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해고직원 통화내역 불법활용’ 확인하고도…
검찰 “고의 없었다” 불기소처분
피해자, 불복해 법원에 재정신청
케이티(KT)가 해고 직원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과 위치 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입수해 활용한 사실이 수사기관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검찰은 “고의는 없었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대기업 봐주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2월 케이티에서 해고된 이아무개(54)씨는 회사가 자신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 등을 허락도 없이 확보해 사용했다며, 그해 11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케이티와 윤리경영실 직원 3명을 고소했다.
케이티는 지난해 10월 이씨의 해고 정당성을 다투는 중앙노동위원회 심문에서 “이씨가 2001~2003년 부인 명의의 건물을 케이티에프(KTF) 기지국으로 임대해주는 과정에서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밝혔다. 케이티는 이씨가 실질적 건물 관리자임을 증명하는 내용이라며 케이티 직원들과의 통화 내역과 기지국 정보가 담긴 자료를 증거로 제출했다. 이 자료는 케이티가 수사기관의 범죄 관련 통화 내역 조회에 대비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에서 추출한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전기통신업무 종사자가 수사·재판 기관의 적법한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닌 방법으로 타인의 통신 비밀을 누설하면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케이티 규정 역시 이동통신 가입자만이 자신의 통화 내역을 살펴볼 수 있게 돼 있다. 이때에도 통화 상대방의 정보는 공개되지 않는다.
사건을 맡은 경기 분당경찰서와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이씨의 동의 절차 없이 통화 내역 등을 열람한 뒤 기지국 위치 등이 기재된 자료를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성남지청은 “케이티 쪽이 노무사를 통해 이씨에게도 관련 자료를 건넨 것으로 보아 고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지난 1월 불기소 처분한 것으로 밝혀졌다.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씨에게 이를 줬겠느냐는 것이다. 앞서 케이티는 “직원 개인의 실수”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서울고검에 항고했지만 이마저도 기각되자, 최근 서울고법에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취소시켜 달라며 재정신청을 냈다. 이해관 케이티 새노조 대변인은 3일 “통신사가 통화 내역이 유출되는 것을 알지 못했다는 것은 직무유기가 아니냐”고 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