 가미해 ‘부분 종량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종량제란 속도와 이용량에 따라 요금을 물리는 방식을 말한다. 케이티는 2000년대 초반 종량제 도입을 추진하다 누리꾼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철회한 바 있다.
29일 케이티와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황창규 케이티 회장이 지난달 지금보다 10배 빠른 기가인터넷 구축 계획을 밝힌 뒤, 케이티가 정부 쪽에 부분 종량제를 도입해도 될지 의견을 묻고 있다. 케이티 관계자는 “초고속인터넷을 속도별로 세분화해 월 정액요금을 따로 책정하고, 고속 상품에 대해서는 기본 제공된 데이터 송수신 이용량(트래픽)을 초과해 쓴 것에 대해 이용량에 비례해 요금을 물리는 방식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엘티이(LTE) 이동통신 요금제처럼 정액제와 종량제를 묶은 형태에 가깝다.
황 회장은 지난 5월20일 취임 뒤 첫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3년 동안 4조5000억원을 들여 유·무선이 통합된 ‘기가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케이티는 기가 인프라에 대해 “광케이블 기반의 초고속인터넷 속도는 지금보다 10배 빨라지고, 엘티이에 와이파이를 결합한 통신망 및 구리선 기반 인터넷 속도는 3배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티 관계자는 이와 맞물려 부분 종량제를 도입하려는 이유에 대해 “인터넷 속도를 높이는 게 그냥 되는 게 아니지 않으냐. 기가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엄청난 투자비가 드는데, 이를 회수할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는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기가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수조원대의 투자비가 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정부가 무조건 안 된다고 할 수도 없다. 정부는 창조경제 활성화 기반 마련 차원에서 통신업체 쪽에 통신망 고도화 및 정보통신융합(ICT) 생태계 구축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달라고 요구하는 처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종량제를 도입하라고 했다가는 소비자의 거센 반발을 살 수도 있는 까닭이다.
관련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에스케이브로드밴드(SKB)와 엘지유플러스(LGU+) 등 동종 업체들은 “종량제가 도입되면 좋지만, 고객들의 반발을 살까봐 말도 못 꺼내고 있다. 케이티가 앞장서 성사가 된다면 나쁠 게 없다”는 태도다. 반면 네이버와 다음커뮤니케이션 같은 포털 사업자 및 콘텐츠 제공업체 쪽은 펄쩍 뛴다. 한 포털업체 임원은 “누구나 똑같은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 원칙에 어긋난다. 더욱이 통신망의 유·무선 구분이 사라진 상태에서 무선망에서는 이미 종량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누리꾼과 시민단체 쪽은 고객 차별과 이용 격차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시민단체 전문가는 “케이티는 유·무선 사업을 함께 하고 있는데, 유선 인터넷 통신망 고도화 투자비 회수를 위해 요금을 올려야 한다면, 대신 감가상각이 끝나 원가가 거의 없어진 3세대 이동통신(WCDMA) 요금은 공짜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